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의 초기 설립의 즐거움과 어려움을 돌아보며
세상을 바꿔보고 싶다
누구나 그 크기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이런 마음은 가슴 한켠에 간직하고 산다고 생각한다. 현대차에서의 10년은 나에게 참 많은 도전과 기쁨, 그리고 아픔, 또 새로운 기쁨과의 조우, 하지만 다시 거대한 장벽에 가로막히는 반복의 시간을 통해 대기업이라는 안정적 테두리에서 심리적 안전감을 가지고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30살, 고령(?)의 신입사원으로 입사하여 치열하게 보냈던 현대자동차에서의 10년은 결코 나에게는 잊지 못할 제2의 성장기였고, 언제나 나는 그런 친정에 감사하고 소속과 관계없이 그에 대한 보답을 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이런 치열한 삶의 과정 속에서 만들어진 인연 속에서 재미있는 제안을 받게 되었다.
세상을 바꿔볼 수 있는 비즈니스가 있는데 함께 해볼래?
가설적 이야기만 듣고 나서 처음에는 많이 고민했다. 산업 영역과 관계없이 오프라인과 연계성을 가진 온디맨드형 서비스는 세상이 돌아가는 밸류체인에서의 비효율을 실체적으로 변화시키는 가장 의미 있는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이기는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 목표지점에 도착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
그 이유는 다양하게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구조적인 이유는 아래와 같다.
1) 투입되어야 하는 자본 대비 Break Even Point까지 도달하는데 너무 많은 시간이 든다. 그 과정에서 많은 투자자본이 필요하고, 이 과정에서 초기 멤버들의 지분율의 총합이 자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수준까지 떨어진다. 그 이전까지 의미 있는 특이점을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한데 이 과정은 참으로 고되고 험난한 길이다.
2) 투자자본을 제외해도 실제 비즈니스 모델이 작동하는 과정에서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기 때문에 어느 순간 초기의 가설에서의 생태계 구성원 모두에게 긍정적인 개선을 제안하겠다는 상황에서 차등적 이해관계가 설계되기 시작하고 초기 멤버들 스스로 자신을 속여야 하는 고통스러운 선택에 직면하게 될 수 있다.
그렇기에 개인적으로는 서비스가 작동하기 위해 오프라인에 대한 투자는 필요 없으면서, 직관적 아이디어와 단순한 서비스 프로세스, 고객이 무료로 사용하면서도 즉시 "현금성 이익"이 보장되는 형태가 가장 아름다운(?) 구조이며 개인적으로 이런 서비스가 바로 삼쩜삼이라고 생각한다.
비즈니스 모델이 단순해서 확장성이 없을 것처럼 보일 수도 있고, 만약 "세금 환급"이라는 국가의 세금 관리 방식이 사라진다면 동시에 없어질 수 있다는 취약성은 있을지언정 그건 과세 당국이 환급이 불필요한 수준까지 1원 단위까지 정확한 과세를 한다는 이상적 구조가 만들어지기 전까지는 불가능하다. 차라리 환급 제도를 유지하는 것이 이상적 구조를 만드는데 투자하는 비용 대비 효율적일 것이다.
어느 시점이 되면 카피캣이 나와서 환급 수수료 전쟁이 시작될 수도 있지만 언제나 후발주자는 고객 획득비용을 과다하게 지출할 수밖에 없으며 이러한 전략적 해자를 만들기 위해 빠르게 TVC까지 돌리면서 성장하는 전략을 구사한 삼쩜삼의 실행력에 높은 박수를 보내고 싶다.
대기업에서 실무를 배운다는 것은 이런 구조적인 리스크를 분석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인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기획(안)을 제안하고 실행하는 것이었다. 언제나 내 마음속에서는 진정으로 세상을 바꾸는 혁신은 생태계가 작동하는데 필수적인 역할을 수행하지만 그에 비해 충분히 보상을 받지 못하는 이해관계자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분명히 온디맨드형 서비스 플랫폼이 특정한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크게 대변하는 선택을 설득력 있는 논리와 더 높은 미션과 비전을 제시하며 이해관계자들의 단기 이익을 조금씩 시계열적으로 뒤로 미뤄가면서 일정한 플라이휠까지 만들어낼 수 있다면 반드시 불가능한 꿈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제는 스타트업의 세계에서도 야수 자본주의적 관점의 투자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제는 우리가 만들어가는 가설에 투자하고, 그 꿈을 함께 할 수 있는 리스크를 감내하는 선행적 이해관계자들이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오랜 고민 끝에 결국 못다 한 현대차에서의 내 꿈은 내려놓고 새로운 길을 걷기로 결정했다.
법인을 설립하고 사업자를 등록하고 사무실을 임대하고 경영지원 체계를 미약하지만 최소한 합류한 멤버들이 고민 없이 일할 수 있는 업무환경을 만들면서도 전사적인 전략체계 및 프로세스를 수립하는 그 모든 과정에서 대기업에서의 심리적 안전감을 가지고 성장하는 것과는 또 다른 매력과 두려움을 동시에 경험하면서 오늘도 성장하고 있다.
예전에 대기업의 임직원의 관점에서 브런치에 발행했던 글을 돌아보면서 나 스스로 주장했던 스타트업의 유일한 장점은 짧은 의사결정 거리감과 이를 통해 구조적으로 만들어지는 그 미친 속도감이라는 것이다.
