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소리 지르기 싫어"

by 정병진


네가 딱 5살 때였어. 부모님들 모임을 비롯해 여러 첩보로 전해들은 바에 따르면 넌 유치원에서 어떤 친구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어. 그래서 물어봤지.


-결아, 유치원에서 어떤 친구가 힘들게 해?

"응. 자꾸 나한테 소리질러. 다른 애 한테 나랑 놀지 말라고 해"


보니까 네가 엄마한테 조금 더 자세하게 이야기를 털어놓았더구나. 얼마나 억울하고 답답했을고.

-아빠가 그랬잖아, 누구든지 부당하게 널 건드리면 강력하게 저항하고 너도 맞서 소리치라고. 아니 넌 가만히 있었던 거야?
"나는 친구에게 그렇게 소리치고 싶지 않아"


네 입장은 그랬어. 다른 친구가 아무리 화를 내고 까칠하게 굴어도 너 자신은 "소리지르는 게 싫다"며 본인이 아닌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었어. '똑같은 사람되기 싫다'는 논리와는 결이 다른 너만의 판단 기준이 있었다는 게 너무 기특하더라.

앞으로 김나지움 혹은 대학 가서도 관계의 어려움은 툭툭 다가올 거야. 딸래미 안쓰럽고 걱정되는 건 당연지사지만 아빤 "난 그러기 싫다"며 자신 만의 기준을 만들어 그걸 지키려 했던 네 모습이 너무 좋아.


너를 보며 아빠도 마음을 다잡는다. 딸로서가 아니라 정결이란 사람에게서 인간적인 신뢰감을 느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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