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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주부 Apr 16. 2018

나를 넘다

내가 좋아하는 마티유 리카르. 그가 신경과학자 볼프싱어와 나눈 대담집이다.


읽다가 의미심장한 말이 있어서 적어두려고 한다. 


마티유가 정신수양을 통해 삶의 질을 바꿀수 있다고 하자, 볼프가 묻는다. 타고난 자질을 없애려고 특별한 정신수양을 해야할 만큼 자연이 우리에게 준 것이 근본적으로 잘못된 것인가요? 질문도 참 좋다. 


마티유는 이렇게 대답한다. 자연이 우리에게 준것이 해롭다는게 아니고 그것이 출발점이라는 말입니다. 자신을 솔직하게 들여다 볼 수 있다면 우리자신이 장점과 단점이 혼합된 존재라는 사실을 인정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사는것이 최선일까요? 이런 질문을 던지는 것은 중요한 일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약점을 드러내고 갈등을 일으키는 감정을 자신들의 성격에서 비롯된 특별하고 소중한 부분으로 여기며 그만큼 자신의 인생을 풍부하게 만드는 요소하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여기고 넘어간다면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너무 쉽게 포기하는 것 아닐까요? 우리가 노력하지 않는 이상 성격적인 특징들은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사실 우리가 정상이라 부르는상태는 출발점 일뿐 우리가 머물러야 하는 목표지점은 아닙니다. 우리는 최적의 상태를 향해 점진적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강이 거기 있는게 나쁜 건 아니지만 내가 그 강을 가로질러 가고 싶다면 강은 나에게 해로운 존재다. 태어난 그대로의 나의 자연적인 특징들은 잘못된 게 없지만 상대를 만나서 그 특징들이 발현될 때는 상대에게 악하기도, 해롭기도, 의외로 다정하기도 할 것이다. 내가 가진 특징들을 장단점이라고 말할 때는 항상 상대가 있을 때다. 


나를 예로 들어 설명해 보자면,  나는 사람을 처음 만나면 즉각적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특성이 있다. 수많은 방법으로 수많은 평가를 순식간에 내리는 것 같다. 그 평가 결과 나보다 우월하면 쫄고 나보다 못해보이면 깔본다. 물론 대놓고 그러는건 아니지만 솔직하게 내 자신을 들여다보면 그런 작용이 은밀하고 신속하게 벌어지는 것같다. 쫄면 내가 기분 나쁘고 깔보면 상대가 기분이 나쁘다. 어떤 나의 특성이 그런 작용을 만드는지는 이름 붙일 수 없지만 내가 가진 특징중 하나라고 말할 수 있을 것같다. 타고났는지 아니면 습득한 건지 모르겠지만 무의식적으로 일어나는 이런 작용은 분명히 부정적이다. 법륜스님은 그저 관찰하라고 한다. 내가 그렇구나 알아채기만 해도 고쳐진다고 한다. 안하려고 하지 말고 그저 알아채고 바라보라고.  안하려고 노력하면 반작용이 생긴단다. 그러니 억지로 안하려고 애쓰지 말고 이런 작용이 올라올 때마다, 내가 또 그랬구나. . 알아채란다. 일주일에 몇시간씩 헬스장가서 운동하듯이 이런 정신수양에도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점진적으로 정진해야한다. 좋게도 나쁘게도 짐작하지 말고, 평가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보이는 그대로의 상대를 만날 수 있다면 나는 두려워하지도 짜증내지도 않으면서 공기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아름다운 영혼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타고난 나를 넘어 더 나은 존재로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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