무언가 업무를 하기 위해서 중요한 것은 "자원 배분 투입의 결정"이고, 이는 풀어서 얘기하면 "일할 수 있는 사람과 비용"이며 최종 성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선행적으로 "Why → To-Do" 를 정의하고 하루 단위로 이를 점검하면서 빠르게 실행할 수 있는 "인력 배치"부터가 시작이다.
TF 1번 진행하려면 의사결정 단계별로 복수의 보고와 인사발령, 이해관계 조정이 최상의 Top 레벨에서 찍어 누르지 않는 이상 최소 3~6개월은 걸리는 대기업과 다르게 몇 차례의 아이데이션 과정만 거치고 유선 통화로 서로 정리한 다음 E-mail로 TF를 Kick-Off를 알리면서 시작하는데 일주일이면 되는 속도감은 스타트업, 그것도 초기 스타트업이 가질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경쟁력일 것이다.
내가 안 하면 아무것도 진행되지 않지만, 어쨌든 내가 하기만 하면 빠르게 결정되고 즉시 실행되는 구조 속에서의 하루는 그 밀도가 참으로 다르다. 그 속도에 잡아먹히지 않고 달리기 위해서 되도록 새벽 6시에 일어나서 1시간은 골프 연습을 하고, 영양제를 챙겨 먹으며 건강을 관리하면서도 비워내는 것만이 아니라 목표의 달성을 위해 지식과 인적 네트워크를 통한 채워넣음의 개인의 플라이휠을 잘 관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실무적으로 진행하면서 새롭게 배우게 된 것들은 별도의 글로 발행하여 공유할 예정이며, 우리가 1분기에 변치 않고 끊임없이 Alignment를 해왔던 것을 기록하면서 1분기의 회고의 글을 마친다.
1) 우리는 왜 일하는 가에 대하여 명확히 정의하고 동일한 방향성을 향해 가고 있는가?
2) 자신이 하는 일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기록하면서 "회사의 구조적 역량"을 성장시키고 있는가?
3) 그 과정에서 스스로도 성장하면서 다시 1)에 대하여 명확히 인식하고 더 나은 2)를 만들고 있는가?
우리는 어떤 선택의 지점이 있을 때 언제나 정답은 고객에게 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의사결정의 고민이 생기면 항상 하나의 질문의 기준점을 가지고 결정하자고 얘기하고 있다.
그린도트의 지금 이 선택이 고객 UX 개선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가?
22년 1분기는 이 부분에 대하여 미약하지만 최소한의 성과는 도출되고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2분기부터는 현재까지 만들어진 가설과 파트너십 관계들의 이해관계 조정을 기반으로 실체적 Product의 MVP를 만드는 것과 더불어 성공적인 Seed IR을 준비하여 부족한 실탄을 보충하는데 우선 목표가 있다.
다만, 이 과정에서도 자신이 맡은 전문적 직무가 다를지언정 우리 그린도트의 스피릿과 모든 행동에 고객 UX와 올바른 공동체의 혁신을 주도한다는 바이브를 불어넣는 것이 개인적인 내 역할이 될 것이고 이를 초기부터 구조화하여 체계적으로 작동할 수 있게 하는데 노력해볼 예정이다.
아, 그리고 언제든지 투자에 관심이 있으시거나 또는 그린도트에 초기부터 합류하고 싶은 좋은 분들의 연락도 환영하니 편한 방법으로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 이메일 : ray.park@greendote.co.kr
■ H.P : 010-2104-4232
[덧붙임]
가장 적은 비용으로 구성원들이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가성비 좋은 투자는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나름 대기업(?)에서도 쓰는 사원증 케이스를 개인 비용으로 구입하여 지급했다. 언젠가 이익현금흐름 기반으로 "입사 패키지"를 최대한 단기간에 만드는 것이 목표지만, 그 이전까지라고 All or Nothing 이라고 생각하고 그냥 공유오피스에 주는 출입증을 사용할 필요는 없지 않겠는가?
기대 그 이상으로 예쁘게 만들어진 로고와 사원증 케이스의 흰색의 콜라보가 잘 어울려 의도하지 않았지만 "자연스럽게 예쁜 사원증 착용 방법"이 자연스럽게 도출되었다.
그날까지는 각 직무 PO가 본인 직속의 직원이 신규 채용되었을 때 개인적으로 구입하여 사전에 제작된 명함과 함께 지급, 최초 온보딩 면담에서 "어깨도 조금 으쓱"하면서 우리의 예쁜 명함을 활용한 사원증 세팅방법을 설명해주면서 자연스럽게 아이스 브레이킹을 하는 것도 좋지 아니하겠는가? 그래도 사람은 댓가를 바라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다른 사람에게 무언가를 받으면 마음이 조금은 따뜻해지지 않겠는가? (아닌가...? PO들이 싫어하려나...?)
언젠가는 사원증 케이스에 로고를 직접 프린트해서 주문하는 날(100개 정도 동시 주문하면 해주는 곳도 있으니, 100번째 사원이 들어오는 날 기념 퍼포먼스로 해봐도 좋을 듯)을 빨리 만들어내길 기원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