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를 듣고 당장 베란다에 나가 삼각대 설치하고 카메라를 고정했네. 하늘에 구름이 가득하지만 구멍 난 곳도 조금 있었으니, 구름이 서로 밀치디가 자빠지면 그 틈에 해를 볼 수 있을지누가 알아?
11시쯤 바람에 실려가는 구름 사이로 가끔씩 열린 하늘에 한 귀퉁이 떼어 먹힌 태양이 보였네. 일식이 시작된 거지. 정점까지는 한 시간쯤 남았으니 얼른 집 앞 슈퍼마켓으로 달려가 다진 고기를 사 왔네. 일식과 다진 고기가 무슨 관계가 있길래? 글쎄...
하늘엔 아직도 구름이 많았지만 바삐 지나가는 구름 사이로 일그러진 태양의 모습이 또렷이 보였네. 물론 맨눈으로 보면 일식이 일어나는걸 알수없지. 일식 관측용 색안경을 끼고보면 확연한데, 그 걸 끼고 보면 태양의 모습만 벌겋게 보일 뿐이라 마치 맹숭맹숭 백열전구 들여다보는 기분이야.
카메라로 촬영하면서 영상을 보는 것이 차라리 낫지. 스마트폰으로는 이 게 좀 어렵지만 필터를 부착할 수 있는 카메라로는 조작만 잘하면 일식 관측이 한층 재미있어. 이런 즐거움을 알게 된 건 과거에 아마추어 천문관측 동호회에 들어가서 천체관측에 미친 녀석들을 쫓아다니며 얻은 결과야. 추운 겨울 한밤에 모 지점에 모이자는 연락이 오면, 컴컴한 시골의 밭고랑에 들어가 망원경 설치하고 달이 별을 가리는 별식을 관측하고 새벽에 집에 돌아오는 그런 별난 취미생활은 걷어치운 지 오래지만, 베란다에 나가 특별한 천문현상을 관측하는 건 여전히 계속하고 있어.
오늘도 바로 그런 날인데 구름만 조금 걷히면 일식을 제대로 볼 수 있으련만, 구름층이 짙어져만 가고 있으니... 어쨌든, 바삐 지나가는 구름이 해를 가리고 있는 동안 얼른 요리를 해야지?프라이팬에 고열을 가하고 다진 고기를 얇게 펴서 지글지글 볶는데...
베란다에 햇빛이 가득... 얼른 나가 카메라의 초점을 맞추니 구름 사이로 달에 가린 해 모양이 또렷이 보이는 거야! 얼른 사진 찍고 동영상 촬영하다가 다시 부엌에 들어가 검둥이 된 고기 건져내고는 베란다에 나가 계속 일식을 관측했지. 관측? 엷은 구름 뒤에서 찌그러졌다가 다시 펴지는 해를 보는 놀이...
해 보고 놀면서 찍은 사진들 추리고 모아서 합성했는데, 볼만한 가?
짧은 동영상도 편집했으니 보라구!
일식 끝나고 나서 밥 맛은 어땠을까?
좀 탔지만 맛있었네. 늘 그랬듯이 일식이 있는 날은 밥 맛이 좋아.
일식(日蝕, 문화어: 해가림, 영어: solar eclipse): 달이 지구 주위를 돌면서 태양을 가리는 것. 태양 전체가 달에 가리면 개기일식(皆旣日蝕), 일부만 가리면 부분일식(部分日蝕)이라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