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한 선배님이 내 사주를 봐주신 적이 있다. 자기 주관이 뚜렷해서 고집이 있고, 나다운 모습을 잃지 않고 싶어 하는 성향이 사주에 나타난다고 했다. 나도 스스로를 고집쟁이라고 생각하던 터라 역시 그랬구나 싶었는데, 그 모습을 나다움을 지키고 싶어 하는 성향이라고 해석해 주시니 감사했다. 대신 살면서 이거 하나는 조심하라고 하셨다. 무얼 하든 한 곳에서, 한 가지를 진득하게 해 보라고. 자꾸만 새로운 걸 시도하고 싶어 하는 사주라나. 그걸 이겨내야 뭐라도 이룰 수 있단다.
생각해 보니 내가 좀 진득하지 못한 면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아리송했다. 글 쓰는 걸 보면 한 3~4개월은 재밌게 쓰다가도 익숙해지면 시들해지고, 6개월쯤 되면 다 고갈된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사람이 원래 다 그런 거 아닌가 했었는데, 사주에 그런 성향이 나와 조심해야 한다니 내가 유독 더 그런가 싶기도 했다. 요즘엔 무얼 하든 중간에 그만두고 싶어질 때면 한 번씩 선배 말을 떠올려 보고 진짜 그런가 가늠해 보면서 마음을 다잡는다.
글쓰기만큼은 흐지부지 되지 않았으면 하던 차에 일과삶님이 주최하는 <어른의 글쓰기> 모임을 발견했다. 이거다! 매주 글감이 생긴다는 게 기뻤다. 당분간 글감을 찾아 헤매는 수고를 덜고, 주어진 주제에 대해 생각해 보면서 글쓰기 근육을 키우기 딱 좋겠다고 생각했다. 오늘은 그 여정의 첫발을 떼면서글쓰기에 대해잊었던 각오를 다시금 다지려고 한다.
언젠가 꼭 내 이야기를 담은 책을 내고 싶다.
처음에는 엄마에 대한 그리운 마음을 풀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했다. 기억 속에만 아련하게 남아있던 것들이 글을 통해 형태가 생긴다는 게 참 좋았다. 그리고 종종 예전에 썼던 글들을 다시 읽어보곤 하는데, 과거의 내가 남긴 글들이 현재의 내게 큰 위로와 힘이 된다는 걸 느꼈다.
책을 내고 싶다는 생각을 하다가도 내 글이 책으로 나올만한 가치가 있는 걸까 의구심이 들었다. 그런데 이제와 생각해 보니 다른 누구보다도 나 자신을 위해 책으로 엮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 책이 오랜 시간 힘들고 외로울 때마다 나를 살게 해 준다면 그걸로 족하지 않을까.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마음속에 꿈을 품고 있다 보면 분명 그 방향을 향해 나아갈 거라고 믿는다. 그 언젠가를 위해 작은 습관을 만들어 실천해보려고 한다.
(1) 한 달에 한 권은 글쓰기 관련 책을 읽는다.
글쓰기를 소재로 한 책을 읽다 보면 '나만 이렇게 힘든 게 아니었구나.' 하는 위로를 받기도 하고, 오래 글쓰기를 지속할 수 있는 실질적인 팁을 얻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글쓰기에 진심인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다는 걸 잊지 않고 싶다.
(2) 매일 저녁 글감을 정리한다.
요즘은 글감에 대한 레이더가 꺼진 느낌이 들었다. 한참 재밌게 글을 쓸 때는 생활 곳곳에서 글로 쓰고 싶은 소재가 통통 튀어 오르기도 했었는데 말이다. 저녁마다 하루 동안 있었던 일들을 정리할 겸, 글감이 될만한 것들을 꾸준히 모아 기록해 봐야겠다.
(3) 매일 3줄의 글을 쓴다.
언젠가 한 책방에서 주최하는 매일 3줄 글쓰기 모임에 참여한 적이 있었다. 3주간 매일 주어진 글감에 대해 최소 3줄~한 바닥 정도의 글을 쓰고, 마지막에는 썼던 글들을 모아 작은 책자로 만드는 작업이었다. 작심삼일을 반복해 겨우 완성했는데, 지금 와 다시 읽어보면 내가 이렇게 좋은 글을 썼었나? 하고 놀란다. 매일의 힘, 그리고 짧은 글의 힘을 느꼈던 경험이었다. 이번에도 글감이 주어졌으니 매일 조금씩이라도 쓰는 사람이 돼보려 한다.
나 혼자 하는 약속을 정하는데 꽤나 심각해졌었다. 누가 검사하는 게 아니라니까, 아니 오히려 '나'와 하는 약속이라니까 더 진심으로 지켜내고 싶었달까. 자꾸만 새로운 걸 시작하고 싶어 하는 성향 덕분에 새로운 글쓰기 모임을 하나 시작한다. 글쓰기를 진득하게 해내서 나다운 삶을 나답게 이뤄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