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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주부 Nov 02. 2020

탈모문제 해결하기

십수 년의 경험

원래는 머리숱이 너무 많아서 탈이었다. 덕분에 짧지 않은 시간 동안 탈모를 겪으면서도 한동안은 심각하게 받아들이지도 않았고 심각성을 깨닫고 나서 방법을 찾아 헤매는 동안에도 남들이 알아볼 염려 없이 무난하게 지내올 수 있었으니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첫애를 낳고 머리가 왕창 빠지는 바람에 그때 사진을 보면 어렴풋하게 누군가가 떠오른다. 황비홍. 탈모라는 건 전혀 염두에 두지도 않았고 지금 생각하면 너무 공공연한 지식인데도 나는 출산과 탈모를 연결시키지 못했고 내가 탈모일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전혀 생각하지 않아서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그런가 보다 하고 지나갔던 거 같다. 출산 후 탈모는 호르몬 때문이라고 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회복이 되었다. 문제는 둘째를 출산하고 나서부터였다. 둘째 때는 이미 그러려니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머리도 일부러 짧게 잘랐고 머리가 빠질 때도 당황하지 않았다. 뭐 또 서서히 회복이 되겠지 하고 방심하고 있었다. 빠졌던 머리는 다시 회복이 됐지만 어느 순간부터 두피가 아팠다. 샴푸를 바르면 두피가 따끔거렸고 머리카락은 엄청 건조하고 많이 빠지기도 했다. 그런데 꽤 오랫동안 그걸 문제 삼지 않고 그러려니 살았다. 그러다가 두피에 문제가 있음을 인정하고 나서 니조랄을 써보기도 하고 비듬 전용 샴푸를 써보기도 했지만 별로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 오히려 유기농 샴푸를 써보니 머릿속 따끔거림이 덜했다. 하지만 그런 종류의 샴푸는 비싸기도 했고 거품도 안나는 바람에 헤프기도 해서 뭔가 다른 방법을 찾고 싶었으면서도 머리가 따끔거리고 아픈 게 두려워서 선뜻 샴푸를 바꾸지는 못했다. 유기농 샴푸는 어떤 종류던 상관없이 별 문제가 없었다. 일단 두피가 편했고 머리카락은 여전히 건조했지만 그건 포기한 상태였다. 그러다가 친구의 추천으로 홈쇼핑에서 파는 탈모샴푸(닥터 포헤어)를 써봤는데 거품도 잘나고 두피 문제도 별로 안 생기고 가격도 훨씬 저렴해서 한동안은 아주 만족스럽게 썼다. 그러는 새에 나이를 더 먹어서 그러는지 두피 문제랑 별개로 탈모가 심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원래 머리숱이 많은 편이라서  다른 곳은 풍성했지만 유난히 앞머리 부분이 많이 빠졌고 이마가 후퇴한다는 느낌 이 들었다. 이제는 탈모가 가장 큰 문제가 되었다.  탈모가 문제가 되자 암담한 기분이 들었다. 아버지가 탈모라서 내가 탈모 유전자가 있다면 여자라고 해도 완전 탈모는 아니라도 탈모문제를 겪을 수 있다고 했고, 두피의 문제라고 하더라도 약 한 알 먹고 고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듯했다. 게다가 나는 두피뿐 아니라 얼굴 피부도 문제가 많았다. 젊어서는 여드름 피부였는데 그때 피부관리를 잘 못해서 그러는지 나이 들수록 피부가 예민해져서 아무것도 얼굴에 바르지 못할 지경이 됐다. 뭘 발라도 몇 시간이 지나면 근질거리고 안 맞는 화장품의 경우에는 피부가 뒤집어지면 며칠에서 한 달 정도를 고생을 해야 잠잠해지는 일도 잦아서 이것저것 나한테 맞는 화장품을 찾아서 시도해보는 일도 쉽지 않았다. 두피와 얼굴 피부가 겪는 일이 다른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고 내가 엄청 예민한 문제성 피부라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피부에 좋은 뭔가를 찾기보다는 피부에 안 좋은 뭔가를 찾아서 빼보기로 했다.


일단 시판 샴푸는 내용물이 너무 많아서 적당한 성분의 적당한 상품을 골라내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내가 직접 만들어 보기로 했다. 인터넷으로 조금 검색해보니 샴푸를 만들 때에는 머릿결에 좋은 여러 가지 성분을 첨가할 수 있지만 첨가되는 여타성분보다  중요한 것은 어떤 계면활성제를 쓰는가 였다. 합성 계면활성제는 피부에 자극이 되는 게 분명했기 때문에 유기농 계면활성제를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공부를 많이 하지 않고 적당한 계면활성제에 몇 가지 머릿결에 좋은 성분을 첨가해서 직접 만든 샴푸는 향도 없고 거품이 나기는 하는데 풍성한 거품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큰 거품이 잘 씻기지도 않았고 머릿결도 엄청 푸석거렸다. 그래도 두피가 편해서 몇 통인가 만들어 썼지만 아무래도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그즈음에 탈모에 좋은 액(녹차 어성초 자소엽)이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어성초? 들어본 적이 있었!  몇 해 전 친정아빠가 피부에 발진이 나기 시작해서 고생을 했는데 누군가가 어성초가 좋고 발라보라고 해서, 아빠는 평소 사용하시던 스킨을 완전히 없애고 어성초액만을 바르셨는데 피부병이 완전히 나았다는 얘기를 들었었다. 엄마한테 물어보니 처음에 얻어서 쓰던 어성초액을 아빠가 효과를 보신 후로는 마당 한편에 어성초를 직접 길러서 액을 만든다고 하셨다. 어성초액을 만드는 방법은 어성초를 통에 한가득 담고 소주를 부어놓았다가 1년쯤 지난 후부터 사용하기 시작하는데 3년 정도 된 것도 있다고 하셨다. 나는 아빠 딸이니 내 피부에도 좋을 듯해서 가져다가 발라봤는데 피부에 좋은 건 별로 느끼지 못했다. 다만 이 용액으로 비누를 만들고 써보고 싶어졌다.


