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다른 결의 돌잡이

by 정병진

태어난 지 딱 1년째 생일이 되면 한국은 아기에게 돌잔치를 해줘. 결이도 마찬가지였지. 그런데 엄마 아빤 여느 돌잔치와는 조금 다른 시간을 너와 보내고 싶었단다.


보통은 홀이나 파티 장소를 예약하고 지인들을 돌잔치에 초대해서 떠들썩한 프로그램을 진행하지. 잔치이니만큼 맛있는 음식도 손님들께 대접하고 서로 안부도 묻는 즐거운 잔치를 벌여.


하이라이트는 돌잡이라는 일종의 세리머니(ceremony)야.


청진기나 망치, 만년필 혹은 돈과 실 등을 돌상에 올려놓고 아기가 어떤 물건을 손에 쥐는지 지켜보는 거지. 청진기를 잡으면 의사, 망치는 판사, 뭐 그런 식이야. 만년필? 교수란다. 돈은 경제적인 부자를, 실은 오래오래 사는 장수를 의미해. 아이가 엄마 아빠보다 풍요롭고 안정적인 미래를 살아갔으면 하는 바람에서 저런 전통이 이어내려온 것 같아.


조금 다른 결의 돌잡이


우리 집안 첫 돌잔치는 너의 외가인 부산에서 조촐하게 치렀어. 대천 할머니, 할아버지랑 부산 할머니, 할아버지가 참석하셨지. 너무 많은 손님이 찾아오면 너와 우리 가족에게 집중할 시간이 별로 없을 것 같았어. 손님들 치르느라 다들 고생은 고생대로 하는데 정작 중요한 우리 가족들이 소외되면 안 된다고 생각했거든. 그때가 2013년이었단다.


온 가족이 맛있는 음식을 준비했어. 엄마는 결이가 태어난 뒤 모아온 사진들을 정리해 영상을 만드셨지. 아빠는 돌잡이 세리머니를 준비했어.


아빠는 청진기나 돈도 좋지만, 그보단 결이가 성경 말씀을 붙들고 사는 게 가장 잘 사는 거라고 생각했어. 한국에선 흔히 '잘 산다'라고 하면 돈이 많아서 풍요롭게 사는 삶을 가리키거든. 하지만 성경 말씀은 삶을 변화시키는 강력한 힘이 있지. 말씀 붙들고 살면 결이가 이 험난한 세상을 지혜롭게 헤쳐갈 수 있을거야.


네 돌잔치에 참가하는 가족 한 사람 한 사람이 한 달 동안 기도한 뒤 각자 성경 말씀 한 구절씩 찾아 아빠에게 알려주셨어. 그걸 알록달록한 색지에 인쇄해 네 앞에 두었지.


결이가 무슨 말씀을 붙잡았을까?


"나의 힘이신 여호와여 내가 주를 사랑하나이다 여호와는 나의 반석이시요 나의 요새시요 나를 건지시는 이시요 나의 하나님이시요 내가 그 안에 피할 나의 바위시요 나의 방패시요 나의 구원의 뿔이시요 나의 산성이시로다" -시편 18장 1-2절-


지금 아빠에게도 큰 힘이 되는 말씀이네. 독일에 이민 오면서 초반에 아빠 엄마가 어려움이 많았거든. 너도 아마 알거야. 하지만 아빠 엄마가 무너지지 않았던 건 바로 저 말씀 때문이었어. 아무리 내게 힘든 일이 찾아와도 나를 언제나 지켜주시는 하나님이 계시다는 걸 믿으니까, 뭐든 할 수 있겠더라고.


결, 이 말씀 기억하니? 아마 못 하겠지. (웃음) 이제부터라도 결이가 무엇이든 두렵거나 무서운 일이 생겼을 때, 이 말씀을 꼭 기억하렴. 하나님께서 언제나 네 곁을 지키신다는 걸 잊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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