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은 이미 엎질러졌다
당시 부모님 집에 머물러 있었기 때문에 방에서 인터뷰를 본다 하더라도 신경이 쓰여서 근처 스터디 카페로 갔다. 한 시간 전까지만 해도 떨리지 않았는데 점점 시간이 다가올수록 너무 긴장되었다. 한국과 영국 간의 시차가 있었기 때문에 한국 시간으로 저녁 9시에 면접을 보았다.
첫 번째 실무진과의 면접이 시작되었다.
기본적인 질문에 준비한 대답을 하였다.
자기소개해보아라.
왜 이직을 하려 하느냐?
왜 영국에서 일하고 싶으냐?
포트폴리오에 대한 내용으로 넘어갔는데 갈수록 얘기가 길어지면서 예상했던 것보다 더 자세하게 질문했다. 거기까지는 내가 미처 준비하지 않았던 터라 설명을 하고 싶어도 영어로 설명하는 데에 한계가 있었다.
그들이 뭐라고 말하는지 파악은커녕 알아듣지 못했음에도 이해한 척 준비한 대답만 읊었다.
일방적 소통만 하고 있으니 서로 답답할 뿐이었다.
내가 영어가 완벽하지가 않으니 더 꼼꼼하게 더 확실하게 하나부터 열까지 준비를 했었어야 했다.
속으로 그냥 빨리 끝났으면… 인터뷰 연결을 끊어버리고 싶었다.
인터뷰 끝나고 내가 뭐라고 했는지 질문은 뭐였는지 기억이 하얘졌다. 그리고 갑자기 큰 좌절감과 함께 내 머릿속은 부정적인 생각들로 가득해졌다.
외국인 친구들이랑 자주 소통했기에 큰 어려움은 없겠지라고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다.
이렇게 해가지고는 취업도 안 되겠지만 막상 정말 운 좋게 취업이 되어도 문제다.
내 포지션은 UX디자이너인데 개발자와의 소통, 팀원들에게 내가 기획한 산출물들을 설명하는 등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했다. 그런데 이렇게 알아듣지도 못하고, 설명도 제대로 못하는데 영국에 가서 어떻게 일한다는 거지?
그다음 날도 면접이었는데, 자신이 없었다.
오늘과 마찬가지로 똑같은 결과일 게 뻔할 텐데 피하고 싶었다.
그래도 해야 하니까, 울며 겨자 먹기로 오늘 대답하지 못했던 포트폴리오 부분을 더 보강하였고 이미 큰 좌절감을 느꼈던 터라 스피킹 연습이라 생각하자라고 마음을 다스렸더니 두 번째 면접때는 의외로 덤덤했다.
두 번째 면접 시작.
알고 보니 HR매니저와의 1차 면접이었다.
자기소개, 경력, 어떤 일을 했는지에 대해 간단히 물어보고 인터뷰는 종료되었다.
나에 대한 정보를 해당 팀에 공유하고 그 팀에서 나의 이력이 마음에 들면 2차 실무진 인터뷰를 보는 그런 프로세스였다. 생각보다 잘 대답했다고 생각했지만... 결과는 탈락이었다.
막막하다. 한국어로도 면접은 어려운데 영어로 보려고 하니 눈앞이 더 캄캄했다.
이미 퇴사는 해버렸고, 출국 일자도 정해졌고, 부모님한테도 당당히 할 수 있다고 자부했는데 이제 와서 물릴 수는 없는 일이다.
리스닝, 스피킹이 급선무였기에 화상영어를 급하게 알아보고 수업을 신청하였다.
출국이 눈앞에 닥쳤기에 수업권이 꽤 비쌌지만 나의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