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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즈플 Nov 25. 2023

층간소음의 흉터, 편두통

편두통의 시작 3

1편 : 층간소음이 걱정이다. 

2편 : 소음이 원수? 이웃이 원수? 



결국 집에 들어가 저녁밥을 모두 토하고 잠든 저는 다음날에도 학교를 가지 못했습니다. 두통이 멈추질 않았거든요. 삼일 내리 두통으로 고생하다가 응급실에 갔더니 내려진 병명은 '스트레스성 두통'


예민함으로 인해 생긴 질병으로 보인다며 정신과로 연계되었습니다. 의사 선생님은 학교에서 힘든 일이 있는지,  친구나 성적 스트레스는 없는지 물었습니다. 원인을 찾을 수 없으니 그저 서울에 올라와 적응이 어렵다고 결론이 났고, 머리가 아플 때 먹는 마약성 진통제를 처방해 주었습니다. 


이때부터입니다. 저의 지옥 같은 편두통은. 급작스럽게 찾아오는 증상은 일반 편두통과 궤를 달리 했고, 저도 일반 편두통 때 먹는 약과 너무 아플 때 먹는 약에 차이를 두었습니다. 그 증상이 나이가 들수록 점점 심해지더니 나중에는 전조성 편두통으로 발현되었습니다.


이때 초발하지 않았으면 저도 지금 이런 고통은 겪지 않아도 괜찮았으려나요?






아, 그래서 그 집과는 원만히 끝났냐고요? 아쉽게도 현실은 그렇게 사이다로 이루어지지 않더군요. 아랫집의 항의는 사흘 뒤부터 다시 시작되었습니다. 결국 저희 집도 전 집과 전전 집의 운명처럼 한 달 만에 이사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걸어서 3분 거리의 반지하 빌라방으로 가게 되었지요. 층간소음이 지긋지긋했던 어머니는 아예 아랫집이 없는 곳으로 가자며 반지하 방을 덜컥 얻어버리셨습니다.


두 달 뒤 길을 가다 만난 옆집 할머니가 전해주시길, 저희 집 다음으로 이사 온 사람이 성인 남성 자식 둘에 부부까지 들어와 아랫집이 항의하러 왔다가 기가 팍 죽어 조용히 지내게 되었답니다. 이걸 웃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그 사람들은 가끔 옆집까지 들릴 정도로 크게 음악을 틀고 부모님이 없는 틈에 친구들을 불러 술파티를 한다는데도 항의하는 일 없이 그리 조용한 것을 보면 만만한 사람과 아닌 사람을 골라 귀가 열렸다 닫혔다 하게 되는가 봅니다. 부디 오래오래 그 사람들과 이웃사촌을 했으면 좋겠다 생각했습니다.






층간소음의 흉터로 저에게 편두통이 생겼지요. 전조성 편두통이 무엇이냐고요?

어떤 분들에게 전조성 편두통은 매우 생소하게 다가올 수 있습니다. 편두통이면 그냥 편두통이지 전조성 편두통은 뭐야? 하고요.


전조성 편두통은 편두통이 시작되기 삼십 분에서 한 시간 전 조짐증상이 먼저 나타나는 편두통입니다. 크게 시각전조, 감각전조, 언어전조 등으로 나뉩니다.


'시각 전조증상'은 시야에 불빛이나 점이 깜빡깜빡거리거나 지그재그 모양의 선이 보이기도 하고, 원 모양이 커져 시야를 방해하는 등의 증상입니다.

'감각전조증상'은 따갑거나 저린 느낌이 얼굴, 손 등의 한 두 군데의 일정 부위에 나타납니다.

'언어 전조증상'은 단어가 잘 떠오르지 않거나 말을 맺기 어려운 언어장애 현상이 생깁니다.


저의 경우 시각 전조증상이 가장 먼저 생깁니다. 안면부가 저릿하면서 눈앞이 흑백텔레비전이 지지직거리는 것처럼 시야 반쪽이 보이지 않게 됩니다. 그리고 이십 분 정도 지나면 구역감이 올라오기 시작합니다. 이 안에 긴급약으로 처방받은 낙센과 이미그란을 먹으면 두통을 30~50%까지 줄일 수 있습니다.


약을 먹고 조용하고 어두운 곳으로 가 몸을 웅크립니다. 최대한 외부자극이 없는 곳으로요. 외부자극이 매우 취약한 몸이 되기 때문에 제 심장소리, 목소리까지도 저를 공격하게 됩니다. 빛은 눈을 감고 있는데도 피부에서 따갑게 느껴지는 요소 중 하나이지요.


한번 편두통이 발생하면 그날 하루는 버린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두통이 지나가고 난 후에도 호구증상 때문에 피로하고 이해력이 떨어진, 멍한 정신으로 남은 하루를 보내야 하거든요. 술에 취한 것만 같은 느낌입니다.



저는 이런 병을 유발하게 했던 층간소음이 끔찍합니다. 제가 받는 것도 끼치는 것도 모두 예민합니다. 아파트에 이사 오고 이제 한 달이 다 되어가지만 윗집의 발망치 소리에 적응하지 못한 것도 어쩌면 제 예민함 탓이 아닐까 자위해 봅니다. 


그래서 오늘도 쿵쿵거리는 발망치와 끼익 가구 끄는 소리를 꾹 참습니다. 언제쯤 귀가 닫히고 윗집의 소리가 들리지 않을까 생각하면서요.





p.s 이러다 또 한 달 뒤 윗집과 전쟁을 하겠다며 글을 쓰는 저를 보실 수 있을지도 몰라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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