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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루엔진 Jan 10. 2021

퇴사결심 6일차

있는 그대로를 있는 그대로 보지 않음에 대하여

 19년 9월 17일부터 개인사정으로 많은 고민을 한 끝에 육아휴직을 시작하게 되었을 때 많은 분들은 그 행위를 있는 그대로 인지하지 않았다. 나는 우리 가정 내부 구성원의 한명이자 내 개인적인 원칙에 의해서 결정한 행동이었음에도 아주 가깝게 지내서 이런 내 결심을 알고 있던 일부를 제외하면 다들 다른 관점으로 해석을 하시는 목소리들이 많았다.


 휴직 기간 중간에도 창업을 하려고 쉬러 간다고 하거나, 다른데 이직을 준비하고 있고 실제로 거의 결정되었다는 이야기들이 있었다는 것을 전해듣게 되었는데, 그 얘기를 퍼트리고 다니시는 분을 보니 평소에 나와 별다른 교류는 전혀 없는 분이라는 사실이 그저 황당할 따름이었다....


왜 그러는걸까?


 한참을 이해해보려고 생각해봤지만, 굳이 그 노력을 내가 또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야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의 지점에 도달하니 그냥 지나가는 해프닝으로 생각하고 말게 되었다. 실질적으로 나에게 피해가 오는 상황이라면 적극적으로 대응해야겠지만 인간이라는 존재에게 "뒷담화"를 통해 무언가 자신의 마음 속의 응어리를 푼다는 순기능을 생각했을 때, 내가 지나가는 찰나의 안주거리가 되어주는 것도 뭐 나름 의미있는 일 아니겠는가?



그 당시의 마음은 여기에 정리되어있다.



 퇴사결심 이야기를 작성하기 시작한 이후에도 비슷한 상황을 조우하게 되었다. 나는 내가 작성한 있는 그대로의 마음가짐과 내 생각을 이야기로 전할 뿐인데, 말을 전파하는 사람들 중 일부는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나를 조금 더 가까이서 이해하고 있는 분들은 응원과 격려, 아쉬움, 더 나은 조언을 나에게 직접적으로 해주시지만, 실제로는 나와 일면식도 없거나 평소에 목례 정도나 나누는 분들을 통해서 이야기되는 것들이 다시 돌고 돌아서 나에게 들려오는 일을 겪다보니 글을 쓰는게 매우 조심스러워졌다.


 나는 내가 아니라고 생각하면 무덤덤한 편이기 때문에 상관이 없는데, 문제는 그 얘기들이 돌고돌아 오히려 나를 격려해주시고 안타까워해주시는 나의 직속 관리자분들이 불필요한 스트레스를 겪게 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걱정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난 주는 매일 기록하고 싶었던 주제들이 있었음에도, 회사 생활을 복기하며 즐거웠던 추억들을 다시금 생각해보고 싶었음에도 글을 작성하게 되는 것에 주저하게 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세상에 아름다운 이별이란 존재하는가?

 

 나는 그런 이별도 분명히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못한다고 해서 타인도 그것을 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거나, 내가 할 수 있다고 해서 타인도 그것을 할 수 있다고 착각하는 것이 인간 관계 속에서 우리가 서로를 오해하게 되는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그리고 오직 그 간극을 좁히는 방법은 오직 소통과 대화일 수 밖에 없다.


 또한 내가 여기서 이런 글을 남기는 것을 멈춘다면 불필요한 이야기를 전달하고 다니시는 분들로 인해서 만들어지는 내가 동의할 수 없는 분위기 형성에 내가 오히려 동조하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에 도착하다보니 결국 다시 글을 쓰는 것이 더 나은 소통이자 대화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매일 와이프와 어떤 선택이 최종적으로 올바른 것인가에 대해서 치열하게 대화하면서 좋게 대화하기도, 전투적으로 다투기도 하면서 우리 가족을 위한 최선을 선택을 고민하고 있다. 처음 결심처럼 한동안은 시골로 내려가기 위해서 모든 것을 정리하는 것은 1안으로 상정하고 우리가 살아온 삶과 가치관, 내일을 살아가야하는 방법론에 대해서 정리하고 있지만, 주변에서 유의미한 제안을 해주시는 분들로 인해서 마음이 흔들리는 것도 오늘 이 글을 쓰고 있는 현 시점의 큰 고민이다.


 나의 말도 안되는 상황과 결심에도 좋은 제안을 주시는 분들 모두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내 삶의 운명이 어느 길로 흘러가게 될지는 모르겠으나 인생의 어느 지점에서는 반드시 마음써주심에 보답할 수 있도록 잊지 않겠다는 것을 이 글을 빌어 전하고 싶다.


 오늘은 있는 그대로를 있는 그대로 보지 않음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다가 이 회사를 근무하면서 기록해두었던 2014년 1월 10일에 페이스북의 과거의 오늘의 글을 옮기면서 글을 마무리하려고 한다.


