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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경섭 Jun 23. 2024

그게 맞긴 한 데 그게 아니야

코미디의 스킬

코미디에서 흔하게 쓰이는 스킬은 바로. '왜곡'입니다.

"네가 말한 게 틀린 말은 아닌데,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은 그게 아니잖아."

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것이죠.


아주 좋은 예시는 다음과 같습니다.

초등학생의 오답
9에 4를 더했더니 1이 되었다, 어떤 경우인가? 정답 : 시계라서. 오답 : 어이없는 경우


표면적인 의미는 유지하되,

내포된 의미를 다른 방향에서 바라보는 방법입니다.

'왜곡'이라는 이름표를 붙여보았습니다.


덧붙여서, 위 예시 중 처음 예시(사람이 사는 집의 종류는?)와 마지막 예시(할머니 생신 카드)에는

재미를 유발하는 법칙이 하나 더 추가되어 있습니다.


이건 사전정보를 알 거나 앞서 빌드업이 깔려 있어야 해요.

이 경우는 화자가 '어린아이'라는 점이 중요한 장치입니다.


'어린아이'가 가진 보편적인 이미지는 순수함, 순박함이잖아요?

하지만 그 보편적인 이미지를 깨는 답변을 했죠?

굉장히 물질적이고 세속적이죠.


앞서 쌓은 이미지와 전혀 반대의 모습을 보여줄 때,

혹은 보편적인 이미지와 반대되는 행동을 보여줄 때 재미가 추가됩니다.


위 답변을 30대 직장인이 했다고 하면 아무런 감흥이 없겠죠?



왜곡이 만든 코미디

두여자와 시력검사


1분짜리 영상입니다.

그런데 글을 먼저 보시면 스포일러예요.

영상을 먼저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영상 링크 : https://youtu.be/wyfGqagQ_vE?si=s_O1hvjBycGxgQuS

dxyz EP5. 두여자와 시력검사


보편적으로 시력검사는 이렇게 진행되지요.

검사원이 글자를 하나 가리키면

보이는 대로 소리 내어 대답해야 합니다.


초반에는 그렇게 진행되는 것처럼 보이죠?

보편적인 상황을 빌드업했습니다.


그런데,

검사원이 가리킨 '아'를

'아'라고 맞게 답했는데 검사원은 아니라고 합니다.

보편적인 상황이 깨어지죠.

여기서 보는 사람은 궁금증이 생길 것입니다.


계속 맞게 답하는데,

계속 검사원은 틀렸다고 말하죠.

대체 뭐가 잘못된 걸까요?


검사원은 '아'를 말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아'라고 말하는 '음정'에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같은 의미.

하지만 다른 의미를 전개해 코미디를 만들었습니다.

아 ... 설명하는 개그는 실패한 개그랬는데 ...

그래도 재밌게 보셨죠~? ^^*


아무쪼록.

사실 이야기는 절반쯤에서 끝이고,

그 이후는 음악에 일가견이 있는 연출감독님의 편집 기교로 영상을 끝까지 이끌어갑니다.

더불어, 짧고 단조로운 영상이 될 수도 있는 부분을

미술감독님이 시각적으로 시청자를 붙잡아두는 기획을 하셨죠.

의도적으로 천장이 낮췄습니다.


이 에피소드에는 이런 디테일이 숨어있었습니다. (급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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