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으로 달리기를 시작한 지 벌써 10주가 흘렀네요! (꾸준히 달려온 저에게 짝짝짝!^^)
전보다 몸과 마음이 훨씬 건강해진 것 같습니다. 지금처럼 뭐든지 꾸준히 훈련하면 언젠간 잘 해낼 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다시 생기고 있네요.
하지만, 무엇보다 달리기를 통해 얻은 가장 큰 깨달음은 이것입니다.
끝까지 달리려면 '페이스 유지'가 가장 중요하다.
달리기와 인생은 참으로 닮은 점이 많습니다. 달리다 보면 일상을 살아갈 때도 일정하게 페이스를 유지하는 게 정말 중요하겠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됩니다. (그동안 이걸 왜 그렇게 못 했을까요...ㅠㅠ)
그동안 제 삶은 페이스 조절에 자주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의욕이 넘치고 일이 잘 풀릴 땐 너무 빨리 달려버리고, 반대일 땐 지쳐서 아예 멈춰버릴 때도 많았죠. 돌아보면 페이스 조절에 실패한 순간들 속에선 저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도 피곤하고 불안해지더라고요.
일례로, 2020년 말 남자 친구와 함께 10km 마라톤에 출전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체계적인 훈련이 부족한 상태로 성급하게 마라톤에 나갔다가 호흡 곤란으로 쓰러질 뻔했던 적이 있습니다. 자세나 호흡 등 기본기가 부족한 상태에서 운동 신경을 믿고 초반에 너무 빠르게 속도를 냈던 탓이었죠.
그래서 이번에 다시 달리기를 시작할 때는 그때의 기억을 교훈 삼아 초반부터 목표 지점까지 지속할 수 있는 페이스를 설정하고 끝까지 이를 잘 유지하는 것을 철칙으로 삼았습니다.
달리기 빈도도 매일이 아닌 이틀에 한 번씩 하기로 정했습니다. 의욕 넘치게 매일 하려다가 금방 포기할 수도 있으니까요.
일, 화, 목요일마다 꾸준히 달린 기록 (런데이 앱)
1주 차 달리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달리러 나가는 것부터가 부담이 되었습니다.
조금만 달려도 호흡이 달렸죠. 그래도 중간중간 걷으면서 휴식할 수 있어서 할 만했습니다.
또한, 함께 달리며 격려해주는 남편과 앱 보이스 코치 덕분에 힘에 부치는 순간이 와도 멈추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8주간 달리기 실력은 점점 향상되어 갔습니다.
아래의 기록을 보면 달리기 시간이 점진적으로 성장한 것이 눈에 보이네요.
*매주 첫 번째 연속 달리기 기록 (준비 걷기+중간 휴식 걷기 포함한 총 운동 시간)
1주: 1분 x5회 (총 23분)
2주: 1분 30초 x5회 (총 25분)
3주: 2분 x5회 (총 28분)
4주: 2분 30분 x5회 (총 30분)
5주: 3분 x5회 (총 33분)
6주: 4분 x5회 (총 38분)
7주: 10분 x2회 (총 33분)
8주: 20분 x1회 + 10분 x1회 (총 38분)
초반 4주 동안은 달리면서 숨도 많이 차고 다리도 뻐근하고, 목표 지점에 도달할 때까지 큰 인내심이 필요했습니다. 앞만 보고 달리기도 벅차서 주변을 둘러볼 새도 없었죠.
그러나 5주째부터는 스스로 한계를 깨나 가는 데에 조금씩 재미와 희열을 느끼게 되더라고요. 주변을 둘러볼 여유도 생기고 스쳐 지나가는 시원한 바람과 소리도 즐길 수 있었어요. 다리도 가벼워지고, 호흡도 점점 자연스러워졌죠.
7주째부터는 1회 연속 달리기 목표 시간이 10분으로 급격히 늘어났는데, 그래도 그동안 체력이 많이 향상되었는 지터 라 시작 전 겁먹었던 것보다 수월하게 달성할 수 있었어요.
