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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on Oct 04. 2023

내 인생에 불안은 왜 없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걸까?

가끔 타인의 눈에 비친 나는 어떨까 하고 스스로에게 물어보고 싶은 날이 있다.

'비이성적이고 비통제적인 내 기분이 고스란히 냉소적이고, 시니컬한 태도가 되어 내 바닥을 남들에게 드러내지는 않았을까?

나의 오만과 성급함으로 드러낸 나의 무지가 어쩌면 나를 더욱 초라하게 하진 않을까?

어색한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 내가 남들에게 괜한 불청객이 된 것은 아닐까?'


헛똑똑이, 독단적 행동주의자, 투덜이, 생각보다 속 좁은 인간..

스스로를 복기했을 때 어쩌면 거북스러운 내 이미지들을 스스로 가장 잘 알고 있는지도 모른다.

한 번도 진지하게 이런 나의 고민과 염려를 누군가와 함께 나눠본 적 없고, 어쩌면 누군가의 쓴소리를 쿨하게 받아넘기지 못하는 나의 소심함이 내 귀를 닫게 만들어버렸는지 모른다.  


'1년 동안 별다른 연락 없이 지낸 친구들에게 먼저 선뜻 연락하여 안부를 묻거나,

1년간 원팀으로 별 탈 없이 학기말까지 잘 마무리를 하고 헤어져도 사적인 친분이 없는 동료들에게 다음 해에 특별한 이유 없이 먼저 연락을 해본다거나,

몇 년이 지나 연락이 뜸한 동료들에게 굳이 나의 결혼 소식을 알리거나,

어렸을 적부터 동갑내기 사촌들과 존심상하게 비교하던 이모들의 집안 경조사에 굳이 참석을 하는 일 따위가..'


나에겐 그리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도 이런 나의 속좁고 예민한 사회성이 한몫을 하고 있다. 남들의 생각을 별거 아니라고 치부하면서도 은근히 신경 쓰이는 이중적인 내 모습이 참으로 피곤하긴 하다.


더욱이 요즘은 내 감정이 복잡다단하게 불균형적으로 흐르는 느낌이다. 타인과 일상에 대한 관심을 공유하는 small talk보다 혼자 멍 때리며 생각을 하는 경우가 많고, 그다지 친분이 있지 않은 사람들과는 굳이 대화를 섞고 싶지 않다. 혼자 동 떨어져 멍한 시간을 갖는 것도 그렇게 나쁘지 않다.

 오랜 시간 너무 한 곳에  몰입하면 나도 모르게 내가 봐야 할 것 이상을 생각하고, 그 위에 허상을 씌우기도 한다. 내 고민과 문제들은 한없이 무거워지고 내가 해결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무력해진다. 지금 내 주변에 있는 사람과 일, 관계와 감정을 온전히 느끼지 못한다. '불안'에서 오는 멘탈의 붕괴가 일상의 집중도를 떨어뜨리고, 타인과 내 삶을 비교하며 좌절하거나 타인의 행복과 여유가 고깝게 여겨진다.


가족의 일원에게 생긴 축복이 나의 행복을 빼앗아간 건 아닐까 괜히 억울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지극히 내 주관적인 감정이고, 괜한 내 넋두리지만 내 상황에서 누군가를 향한 한풀이는 나름의 내 변명이다. 이런 내 심보도 꾀나 꼬여 있구나 생각이 들다가도 인생의 과제를 하루빨리 통과하고 싶은 중압감에 매일 악몽을 꾸다 일어나는 당사자가 아니면 알지 못한다. 지극히 현실과 맞닿아 있는 나의 문제와 고민은 이제 막 스타트를 기다리는 어느 커플의 버진로드 따위는 관심 밖인걸 어떡하나.

타인의 삶과 그들의 선택이 내 것보다 한없이 가볍다 생각하면 안 되는데... 더욱이 가까운 이들을 향해서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 나의 오만과, 남들이 하는 생각과 행동이 같잖다고 생각하는 내 소인배 같은 마음씨가 도통 기도와 반성으로도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


불안을 어떻게 내 곁에 두어야 할까?

예민한 성격이 내 얼굴에 고스란히 드러나는 것을 알아차릴 때쯤...

일상의 불균형과 감정의 치우침이 유독 심해졌다고 느낄 때쯤...

내가 참 많이 불안해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

그동안은 내 의지와 능력만큼 노력을 통해 웬만큼 해결할 수 있었던 일들이었다면 결혼 이후 스펙트럼이 다양해진 여러 가지 삶의 문제에 나는 여전히 하수임에 틀림없다. 짜증과 불만 섞인 일상의 동요를 고스란히 남들에게 드러내고 있는 내 모습이 참 많이 부끄럽기도 하다.

앞으로도 새롭게 마주할 많은 문제와 난관을 나는 과연 어떻게 받아들이고 헤쳐나가야 할까?

하나님께 늘 평화와 안식만을 달라 기도할 순 없다. 항상 양지에서 올곧게 자라난 화초도 아닐뿐더러 철이든 어느 순간부터는 내가 도저히 닿을 수 없는 또 다른 여러 계급과 질서와 세계가 존재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때로는 절망일 수도 있었으나, 지금 내가 있는 이곳을 연옥쯤으로 해두자.

지금, 여기서, 행복할 것....

딱 이 자리에서 계속 나아갈 것. 위를 바라보며 부러워하지 않고, 아래를 내려다보며 오만 떨지 말 것.

또렷이 내 현실을 마주하면, 그 길을 따라 계속 걷다 보면 어느새 익숙한 친구가 하나둘 생기겠지...

'당신의 인생이 왜 힘들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쇼펜하우어의 말처럼.

내 인생 속에 불안은 왜 없어야 한다고 나는 자만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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