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사피엔스, 북유럽 신화 추가
퇴사전
권력은 그 자체로 악한 것이겠지. 나도 저 자리에 올라가면 시시한 사람이 될까? 정말 뻔하게 그는 외제차를 뽑았다. 그럴 줄 알고 있었다. 그도 나중에 줄기세포 주사를 맞으러 일본까지 가지 않길 바라겠다. 교주 행세를 하고 싶던 말던 뭐 자기 마음이니 뭐라 할 순 없지만.
권력이, 세상이 악해도 이 지구는 돌아간다. 24시간이란 시간은 누구에게나 동등하게 주어지며 누구나 죽는, 한 번의 생이다. 나는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역사책을 읽고 연표를 기록하는 취미가 있다. 연표 기록은 이 시시한 세상에서 밝은 빛을 발견하는 퍼즐 맞추기 게임 같다.
퇴사 후
이 취미는 내가 도서관에서 아르바이트하면서 생겼다. 20대에 고용노동부에 찾아간 적 있다. 청년 취업 관련 프로그램이 있다면서 집에 가까운 중학교 도서관에 연결해주었다. 중학교 도서관은 정말 깨끗하고 좋았다. 사람이 없다. 쉬는 시간에 2~3명이 만화책을 보러 오거나 왕따 아이들이 온다. 도서관에 오는 왕따 3인방이 있었는데 그 아이들은 나중에 국제고, 외고를 갔다는 소식이 들렸다. 지혜를 찾는 아이들이었던 것인가. 아, 갑자기 떠올랐는데 공익근무자가 도서관에 있는 수조를 관리하기 힘들다고, 일부러 붕어에게 밥을 주지 않는 것이니 나에게 붕어밥을 주지 말라고 했다. 붕어에게 몰래 밥 주는 것도 나의 히든 업무였다.
여하튼 그런 일 말고는 종일 나 혼자 도서관을 지키기에, 지루해서 세계사 전집을 읽기 시작했다. 내용이 너무 방대해서 기록하면서 읽다 보니 어느새 연표가 되었다. 누굴 죽이고 멸망시키고 전쟁하고 그 막장 속에 예술이 꽃피는 이 역사는 참으로 신기했었다. 이번에 쉬면서 연표의 큰 업데이트가 있었다. '호모 사피엔스'와 '북유럽 신화'다. 평일 대낮에 안인희 교수님의 강연을 찾아다닌 결과이기도 했다. 지혜를 찾는 일은 재밌다.
*벌써 10화네요 :) 5의 배수마다 몇 화인지 기록하고 있습니다. ㅎㅎ 구독으로 지지해주시는 분들 감사합니다. 10년간 다양한 분야의 회사에서 겪은 일을 바탕으로 '퇴사 전과 후'를 비교하고 있는 구성이니 저의 최근 직장 관계자분들은 오해 없으시길 바랍니다.
연표는 인증샷을 추가합니다. 이번에 지질과 생물학적 시야가 넓혀져서 너무 기쁩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