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제목: A Little Life (영문판)
작가: Hanya Yanagihara
추천: 문학성이 높은 작품은 절대 아니다. 읽은 만한 가치가 있는가?라고 물으면 애매해진다. 좋은 글은 아니나, 자극적이고 상업적으로 성공하는 책의 공식을 알고 싶다면 작가로서 읽어봐도 좋을 듯하다.
오래전에 읽은 책이다. 꽤나 두꺼운 책이었는데, 700페이지가 넘는다. 영어 제목은 "A Little Life"로 우리나라엔 리틀 라이프로 번역되어 출간되었다. 영문판으로 읽었음에도 가독력은 좋았다. 다만 읽기를 멈춰야 할 정도로 자학의 장면이 너무 많이 나온다. 가독성은 좋았지만 책을 읽다가 스트레스와 긴장으로 멈추는 일을 반복했다. 별인상적이지 않은 문장 때문이기도 했고, 머릿속으로 그리고 싶지 않은 장면들 때문이기도 했다.
주인공의 지속되는 자해 행동은 솔직히 공감을 하기가 어려웠다. 사실 스토리에 등장하는 많은 부분에서 공감을 하기 어려웠다. 예를 들어, 주인공이 히치하이킹으로 목적지까지 가는데 수많은 운전기사들에게 성적으로 학대를 당하는 장면이 그중 하나다. 세상에... 세상의 모든 트럭운전기사를 변태로 만들어 버리는 건 아무리 세상이 엉망이라고 해도 공감하기 어려운 설정이다.
그러나 오락적인 측면, 상업적으로 어떻게 글쓰기가 대중의 관심을 끌고 있는가에 대해 알고자 한다면 작가로서 한번 읽어봐도 좋을 책이다.
이 책을 읽기 전, "Never Let Me Go (나를 보내지 마, 영문판)"를 다시 읽었다. 그래서인지 자연스럽게 두 작가의 문장력이 비교가 될 수밖에 없었다. 한 마디로 이야기를 하자면, 네버 렛 미 고의 작가 가즈오 이시구로에게 미안할 정도다. 비교 가치가 없을 정도로 가즈오 이시구로의 글이 우세하게 좋다. 좋은 작가가 쓴 글은 한 문장 한 문장에 무게감이 있다. 버릴 게 없는 문장의 연속으로 책이 구성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리틀 라이프의 책은 문장 자체가 가볍다. 인기 있는 작가는 되겠지만 좋은 작가는 아니라는 뜻이다. 책이 왜 700페이지가 넘는지도 이해가 되질 않는다. 3분의 1로 확 줄였어도 무방할 스토리다. 그렇지만 오락적인 요소가 가득한 소설은 맞다. 요즘 독서에 게을러져 다시 읽을 거리를 찾는다면 좋다. 시간 죽이기로 읽는다면 말리고 싶지는 않은 책이다.
소셜 미디어에서 워낙 화제가 되고 있어서 뭔가 싶어서 주문해서 읽었는데, 역시 대중의 많은 선택을 받는다고 좋은 책은 아님을 다시금 일깨워 준 책이다. 물론 700 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책을 영어로 읽었다는 만족감을 주는 책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