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대부터 쌓으세요 3
각종 실무 스터디·학원 수강, 더 넓게는 여행을 떠나거나 책을 읽고 TV 프로그램을 보는 모든 활동은 아나운서, 기자, PD가 되려는 취준생에게 도움을 줍니다. 언론사 인턴 활동은 실무를 배울 수 있는 소중한 기회죠. 정치인 캠프에서 선거를 경험하고 블로거로 활약하는 등 '세상과 소통하며 쌓은 모든 경험'은 전부 방송 프로그램의 소재가 되고 기사 발제 아이템으로 발전합니다. 이런 매력 때문에 언론사 지망생들이 안정적이지만 단조로운 직장보다 신문·방송국을 선호하는 게 아닐까요?
문제는 입사 준비의 토대를 제대로 갖추지 않았을 때입니다. 자소서가 입사 준비의 터파기 작업에 해당한다면 토익과 한국어 점수 획득은 터를 덮는 정지 작업쯤 됩니다. 토익과 한국어 없이 골조를 세우면 건물 전체가 흔들립니다. 지금부터 왜 그런 건지 간단하게 짚어보고 어떻게 점수를 만드는 게 좋을 지 살펴봅니다.
외국어 실력은 '날개' 외국어 점수는 '계륵'
한국어를 제외한 다른 언어에 능통한 역량은 어느 언론사라도 우대할 만한 조건입니다. 해당 외국어를 잘하는 지원자야 뭐 외국어능력시험을 보면 백전불패 고득점이 나오겠죠. 이런 아웃라이어들에게 외국어 실력은 입사 가능성을 한껏 높여주는 날개입니다.
하지만 그 외의 대다수 지원자들이 외국어 실력을 보여줄 만한 방법은 토익이나 토익스피킹 정도입니다. 토플 점수도 좋지만 보통 유학 갈 요량으로 따놓지 않는 이상 토플은 토익보다 공부해야 할 양이 많고 어렵습니다. 시험 모듈도 여럿입니다. 한 번 치는 데 20만 원 안팎의 응시료가 듭니다. 빠듯한 수험생들 입장에선 여러 번 응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죠.
그렇다면 만만한 토익을 빨리 끝내야 할텐데요. 이게 또 막상 토익을 쳐보면 생각보다 점수가 잘 나오지 않습니다. 취준생들 사이에서는 850~900점 이상 획득해놓으면 보통 '무난하다'고 평가합니다. 합격자들의 점수가 보통 그렇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600점대나 700점대 학생이 800점대를 넘어 900점에 다다르기까지는 쉽지 않습니다. 한두 달 혼자 몰입해 공부하더라도 학교 공부나 알바를 병행해야 한다면 학습량 자체가 모자라 점수가 나오지 않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매달 토익을 보며 안간힘을 쓰고 있는 가운데 느닷없이 공채가 뜹니다. 그것도 여러 회사가 동시다발적으로 신입사원을 모집합니다. 안심할 만한 점수를 확보하지 못한 지원자가 공채에 응시할 경우 토익이 자꾸 눈에 밟히게 됩니다. 공채에 집중하지 못하죠. 공채 전형이 보통 1~4차 혹은 최종 5차까지 진행되는데, 토익 시험 날짜와 중간 전형 날짜가 겹쳐서 공채를 포기하고 토익 보러 가는 친구들도 한둘이 아닙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토익이 입사 준비의 토대라는 겁니다. 토익 자체가 중요하다기 보다는 토익 점수 준비 때문에 정작 더 중요한 공채 전형에 집중을 못하는 거죠. 토익은 어디까지나 '필요조건'입니다. 설령 점수가 없다 하더라도 다른 역량이 뛰어나다면 합격은 충분합니다. 하지만 대다수 지원자들에게 토익은 심리적 압박감을 주는 골치 아픈 과제입니다. 토익 고득점을 하루빨리 완수하고 다음 준비를 해야 합니다.
저는 친한 후배들에게 기탄없이 '그냥 토익학원 가라'고 조언합니다. 가장 잘 가르치는 학원 가서 2달 집중적으로 토익만 파라고 말이죠. 1년 내내, 아니 입사 할 때까지 계속 토익 붙들고 씨름하기 보단 전문가한테 가서 방법론 익히고 단 시간에 점수를 확보하는 게 훨씬 경제적·효율적이기 때문입니다. 토익 점수 해결책이 '학원'이라니 살짝 김 빠지는 느낌이 드나요? 제가 외국어 전문가는 아닌지라 그건 한계라고 인정합니다.
