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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xx Sep 27. 2017

몬스터 콜

상실을 마주할 사람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스포일러를 포함합니다


밖에서는 학교폭력을 당하고 집에서는 아픈 엄마를 돌보는 소년 코너.

그 나이 때 아이들에게서 보이는 장난스러움, 해맑음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동화 따위는 전혀 믿지 않을 것 같은 무채색의 얼굴을 한 코너에게 밤 12:07 분 몬스터가 나타난다.

창 밖으로 보이던 오래되고 커다란 나무가 몬스터로 변해 코너에게 말한다.

앞으로 너를 찾아와 3가지 이야기를 들려주겠다.

그리고 너의 이야기를 들려줘 그렇지 않으면 널 잡아먹겠어.

코너의 상황은 할머니가 코너에게 던진 한마디로 요약된다.

시키지도 않았는데 싱크대를 닦고 있는 12살짜리가 어디 있니

유일한 보호자인 엄마의 보호자 역할을 해야 했던 코너.




-스스로를 학대하는 아이

교실에서 코너 앞자리에 앉은 남자애가 코너를 쳐다본다. 언제나 코너가 맞기 전 그 남자애와 눈이 마주친다.

몬스터가 세 번째 이야기를 들려주기 전 코너를 괴롭히는 무리 중 하나가 말한다.

왜 내가 뒤돌아볼 때 너는 항상 날 보고 있지?

그리고 몬스터가 찾아온 날 코너를 괴롭히는 아이는 코너의 마음을 알아챈다.

난 널 때리지 않을 거야 왜냐면 그게 바로 네가 원하는 거니까

 

교장선생님에게 그리고 할머니에게 했던 코너의 말

절 혼내지 않으실 건가요?

코너는 언제나 자신을 벌 줄 사람을 찾고 있었던 것이다.


엄마의 고통스러운 모습을 보기 힘들어 엄마의 손을 놓아버린 코너는 스스로를 자책하면서 학대하고 있었다.

자신을 괴롭힐 애에게 뒷자리에서 눈빛으로 신호를 보낸 것이다. 어쩐지 코너를 괴롭히는 애들과 대면했을 때 두려움이 아닌 너무나 확고한 코너의 눈빛이 이해가 갔다.

엄마의 손을 놓은 스스로를 벌주고 있었던 것이다.

엄마의 병세가 악화돼 새로운 약이 듣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된 코너는 몬스터에게 찾아간다.

그리고 소리친다.

엄마의 병이 낫는다며!

엄마를 낫게 해주지 않는다면 날 왜 찾아온 거야!

무표정만 가득하던 소년이 얼굴이 다 젖게 울며 소리치는 순간

몬스터는 말한다.

난 네 엄마를 낫게 해주려고 온 게 아니야. 널 낫게 해주려고 온 거야.

그때까지도 코너가 알지 못해던 자신의 상처를 몬스터는 헤집고 말하라고 다그친다.

그때 말한 코너의 진짜 마음. 누구에게도 꺼내놓지 못한 말을 한다.


"빨리 끝났으면 좋겠어. 엄마를 지켜보는 게 너무 힘들어"


때로는 고통스러운 진실보다 거짓을 선택해 위로를 받는다.

엄마의 고통이 본인에게까지 전해져 차라리 엄마가 빨리 죽어버렸으면 좋겠다는 진실 대신 새로운 약이 엄마를 낫게 해줄 것이고 엄마와 같이 살고 싶다는 코너처럼.




-몬스터가 들려준 3가지 이야기

몬스터가 들려준 이야기들은 아이러니를 담고 있다.

사람을 죽이지 않은 마녀 왕비와 사람을 죽이고 왕이 되었지만 누구보다 훌륭한 통치자

믿음이 부족한 성직자와 아픈 사람을 살려주지 않은 약제사

투명인간이어서 외로운, 하지만 모습을 보이자 더 외로워진 투명인간

이 모순적인 이야기는 엄마의 마지막을 보러 간 코너에 의해서 완성된다.

엄마의 손을 놓아버렸다고 외쳤던 코너지만 엄마의 앞에서 진실을 털어놓는다. 엄마가 가지 않았으면 좋겠어.

인생에서는 명확히 설명하기 어려운 일이 무수히 많다.

세상에는 완벽히 착한 사람도 완벽히 나쁜 사람도 없고, 자신이 하는 일, 신념을 부정하고 있을 수도 있으며, 원했던 것이 원하지 않았던 것이라는 걸 알게 되는 순간도 올 것이다.

엄마의 고통이 빨리 끝나버렸으면 좋겠다는 코너의 속마음이 사실은 엄마가 떠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진심이 되는 것처럼 말이다.



몬스터의 등장은 엄마의 병을 낫게 하지도 아빠와 같이 살게 하지도 복수를 대신해주지도 않는다. 그 대신 아픈 진실만을 상기시켜주고 떠나버린다. 상실을 인정하게 함으로써 앞으로 나아갈 힘을 주게 한다. 성장한다는 건 점점 현실과 상실을 인정하면서 무뎌지고 또 강해지고 앞으로 나아가는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말하는 듯한 아픈 위로의 영화였다.


이 영화를 이끄는 가장 큰 힘은 배우들의 연기였다 무엇보다 주인공 코너역을 맡은 루이스 맥더겔 배우의 연기는 나를 울리는 가장 큰 요인이었다. 그도 어린나이에 엄마를 떠나보냈다고 하니 연기를하며 혹시 마음이 힘들지는 않았는지 걱정도 되었다. 관객들에게 배우의 감정을 스크린 너머로 전달하는 것은 많은 에너지가 따를 일일 테니까.

앞으로 루이스 맥더겔 배우의 연기를 챙겨볼 기대가 크다.



-P.S. 엄마와 몬스터


코너와 몬스터는 엄마의 병실로 찾아간다. 그리고 병실에서 몬스터의 존재를 아는 사람은 두 명이었다.

몬스터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며 감춰왔던 속마음을 꺼내놓고 코너는 엄마의 마지막을 맞이한다.

엄마가 자랐던 방을 쓰게 된 코너는 엄마의 그림을 통해 자신과 똑같이 엄마도 몬스터를 만났다는 것을 알게 된다. 몬스터가 코너에게 들려줬던 이야기를 엄마도 알고 있었다.

죽어가는 자신을 지켜보는 아들의 고통을 알았을까.


몬스터의 목소리를 연기한 리암 니슨이 엄마의 가족사진에 잠깐 등장한다. 두 번 나오는 사진의 두 번째에서 리암 니슨이 소녀를 안고 있는 사진이 잠깐 비춰준다. 아마 영화 뒤에 감춰진 코너의 할아버지 일 것이다.

목소리 연기를 한 배우의 사진을 잠깐 빌려주는 것은 관객을 위한 영화 속 재미였을지도 모르지만, 엄마는 몬스터를 만났을 때 어떤 마음이었을까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 아이였을까 궁금해졌다.

그리고 엄마가 코너에게 했던 말들을 생각해 본다.

몬스터는 코너가 자신을 부른 것이라고 말하지만 어쩌면 몬스터는 엄마가 자신과 같은 상처를 겪고 있는 코너를 위해 불렀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리고 엄마가 만난 몬스터는 누가 불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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