 2014년 1월 10일 (입사 3년차)

 이번 주는 입사한 이래로 가장 충실하게 보내면서도 행복하게 일했던 일주일이다. 그렇게 리더십의 차이에 따라서 팔로워들의 동기 부여 의식과 삶의 질이 바뀔 수가 있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는 그런 어느 하루.
 
 오늘은 쉽게 공개적으로 하지 않는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사람들은 현대자동차 노조에 대해서 그렇게 좋은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다. 높은 연봉을 받으면서 고객들을 기만하는 사람들이라고 평가하며, 현대자동차에 대해서도 좋지 않은 이미지로 평가한다.

 과연 그럴까?

 실무자로서 부끄럽지만 13년도에는 지시사항을 돌파하지 못해서 현장에 의미없는 CRM캠페인을 운영해왔다. 그것이 화살이 되어 반드시 효과적으로 활용해야하는 판촉 TOOL에 대해서 현장 조직에서는 좋지 않는 인식을 가지게 되었다.

 14년도에는 새로운 리더를 맞이하여 그 동안 부족하지만 체험하고 가까이에서 이해했던 현장 조직에 실질적으로 필요하고, 동기부여를 할 수 있는 방향으로 CRM 캠페인을 운영하고자 했고, 본부장님께 보고하기에 앞서 지회장님께 먼저 개선(안)을 설명드리고, 양해를 구했다.

 천천히 내용을 지켜보시더니, 오히려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현장에서의 인식과 개선방향, 작은 용어의 선택으로 좋은 것이 오해를 일으킬 수 있는 부분들을 가르쳐주시면서 좋은 방향으로 나갔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단순 소개 등으로 출고했던 고객이라 지역적으로 멀리 떨어진 사람들은 제외하고 실제로 방문도 하고 만날 수 있는 근거리의 사람들로 지역적인 제한을 함께 준다면 더욱 고객 데이터가 의미있을 것 같다"

 "포상 기준을 다른 방식으로 수정하면, 생산성에 관계없이 동기 부여 되는 측면에서 충분히 의미가 있을 것 같다."

 "현장에서는 작년 문제로 인해 CRM캠페인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으니 공식 협조전에는 해당 내용에 대해서도 일부 기재하여, 현장의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한 부분이 더해진다면 더욱 좋을 것 같다."

 오히려 입사 3년차로써 짧은 경험과 조직에 대한 이해 미숙함을 보완하기 위해 도와주시면서 실질적으로 영업현장에 도움이 되는 방향성을 잡아주시는 모습에서 조직의 발전을 위해서 노력하시는 모습을 느낄 수 있었다.

 나 역시 내 손으로 바로 잡지 못해서 망가진 현장을 다시 세우기 위해서 다시 한번 2014년의 마음을 다 잡을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우리가 경계해야 할 마음 가짐은 "집단에 대한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 이다.

 어느 조직에 가나 잘하는 사람과 못하는 사람은 반드시 존재한다. 그것이 파레토의 법칙에 의거한 인간 군상의 본질이든지 아니든지, 결국 못하는 사람의 합이 큰 조직은 공멸의 길을 향해 나아가고 자연히 도태되기 마련이기 때문에 그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모두가 완벽한 조직이 어디에 존재하겠는가?

 우리 현대자동차는 거대한 조직으로서 많은 역할과 책임을 가지고 있고 그로 인해 같은 행동을 해도 더 많은 질타와 때로는 근거없는 비방에 직면하기도 한다.

 또한 우리 스스로 최선이라고 생각했지만 고객의 입장에서는 쵯너이 아닐 때 다른 조직에 비해 더 큰 오해와 실망에 직면하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믿는다.

 우리 모두 실수를 하고, 우리 조직 내에 분명 최선을 다하지 않는 사람도 있겠지만 유일한 국내 자본의 자동차 회사로서 세계 속에서 당당하게 경쟁하며 대한민국 산업의 중요한 역할을 완수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조직원들이 더욱 많기 떄문에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그 한걸음 한걸음이 전 세계 100년이 넘은 역사를 가진 자동차 메이커들이 현대자동차를 가장 큰 경쟁자이자 위협적인 존재로 인식하게 된 원동력이라는 사실을.

 나는 거대한 조직의 작은 조각에 불과하지만, 그 작은 조각들이 빛나면 전체 조직도 빛날 수 있다고 믿는다.

 아직은 입사 3년차 나부랭이지만, 한걸음 한걸음 성장해서 대한민국 국민 모두에게 사랑받는 현대자동차, 또한 Global Top 자동차 메이커로 만들기 위해서 더욱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어느 불타는 금요일 밤이다.

※ 90편의 글을 적는 중에 항상 하루 전날 글을 마지막에 링크로 남겨두겠습니다. 편하게 좋은 의견들을 많이 남겨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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