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준희 Jan 22. 2021

이다음엔 뭘 해야 하지, 뭐 그런 습관에 대해서

틈새 증후군을 겪고 있는 당신에게


어느 날 라디오를 듣는데 틈새 증후군이라는 말을 들었다. 일과 일 사이에 시간이 비면 그 틈을 견디지 못하고 계속 뭔가 해야 하는 이들에게 붙여진 병명이란다.


퇴사 후 나는 틈새 증후군에 걸렸다. 하루 종일 가만히 있지 못하고 침대에 누워 쉬려고 ‘노력’했다가 책상 앞에 다시 앉아 영어를 공부하고 독일어를 공부하고 괜히 가계부를 뒤적이고 볼만한 드라마가 없는지 ‘열심히’ 찾아본다. 이런 나 자신을 바라보는 나는 퍽 괴롭다. 뭐 하나 똑바로 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제대로’ 쉬는 것도 아니고 이것도 저것도 아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정말 뭐 하는 건가 싶다.


이렇다 보니 마음이 자꾸만 조급해져만 간다. ‘뭘 해야 하지, 뭔가 준비해야 하는데, 내일을 위해 살아야 하는데’ 하는 생각이 꾸준하게 나를 덮쳐온다. 무슨 파도도 아니고 아주 일정하게 찰싹찰싹 때려준다.

약 1년 전의 파도. 이때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우리는 가끔 이렇게 파도에 부딪힌다. 어쩔 수 없는 달의 힘처럼, 어쩔 수 없는 무언가에 의해 너무 힘이 들고 나 자신이 한없이 약해지고 작아지고 그런다. 누가 시키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차라리 누가 해코지하면 원망이라도 할 텐데, 이 파도는 나에게서부터 오는 파도라서 나는 나를 원망해야 한다. 그럼 정말 나락으로 떨어지는 거겠지. 이런 나를 보고 의사 선생님은, 너무 미래를 바라보려고 하지 말라고 했다.


“미래를 준비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현재를 살아가는 것도 중요해요. 취미생활이던, 운동을 하던 뭘 하든 간에 현재에 즐길 수 있는 것을 해보는 것도 중요해요. 현재를 느끼고, 즐기고, 호흡하는 법을 배우다가 그 숨이 자연스레 쉬어질 때쯤에 미래를 준비하는 거예요. 일도 그렇고 삶도 그래요. 그래야 넘어져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힘이 생겨요. 잘할 수 있을 거예요.”


그 말을 들으니 조금 힘이 났다. 이다음엔 뭘 해야 하지, 뭐 그런 습관에서 벗어나서 당장 오늘, 지금, 뭘 하면 내가 좋을까 생각해본다. 나에게 좋은 것. 미래의 나 말고

지금의 나에게 좋은 것에 대해 생각해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화가 나면 눈물부터 나오는 사람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