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푸스의 증상 - 불면의 예기불안
지익, 탁. 지익, 탁.
이건 동생의 슬리퍼 소리입니다.
아, 방금 화장실 스위치를 켰습니다.
변기물을 내리고, 이를 닦습니다.
다시 화장실 스위치를 탁! 하고 끈 후 다시 지익, 탁. 지익, 탁.
동생이 스타일러를 엽니다. 스타일러는 제 머리맡 벽 너머에 있습니다.
쿠광쾅!
귀가 트여버린 제게 스타일러 여는 소리는 마치 번개소리와 마찬가지입니다.
괴로워 귀를 막아도 그 사이로 온갖 소리가 들려옵니다.
문간방인 제 방 발치로는 끊임없이 새벽에 출근하는 사람들이 엘리베이터로 오르내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지이잉, 덜컹. 덜커덩, 지이잉, 덜컹.
끊임없이 소리가 들립니다. 이렇게 잠이 깨고 나면 다시 잠들지 못합니다.
원래는 이러지 않았는데요.
약이 증량된 이후 귀가 트였습니다.
한 번 귀가 트이면 거슬리지 않던 소리들도 거슬리게 됩니다.
루푸스의 증상 중 불면이 시작된 지 열흘이 넘었습니다.
불면증은 수면이 들기 어려운 종류와 수면 유지가 어려운 종류 (자주 깨거나 깨어난 후 다시 잠들지 못하는 종류), 이른 아침에 각성하는 종류로 나뉩니다.
저는 두 번째와 세 번째 종류의 불면으로 3시쯤에 한번 깨어 한 시간 정도 뒤척이고 겨우 잠들고 6시쯤에 깨면 이제 잠은 날아가버립니다.
너무 피곤한데도 다시 자지 못하는 게 참 괴롭습니다.
한번 찾아온 불면이 만성화되지 않게 하려면 햇빛을 자주 쬐어주고 운동을 열심히 하라는데, 몸이 안 좋아져 운동을 열심히 하기 어려운 입장에서는 그 조언이 참 서럽기 그지없습니다.
불면의 가장 무서운 점은 예기불안 같습니다.
새벽에 선잠에서 깨고 나면 심장이 쿵쾅거립니다. 소음이 들려오면 어떡하지? 하고 미리부터 겁먹고 떨기 시작하는 겁니다.
그렇게 기다리다 보면 엘리베이터는 움직이기 마련이고 동생은 출근하기 마련입니다.
자기가 소음이 올 때까지 겁먹고 기다려 놓고서는 소음이 들리면 이것 봐, 소음이 들리잖아 라면서 괴로워합니다.
저도 스스로를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마음 편히 잠들기 위해 왁스형 귀마개를 샀습니다. 귀를 딱 틀어막고 자면 마음이 편안해질까 싶어서요.
부디 예전처럼 소음에도 무던해져서 이런저런 소리들을 있는 듯 없는 듯 지내던 때로 돌아갔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려면 루푸스 수치가 나아지는 게 먼저겠죠.
언제쯤 나아질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