마지막 8주 차에는 세션마다 5분씩 달리기 시간이 늘어 첫째 날 15분, 둘째 날 20분, 마지막 날은 30분 연속으로 달려야 했죠. 꾸준하고 체계적인 훈련 덕택에 15분, 20분 미션은 큰 무리 없이 달성했고, 드디어 30분 연속 달리기에 도전하는 마지막 날만을 남겨두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동안 목표로 해왔던 대망의 D-day에 하필 비가 내렸습니다. 예전 같으면 비가 오니 나중에 하자고 미뤘을 텐데 그날은 포기하고 싶지 않았죠. 그래서 남편과 함께 큰맘 먹고 비를 맞으며 달리기로 했습니다.
처음엔 머뭇거렸는데 일단 비를 한번 맞고 나니, 비를 맞으며 달리는 기분도 꽤 짜릿했어요.
이젠 비가 온다고 달리지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오늘처럼 비를 뚫고 달리면 되니까요. 핑계 대지 않고 스스로와의 약속을 지킨 자신이 정말 뿌듯했던 것 같습니다.
비가 왔기에 오히려 마지막이 더욱 의미 있었고, 진정한 피날레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난 10주를 돌아보면, 달리기를 시작한 건 제 인생에서 가장 잘한 일 중에 하나인 것 같습니다.
달리기를 통해 약해졌던 몸은 튼튼해졌고, 부정적 생각들로 가득 찼던 뇌는 비워지고, 고갈되어갔던 저의 마음은 채워졌거든요. 덕분에 체력과 정신력뿐만 아니라 여러 삶의 교훈들까지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중 저에게 가장 도움이 되었던 7가지를 공유합니다.
1. 멀리 가려면 일정 속도를 유지하라.
항상 지속 가능한 페이스를 유지해야 한다. 그래야 넘어지지 않고 안정적으로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
2. 꾸준히 하면 못 해낼 것이 없다.
무엇이든 처음엔 미숙할 수밖에 없다. 느리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하면 언젠간 반드시 원하는 목표에 도달하게 된다.
3. 기본기는 충분히 다져야 한다.
처음엔 자세, 호흡, 속도, 복장 등 기본기에 충실하자. 지루하지만 기본기가 숙달된 이후엔 복리 효과로 급속도의 성장을 경험하게 된다.
4. 처음에는 좋은 코치가 필요하다.
기본기를 알려주고 체계를 잡아줄 훌륭한 코치를 찾자. (안되면 앱이라도 쓰자). 저도 혼자 무작정 시작했더라면 지금도 1분 뛰기와 포기만 반복하고 있었을 것이다.
5. 스스로 한계를 긋지 말자.
매번 시작할 때마다 '내가 과연 이렇게 오래 달릴 수 있을까?'의구심을 품었지만, 결국 시작하면 해낼 수 있었다. 누가 뭐래도 한계 속에 스스로를 가두지 말자.
6. 함께 가면 더 멀리 간다.
혼자였으면 중간에 포기했을 것 같다. 함께 달려줄 사람이 있었기에 더 꾸준히 할 수 있지 않았을까. 가능하면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하자 (어느 정도 습관이 되면 혼자서도 외롭지 않더라)
7. 핑계 대지 말자.
비가 와도 폭우에 길이 무너져도 달릴 수 있는 방법은 반드시 있다. 스스로 핑계 댈 거리를 만들지 말자.
달리기는 모든 운동의 기본이자, 삶에서도 기본기가 되는 많은 교훈들을 선사해주는 참 좋은 운동입니다.
그래서 저는 앞으로도 계속 달리면서 이 인사이트들을 기억하려 합니다.
이제 30분 연속 달리기에 성공했으니, 점점 기록을 늘려 1시간을 목표로 달려볼 생각입니다. 그리고 나중에 지인들과 실제 마라톤에도 다시 한번 출전하고요. 이번에는 페이스 조절까지 성공해서 안정적으로 완주하고 싶네요! :)
자, 이제 여러분들도 오늘부터 딱 1분만 달려보는 건 어떨까요?
언젠간 멋지게 30분을 달리고 있는 여러분들 만나게 될 거예요.
마지막으로, 요즘 제가 달릴 때 마음속으로 되뇌는 문구로 이 글을 마치려 합니다.
Festina lente
서둘러라, 천천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