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무엇으로 아는가?
나로 말하면 봄은 원피스다.
어느 날 무거운 겨울 외투를 벗고 원피스가 입고 싶어지는 날이 오면 봄이 오는구나 싶다. 올해는 지난 월요일이었다. 하루종일 기분이 좋았다. 뭔가 몸무게가 1-2킬로쯤 가벼워진 기분이었다. 검은색 코트 검은색패딩 기껏 해봐야 회색코트정도의 차분하고 세련되었던 색감이 갑자기 무겁고 우울해질 때쯤에는 노란색 원피스를 입고 꽃밭에 뛰어들고 싶은 기분이 된다.
봄이 원피스구나 깨닫던 순간은 첫애를 임신했던 봄이었다. 봄이 되었지만 마음이 영 가벼워지지 않았고 오히려 우울해지고 있었다. 너무 이상해서 생각을 거듭했고 내린 결론은 원피스였다. 배가 나오기 시작했고 헛구역질에 얼굴은 빵빵해지고 있었기 때문에 도저히 원피스를 입을 컨디션이 아니었고 원피스를 못 입는다는 것은 봄을 헛일로 만드는 일이었다. 봄에 입는 원피스는 당연히 허리가 잘록한 잠자리 날개같이 가벼운 재질이어야 한다. 애들이 생긴 후로는 더 이상 잘록하지 않은 허리 때문일 수도 있고 아이를 건사하려면 그런 옷을 입을 수 없었기 때문에라도 더 이상 그런 원피스는 입지 못했다.
이제 나이를 먹고 보니 막상 원피스를 입지는 않아도 입고 싶은 마음만으로도 행복해진다. 그런 간질거리는 마음이 먹어진다는 것만도 감사하다. 아직은 무텨지지 않은 마음 덕분에 잔뜩 바람이 들었다가 저녁때쯤 혼자서 푹 꺼져버린대도 봄을 예사롭게 보내지 않아도 되어서 다행이다. 봄은 오는지도 모르게 맞고 싶지 않다. 봄은 떠들썩하고 요란하게 맞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