이번에도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보니 비누를 처음부터 만들어 쓰는 건 너무 힘든 일 같아서 포기하고 비누 베이스를 사서 간단하게 만들기로 했다. 비누 베이스도 mp와 cp가 있는데 더 쉬운 쪽이 mp라고 했다. 그래서 주사위처럼 잘라진 mp베이스를 샀다. 베이스를 녹여서 첨가물을 넣고 다시 굳히기만 하면 되는데 그 작업을 하기 위해서 비누 성형틀(실리콘)도 같이 주문했다. 성형틀에 비누 베이스를 넣고 전자레인지에서 1-2분쯤 돌려주면 녹으면서 성형틀 반 정도가 찬다. 거기에 비누 베이스를 조금 더 넣어서 꽉 차게 한 후 다시 전자레인지에 넣고 녹여주면 베이스는 완성. 거기에 원하는 첨가물을 넣는데 이때 나는 어성초액에 보이차액 농축 가루를 풀어주고 비누향과 오일(주로 호호바 오일이나 동백오일)을 잘 섞어서 녹여놓은 비누 베이스에 잘 섞어서 굳혀준다. 내가 구입한 성형틀은 한꺼번에 4개를 만들 수 있다.


이렇게 만든 비누를 사용하고 정도도 지나지 않아서 이마 쪽에 머리카락이 돋아나는 걸 느꼈다. 정말 신기한 일이었다. 믿을 수가 없어서 사진을 찍어서 비교해보기도 했다. 그런데 머리은 정말 빗자루조차 욕하고 갈 정도로 엉망진창이었다. 긴 머리스타일이었는데 빗어지지도 않았다. 그래도 머리가 돋아나니 계속 사용했다. 머릿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찾아보니 비누를 쓰면서 잘 헹구지 않으면 비누찌꺼기가 모공을 막아서 오히려 탈모를 유발한다는 말이 있었다. 비누를 사용하면서부터 탈모가 없어지고 있었지만 그 말이 계속 머리에 남아서 찝찝했고  다른 사람한테 권유하지도 못했다. 그런데 친구들이 내 머리의 변화를 보더니 먼저 물어봤다. 그래서 비누를 나눠줬는데 이게 엄청 인기가 있었다. 너도 나도 달라고 하고 효과가 있다고 했다. 지금은 다들 만드는 방법을 배웠는데 직접 만들어 쓰는지는 모르겠다. 처음 머리카락이 돋아날 때는 엄청 신기했는데 그게 계속 나는 건 아니었다. 웬만큼 채워지고는 멈췄다. 그래도 지금은 머리숱 걱정은 안 한다. 많이 빠지는 건 아닌가 걱정스러울 때가 있기도 하지만 머리카락은 원래 빠지고 돋고 하는 거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머릿결은? 식초로 헹구면 좋다고 했다. 헹구고 맑은 물로 헹궈내면 말짱 도루묵이다. 식초 물에 헹구고 그대로 끝내야 한다. 그러면 빗자루 머릿결을 살릴 수 있다. 누군가는 사과식초를 사용한다고 했다. 나는 삼백초가 나랑 잘 맞는다고 생각해서 코스트코에서 산 5리터 식초 한통을 삼백초가 잠기도록 부어놓고 사용한다. 지금 확인해보니 2018년 6월에 부어놓은걸 반 정도 사용했다. (친구들한테 퍼준게 더 많다. 혼자서 쓴다면 평생도 쓸 만큼 많은 양이다.)


내가 만든 비누는 잘 물러지기도 하고 거품을 잘 내서 사용하고 싶기도 해서 비누망에 넣어서 사용하는데 비누망이라는 게 어떤 걸 사봐도 쉽게 터지기가 일쑤라서 지금은 샤워볼을 풀어서 적당한 길이로 자른 다음 비누를 넣고 양쪽을 잘 묶어서 사용한다. 이렇게 하면 비누도 덜 무르고 무른 부분의 비누가 뭉텅이로 머리에 발라지는 것도 피할 수 있다. 가끔 많이 물렀다 싶으면 대롱대롱 매달아 놓기도 한다. 비누를 머리에 골고루 발라서 거품을 충분히 내고(거품도 아주 잘 난다) 샤워기로 헹구어 낸 후에 세면대에 물을 받아서 식초를 몇 방울 떨어뜨린 후 헹구고 머리를 꽉 짜낸후에 수건으로 말리면 된다.


십수 년 동안에 하나씩 알게 된 나의 노하우다. 다만 이건 완전히 내 두피, 내 머리카락만에 해당하는 이야 일 수도 있다. 내 경우 탈모가 유전적인 이유나 영양상태의 문제가 아니고 예민한 피부(내가 의심하는 병명은 지루성피부염, 아토피 피부염 종류다)가 문제였기 때문에 합성 계면활성제를 피하면서도 두피 자극없이 청결하게 유지하는 방법을 알아내는 게 관건이었던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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