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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unnotyoon Oct 05. 2022

결혼"식"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걸 지키기 위해 눈에 보이지 않는 걸 잊는다

  


마지막으로 갔던 결혼식은 고등학교 담임선생님의 결혼식이다.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라서, 같은 반이었던 친구들이 모여 축가를 준비했다. 대학에 가면서 각지로 흩어진 친구들이 선생님의 결혼식을 위해 기차와 버스를 갈아타며 지방으로 모였다는 게 약간은 자랑스럽게 느껴졌다. 그래서 우리 선생님의 결혼식에는 누구보다 많은 정성과 마음이 쏟아져 있다고 생각했다. 신부 대기실에서 만난 선생님은 정말 아름다웠고, 친구들과 나는 이유 모를 감격에 젖었다.


  축가 순서를 기다리며 식장 밖에서 대기하고 있는데, 갑자기 직원들이 분주하게 밖에 전시되어 있던 선생님 웨딩사진을 정리하는 게 아닌가. 친구들과 나는 깜짝 놀라 직원에게 달려갔다. 

“여기 아직 결혼식 하고 있는데요? 저희 아직 축가도 안 불렀어요…”.

  

  그러자 직원은 사진을 치우던 손을 멈추지 않으면서 대충 설명했다. 바로 다음 타임에 예약된 결혼식을 준비해야 한다는 게 이유였다. 한 번의 결혼식에 주어진 시간은 30분에서 한 시간 정도라고. 우리는 직원의 설명이 납득되지 않았다. 지금 식장 안에서 버젓이 결혼식을 하고 있는데, 밖에는 다른 부부의 웨딩 사진이 세팅되는 현장을 보며 말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자본을 위한 효율이 중요하다지만, 이게 최선인 건가.


  그 일을 목격한 후로 나는 더더욱 결혼식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게 됐다. 해치우듯 치르는 결혼식이 어떤 의미를 남길 수 있을까. 결혼식이 사람과 사람이 만나 어떤 기쁨이나 슬픔도 나누겠다고 약속하는 자리라면, 정말 그 마음만이 중요한 거라면, 결혼식의 모양은 아무래도 중요하지 않을 텐데.


  사람들은 가끔 눈에 보이는 걸 지키기 위해 눈에 보이지 않는 걸 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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