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체노동의 나날들_18
일주일에 이틀 있는 휴무는 그냥 너무 소중한 날이다.
그런데 이게 또 웃긴 것이 내가 휴무를 지정할 수 있는 날이 한 달에 이틀 주어지는데 그걸 둘러싸고 열흘 넘도록 휴무 없이 일해야만 할 때도 있다.
진짜 그 구간의 끝날은 완전 지옥에 있는 기분이 든다.
오직 휴무가 다음날이라는 하나의 사실에 의지해서 시간을 보낸다.
사실 그런 때가 아니더라도 오직 휴무일을 위해서 남은 시간 동안 일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평범한 직장인이 주말을 기다리며 평일을 견디는 것과 같은 느낌이라고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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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의 특성상 쉬는 날이 일정하지 않은데 이에 대해서 남들은 주말에 못 쉬는 것이나 휴무일이 일정하게 정해지지 않아서 힘들겠다고들 하지만 나는 오히려 그 방식이 좋았다.
원래 규칙보다 불규칙을 좋아한다.
규칙과 규율을 많이 싫어하는 편이랄지.
휴무에는 좋아하는 일과 처리해야 하는 일을 한다.
그리고 나는 휴무일에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된다.
일과를 마쳤지만 업무의 여운이 남았다면 그건 휴무라 할 수 없다.
육체노동의 좋은 점 중에 하나는 일단 일터를 떠나면 나를 일과 완전하게 분리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내 몸에 남은 고통이야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나의 정신은 완벽하게 순수한 자유를 얻는다.
그러므로 행복하다
휴무란 즐겁고 좋은 날이자 쌓인 피로를 회복하는 날이기도 하다.
특히 회복이라는 것이 몹시 중요한데 인공지능의 보이지 않는 올가미에서 벗어나 인간성과 존엄을 되찾고 몸도 쉬어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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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육체노동을 하면 운동도 하고 돈도 벌어 1석2조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심지어 나도 처음에 그렇게 생각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건 아니란 사실을 인지하게 됐다.
이에 대해선 좀 더 자세히 이야기할 날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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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면서 하는 가장 좋은 일은 무엇인가?
나는 차를 마시거나 술을 마시거나 좋아하는 친구글 만나거나 박물관에 가거나 유튜브를 하거나 책을 읽는 게 좋다.
일과는 전혀 관계 없는 것을 하는 것....이라고 쓰고 보니 결국 어떤 것을 해도 일과는 별개의 것이므로 그냥 다 좋음.
미뤄왔던 뭔가를 해치우거나 새로운 것을 결심하거나 결심을 행동에 옮기기에도 좋은 날이기도 하다.
휴무는 구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