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종현 Jun 28. 2022

넌 방에서 기다려

스웨덴 게이트를 통해 본 국제 왕따 스웨덴

얼마 전부터 전 세계를 강타한 스웨덴에 대한 루머가 있다.

"Vänta på rummet!"

넌 방에 남아 있어.라는 루머인데, 스웨덴에서는 친구가 방문했을 때 식사 시간이 되면 식사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루머다.

말도 안 되는 루머에 많은 사람들이 긴가민가 했지만,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고 대답하는 사람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심지어 스웨덴 게이트라며 소셜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급속히 확산되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건 전혀 사실이 아니다. 혹은 사실이라 하더라도, 70-80년대에 자란 극소수의 아이들이 겪은 일들이고 현재는 없는 일이다. 스웨덴 사람들은 초대한 사람에 대해 상당히 너그러운 편인데 어쩌다 이렇게 친절한 사람들에게 악독한 루머가 생겨난 것일까를 살펴보면 흥미롭다.



스웨덴 게이트: 친구가 저녁 먹을 때 (방에서 혼자 남아) 기다린 적이 있는가?



우선, 특별한 상황이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전혀 다른 접근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자녀의 친구가 저녁 시간이 다 되도록 우리 집에서 놀고 있는데, 자녀의 친구 집에서 저녁을 같이 먹으려고 기다리고 있었다는 상황이 그렇다. 스웨덴에서 저녁 시간은 아주 중요하다. 대부분이 늦게까지 일을 하고 저녁을 따로 먹는 일이 흔한 우리네 상황과는 달리 저녁 전에 집에 도착해 가족들과 함께 저녁을 먹는 건 일상화된 생활패턴이다. 이런 상황에서 친구네 식구들이 저녁을 차려 놓고 기다리고 있을 상대방의 가족들을 고려하는 행위라고 생각한다면, 저녁을 제공하지 않는 것이 전혀 무례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상대방을 배려한 행동인 것이다. 

물론, 그런 경우라도 우리네는 저녁을 먹으라고 강요 아닌 강요를 하는 것이 예절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정해진 스케줄대로 움직이고 일상의 패턴을 중요시하는 스웨덴 사회에서 이런 변칙행위는 오히려 스트레스를 줄 수도 있다.   


그런 상황이 아니라면, 당연히 스웨덴 가족들은 초대한 친구에 대해 식사를 제공한다. 물론 상대방 가족에게 전화를 걸어 사전에 물어보는 건 당연한 일이다.


(혹은, 이건 나만의 이론인데, 친구의 자녀라도 모르는 애가 식사 시간에 끼면 불편해서 일부 어른들이 그랬던 것이 아닐까 싶다. 스웨덴 사람들의 인간관계를 상당히 좁고 깊숙하게 형성되어 이방인이 나타나는 상황을 상당히 불편해하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건, 스웨덴에 살게 되면서 느끼게 되는 비스웨덴 사람들이 비웃는 스웨덴 사람들에 대한 이미지다. 영화나 TV를 보면 스웨덴 사람들은 독특한 행동을 하는 이상한 사람으로 그려지는 경우가 상당히 흔하다. 노래는 항상 전자음이 가득한 노래를 듣고 있고, 남자의 머리는 항상 긴 금발이다. 이상한 노래를 듣고 이상한 행동을 하는 스웨덴 사람들에 대한 영화 속 이미지를 보면서, 왜 서구의 다른 나라 사람들은 스웨덴 애들을 이상한 애 취급할까?라는 의문이 자주 들었다. 이에 대한 정확한 답에 도달한 것은 아니지만, 이것도 하나의 프로파간다가 아닐까 한다. 왜냐면, 중립국으로써 여기도 저기도 속하지 않은 스웨덴이 못마땅했을 것이고, 늘 새로운 사회적 실험을 시도하면 복지국가의 시스템을 선도해 왔기 때문에 서구의 선진국에게는 눈에 거슬리는 아이가 아니었을까?

물론 스웨덴 사람들에게 이상한 구석이 많은 건 사실이지만 이렇게까지 이상한 루머에 휩싸이며 따돌림 당하는 아이 취급을 받는 건 억울한 일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난민이 남긴 작은 쓰레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