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Yoon Mar 12. 2023

Someone else's problem

 

살면서 내가 얻게 된 인생의 보너스 같은 행운은 보통 평범한 이들의 확률과 비슷하려나. 나도 그들처럼.

아주 간혹 사게 된 로또의 5000원 당첨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희박.

수천 개의 커피 쿠폰을 마구 쏘아대는 모바일 행사는 그래도 그것보다 종종.

나름의 글솜씨를 발휘하여 좋아하는 이와 함께 가고 싶었던 방청권 당첨은 인생에 딱 한 번.

  어떤 특별한 일들은 남들 앞에 첫 번째가 되기 싫은 것들도 있다.

첫 빠가 되는 순간 모든 염려와 원성을 한 번에 감당해야 하거나 모든 과정과 절차를 허투루 하지 않고 꼼꼼히 매뉴얼대로 실행해야 하는 경우.

욕을 처먹지 않기 위해서는 적당히 너무 나대지도 눈치 없이 너무 늦바람 나지도 않아야 한다는 인생의 진리.

적당이 중간의 위치에서 남들 눈치에 따라 무명의 덕후로 지내는 인생이 순조로울 때가 많다는 거겠지.


 예기치 못하게 7일간의 일시정지.

 실내마스크 해제를 기뻐하며 벗고 다닌 '나의 방심이 가장 바쁜 3월 초 다른 이들에게 민폐를 끼치게 되었다. 남들은 "이제야?"라며 반응하지만, 그렇다. 이 늦바람이 새 학기초 "첫빠"라는 명예스러운 타이틀을 내게 안겼다. 몸이 아파 정신이 혼미한데 처리해야 할 업무의 데드라인이 하필 자가격리 기간과 딱 맞게 겹치다니 이것도 보통 이들의 머피법칙과 비슷할 확률인 건가? 하필 마스크를 벗고 지낸 기간 동안 코로나에 걸려서, 약기운에 제정신이 돌아올 쯤이면 나로 인해 학생들이 전염된 건 아닐까는 불안과 제발 그런 불행은 나에게 생기지 않게 해달라고  코로나를 핑계로 냉담한 내가 하느님께 일말의 죄책감이 생기는 일 따위는 만들지 말아 달라고 기도를 하며.

 이 불쌍한 중생 같으니라고. 생애 처음 써보는 유급휴가를 이렇게 불안과 염려로 방구석에서 늙어가고 있다. 신이 주신 보너스를 사전에 조율할 여우짓도 못할 거였으면 철판이라도 깔고 즐기기라도 할 것이지...


 고기도 먹어본 자가, 놀아본 자가, 인생의 보너스도 여러 번 받아본 자가 즐길 줄 아는 게 맞나 보다. 여전히 나는 내 일상의 내비게이션이 이동경로를 이탈하면 계획에 없던 불확실성에 대한 불안을 잠재우려 굉장히 많은 생각을 반복한다. 그 불안을 잠재우는데 도움이 되는 것들도 있겠지만 유리멘탈을 보완하기 위한 내 자기 방어기제가 나를 쉴세 없이 '생각과잉'의 굴레에 가둬놓는다.

  그 불안을 극복하기 위해 나의 생각에 집중하게 되다 보니 시간이 지나고 보면 막상 그 당시의 실제를 충분히 경험하지 못한 나를 발견하곤 한다. 충분히 그 시간을 받아들이고 느껴야 하는데 나는 그 순간을 지나가는데 온갖 에너지를 쓰는 것이다. 그 순간이 행복한 시간이든, 공포스러운 시간이었든. 항상 그 앞을 미리 준비하고 나가다 보니 그 당시의 현재를 놓치곤 한다.


내가 노력하지 않은 행운에 대해서는 그다지 욕심이 없다. 보통의 평범한 사람처럼 내게 주어진 그 흔한 시간과 기회들에 대해서 내가 너무 앞만 바라보며 지금의 시간을 불안과 염려로만 바라보고 있는 건 아닌지.

방구석에서 7일이란 사색의 휴가를 얻은 내가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The present is now."




작가의 이전글 인생을 숙제로 살지 않기 위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