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양 용추 자연휴양림부터 함양팔경의선비문화까지
5월의 함양은 신록이 녹음으로 옮겨가는 시기다. 가득 받아놓은 물에 잉크 한 방울 떨어뜨렸을 때 색이 번져가듯 자연이 계절에 물드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오월을 느낄 수 있는 곳을 찾다가 발길 향한 곳이 함양이다. 함양의 오월은 과하거나 인위적이지 않고 절제된 소박한 계절의 맛을 느낄 수 있어서 좋다.
북쪽의 덕유산에서 시작해 남쪽의 지리산까지 산간분지에 해당하는 이 지역에는 해발 1,000m가 넘는 산들이 여러 곳 있다. 그중에서 최근에 가장 핫 한곳은 대봉산이다. 봉황이 산세를 끌어안은 듯한 산세를 가진 이곳에 “함양대봉산 휴양밸리”가 있기 때문이다. 휴양 밸리는 펜션과 캠핑장의 자연 속에서 추억을 만들 수 있는 “대봉 캠핑랜드”와 해발 1,288m의 대봉산 정상인 천왕봉까지 모노레일을 타고 올라가거나, 국내 최장길이인 3.27km의 짚라인을 즐길 수 있는 “대봉 스카이랜드”로 구성돼 있다.
자연휴양림 안에 있는 캠핑랜드에서는 캠핑뿐만 아니라 식당, 카페와 체육시설, 숲속 놀이터 등을 이용하면서 휴식을 즐길 수도 있다. 스카이랜드가 있는 휴양림에는 건강 체험을 할 수 있는 힐링관과 산림욕장도 갖춰 놓았다.
두 지역 간을 이동하려면 차량으로 15분이 소요된다. 워낙 인기가 높아 인터넷 예약은 필수라고 한다. 특히 모노레일의 경우 주말이면 현장 선착순 판매표를 사기 위해 새벽부터 줄을 선다고 한다.
■ 인터넷 예약: 대봉모노레일 (인터파크 → 대봉스카이랜드 검색)
숲속휴양관, 캠핑장 www.foresttrip.go.kr (숲나들e → 대봉산 검색)
오월은 연두를 연록으로 채우고 다시 초록으로 채우는 시기다. 이런 싱그러움으로 온몸을 적시고 싶다면 함양의 기백산에 있는 “용추 자연 휴양림”으로 가면 된다. 이곳에 있는 2인용 숙소는 마치 ‘숲속 난쟁이 마을’에 있는 집의 모습을 하고 있다. 세상의 중심이 아닌 곳에서 세상을 관찰하는 시간을 가지기에 충분한 공간이다.
맑은 계곡과 울창한 원시림이 있는 곳이기에 등산뿐만 아니라 깊은 계곡의 아름다움에 빠져서 하루를 보낼 수 있다. 휴양림 가까이에 있는 용추사와 용추 폭포를 가벼운 마음으로 산책하듯 다녀올 수 있는 것은 보너스다.
함양의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함양팔경 중에 화림풍류가 있다. 화림동 계곡을 따라 세워진 거연정, 군자정, 영귀정, 동호정, 경모정, 람천정, 농월정, 구로정의 8개 정자와 물, 바람이 어우러진 풍경을 말한다. 안동과 더불어 함양은 조선시대에 많은 선비를 배출한 선비문화의 중심축이었다. 진주 남강으로 흘러가는 남강천 물길의 암반 위에 세운 멋진 정자에서 풍류를 즐겼던 선비문화를 볼 수 있다.
미술사학자인 유홍준 선생은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서 ‘호남 정자는 자연과 혼연히 조화로움과 아늑함을 보여주는데, 영남 정자는 자연을 지배하고 경영하는 모습을 띠고 있다’라고 평했다. 계곡을 따라 실려 오는 오월의 바람을 느끼면서 정자와 자연이 보여주는 세계를 바라보는 것도 5월에 떠나는 함양 여행의 별미가 된다.
# 이 글은 '오마이뉴스"의 여행기사로도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