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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홀로움 Jul 20. 2024

완벽한 하루

적극적 딴 짓

삶의 신비를 찾고 버티기 위해

적극적 딴 짓을 하는 나를 돌아보며

나무라지 않고 끌어안는 중


빛 쪽으로 한 걸음 더 내딛자며 손잡아주는 듯한 안희연의 시집 [당근밭걷기]


사무치게 소중한 일상을

충만하고 생생하게 그리는

[패터슨]과 같은 결의

아름다운 영화 [퍼펙트 데이즈]


서로의 눈동자 속 별을 바라봐 줄

그대들이 있기에 이대로 충분한

John Lucas의 음악 [It's a Wonderful Life]


존재가 깃털 같아지는 순간

작은 입김에도 날아가버리지 않게

나의 누름돌이 되어주고

귀를 배지근하게(어떤 말이 귀에 쏙 들어온다)하고

천천히 고요함으로 물들이는 

책과 음악과 영화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오늘을 그저 맛보고(심지어 달콤하게 느끼게 홀리고)

눈여겨 보게 하고 견디게 하는

곳곳에 숨겨 둔 많은 샘 중 하나임을...    


[당근밭 걷기 / 안희연]

여기서부터 저기까지가

모두 나의 땅이라 했다.

이렇게 큰 땅은 가져본 적이 없어서.

나는 눈을 감았다 뜬다. 있다.


무엇을 심어볼까.

그게 뭐든 무해한 것이었으면 좋겠다.

눈을 감았다 뜨면, 무언가 자라기 시작하고.

나는 기르는 사람이 된다.


주황은 난색暖色이에요.

약동과 활력을 주는 색.

그는 내가 머잖아 당근을 수확하게 될 거라 했다.


나는 내가 바라온 것이 당근이었는지

생각하느라 잠시 휘청했으나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만큼

미세한 쏟아짐이라 믿었다.


하지만 당근은 보고 있었네.

나의 눈빛. 번뜩이며 나를 가르고 간 것.

나의 당근들, 흙을 파고 두더지를 들였다.

눈을 가졌다.


자루를 나눠드릴게요.

원하는 만큼 담아가셔도 좋아요.

혼자 먹기 아까운 당근들,

수확의 기쁨을 누리며 떠나보낸 땅 위에서

이제 내가 마주하는 것은 두더지의 눈


나는 있다

달빛 아래 펼쳐지는 당근밭


짧은 이야기가 끝난 뒤

비로소 시작되는 긴 이야기로서  





https://youtu.be/Aq_E2smECEU?feature=sha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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