그런데 저도 학교 1학기 휴학하고 2달 간 토익만 파 650 받던 점수를 890점까지 올린 경험이 있습니다. 점수를 받고 보니 이게 효율적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왜냐하면 학기 중 독학으로 토익을 1년 간 공부해보니 650점 받던 점수가 고작 655점으로 '5점' 올랐거든요. 그 충격에 용돈 탈탈 털어서 학원 문을 두드렸던 기억이 납니다. 나중에 만료된 점수를 갱신하고자 재시험을 칠 때도 한 달 학원 다니고 시험을 봤습니다. 915점이 나와서 토익 학원 중간에 바로 수강 종료했습니다.
나 한국인 맞나? '방법은 있다'
한국어 점수가 언론사 준비생 발목 잡는 원리는 토익과 동일합니다. 점수는 보통 2- 등급 이상을 목표로 잡습니다. 한국어 점수도 쉽게 나오지는 않는 편인데요. '무급'이 나오거나 자꾸 해도 점수가 안 오를 경우 '나 한국인 맞나?' 하는 자괴감에 빠지기도 합니다. 이건 그래도 구체적인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다음 카페 '아랑'을 적극 활용하는 겁니다.
언론사 입사 준비생이라면 다음 카페 '아랑'의 정회원 가입은 필수입니다. 각종 유용한 정보가 가득하고 무엇보다 실력 있는 지원자들이 스터디원을 모집하는 구인광장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스터디 잘 만나면 최종까지는 무조건 가는 실력자들과 정보를 공유하며 실력도 쌓을 수 있습니다.
그 스터디 중 KBS한국어능력시험 일정에 맞춰 모집하는 스터디에 들어가시기 바랍니다. 바로 '취합 스터디'입니다. 한국어시험 첫 회부터 최근 회차까지 기출시험 문제와 해설을 공유하는 스터디인데요. 어휘나 어법, 국어문화만 집중적으로 공부합니다.
스터디 모집자가 전체 회차를 열거하고 지원자를 모집합니다. 참가 희망자는 자신이 갖고 있는 기출문제의 회차에 지원합니다. 그러고나서 해당 회차의 기출문제 중 어휘와 어법, 국어문화의 문제 및 해설을 아래아한글 등으로 정리합니다. 이걸 스터디 모집자에게 보냅니다. 모든 참가자의 기출문제 정리 파일을 모으게 되면 스터디 모집자는 한 개의 파일로 취합합니다. 이걸 압축해서 다시 전체 참가자에게 뿌립니다. 여기까지가 취합 스터디입니다. 보통 '한국어 취합 합니다'라는 제목으로 스터디 게시판에 올라옵니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KBS한국어능력시험이 '문제은행' 식이기 때문입니다. 지난달 시험에서 보기로 나왔던 어휘나 어법이 다다음달 치르는 시험에 문제로 출제되거나 해설에 소개된 예시가 다음 회차 시험의 문제로 등장하는 겁니다. 따라서 어휘·어법, 국어문화를 따로 모아 모조리 외워버리면 해당 모듈에서는 만점 가까운 점수를 얻게 됩니다. 이 모듈들은 이해가 아니라 외워야 하는 파트니까요.
쓰기 영역은 잘 공부해두면 논술이나 작문 쓸 때 유용합니다. 역으로 논술이나 작문 잘 쓰는 친구들은 쓰기 영역 점수가 높은 편입니다. 글을 구조화하고 여러 갈래로 분석해볼 줄 아는 능력을 평가하는 모듈이기 때문입니다. 창안이나 기타 지문을 읽고 문제를 푸는 모듈은 수능 EBS 비문학 독해 문제집 등을 활용하면 무난합니다.
문법을 확실히 한 번 더 정리하려는 분들은 7급 재정국어 문법 파트만 담긴 문제집을 사서 2~3회독 하시는 걸 추천합니다. 재정국어는 공무원 시험 대비용으로 노량진에서 많이 보는 문제집인데요. 참고로 강사 이름이 '재정'이라 문제집 이름이 재정국어입니다.
제가 앞서 대학생 때 휴학했다고 말씀드렸죠? 저는 남은 휴학 기간에 여러분께 소개해드린 방법으로 한국어능력시험을 공부했고 2+ 등급을 확보했습니다. 이런 노하우들은 저 혼자만의 경험이 아니라 제가 소속했던 대학 언론사준비반 선배들의 경험을 전해 듣거나 제가 직접 경험하고, 타학교 학생들로 구성된 꽤 많은 스터디를 진행하면서 얻은 것들입니다.
외국어와 한국어 점수를 최대 6개월 안에 해결해놓지 않으면 입사 준비 전체 스텝이 꼬입니다. 여기에 자소서는 첫 단추이자 최종 합격할 때까지 업데이트해야 하는 장기 과제입니다. 어느 것 하나 소홀하게 여기지 마세요. 토대가 흔들리면 상부구조는 불안정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