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체노동의 나날들_12
바코드는 물건을 담을 때 스캔하며 사용하게 된다.
아주 처음에 이곳에서 일하기 시작했을 때는 QR 코드와 바코드가 분리되어 있고 사용할 때가 다르다는 것이 헷갈리기도 했다.
한 달 정도 일하게 됐을 때쯤에 물량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인식 시스템이 필요하겠다는 것을 이해하게 됐다.
어쨌든 바코드는 물건 고유의 인식체계다.
문제는 이따금 이 바코드가 읽히지 않을 때다.
출고될 때 스티커를 쫙 펼쳐서 붙이지 않은 경우가 가장 많고 드물게는 시스템에 입력 자체가 잘못된 경우도 있다.
그런 때는 진짜....인내심을 가지고 바코드에 해당하는 숫자를 일일이 단말기로 입력해야만 한다.
가장 싫은 건 냉동식품이 그렇게 되는 경우(웃긴 건 또 냉동에서 인식 오류가 자주 일어남) 추워 죽겠는데 장갑 껴서 잘 눌러지지도 않는 단말기에 숫자를 넣고 있어야 한다는 것.
단말기 글에서 언급했듯이 인공지능은 인간에게 변수를 허용하지 않는다.
너무 웃기다.
자기는 그렇게 실수를 저지르면서 수습은 인간에게 시키는 것.
이건 오히려 꽤 인간적이라는 느낌도 있다.
고약한 인간들이 잘하는 짓 아니던가.
몰래 커다란 똥을 싸놓고 나몰라라 도망가는 것.
그 똥을 치우는 건 운수 더럽게 나쁜 타인이다.
.
.
.
.
.
.
주문이 너무 밀려들어 혼이 빠질 정도로 바쁘게 매장을 돌아다니던 어느 날 단말기가 나를 향해 빨간 불빛을 쏘게 한 적이 있다.
만약 그렇게 했는데 아주 우연히 이 단말기가 나를 바코드로서 인식하게 된다면?
내 정보가 주르르 단말기에 뜨게 된다면?
그러니까 나도 모르는 사이 내 신체 어딘가에 단말기의 레이저만 읽을 수 있는 바코드가 찍혀 있는 거라면?
.
.
.
.
.
.
맙소사.
내가 정말 미쳐가는구나.
너무 많은 일은 이렇게 정신 건강에 해롭습니다, 여러분.
적당히 일하고 맑은 정신으로 이 험한 세상 멀쩡히 살아갑시다.
바코드는 Norman Joseph Woodland라는 미국 발명가에 의해 1949년에 개발됐다.
컴퓨터가 판독할 수 있도록 고안된 굵기가 다른 흑백 막대로 조합시켜 만든 코드.
바다 쓰레기 조사 시 그들에 바코드가 있음에 착안, 어떤 해양 쓰레기가 어느 나라에서 떠내려왔는지 추적한다.
한국에는 1988년 5월 20일, 북한은 1999년 5월부터 사용하기 시작했다.
보통의 경우 EAN-13의 바코드는 상품에 관계없이 국가 코드(3자리) + 생산자/판매자 번호 + 상품 번호 + 체크섬(1자리)으로 이루어져 있다.
음모론은 구글에서 Barcode rapture로 이미지 검색하면 보는 사람의 정신을 휴거 시키는 수많은 아스트랄한 사진을 볼 수 있다.
21세기 들어서는 유행이 지났는지 아예 손에 이식까지 할 수 있는 RFID와 베니칩이 진짜 ‘짐승의 표’라는 기출변형이 생겨 여론이 많이 옮겨 간 상태.
일본 출처에 따르면 바코드 개념은 1969년 IBM이 달에 착지한 아폴로 우주인이 만든 발자국을 보다 개발한 것이라고 한다.
(from 나무위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