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그 하루들이 하나도 서로와 같지 않음을
언제부터인가 연휴엔 철저하게 계획된 야심찬 해외여행이나 버킷리스트 실천 대신, 느슨하게 짜여진 일정들을 천천히 숨쉬며 소화하는 길을 택했다. 이번 연휴도 별반 다르지 않았고 약속장소에 나가면서 지하철역에서 쉬는 날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중이었다. 다들 나처럼 누군가를 만나러, 맛집을 검색하며, 어디론가 우루루 하지만 각자 지나가고 있다.
문득 예전에 즐겨보던 미드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대략 이런 내용이다.
남자와 여자는 어느 예술가의 전시회에 갔다가 그 예술가가 하나의 문을 여러 번, 그것도 수도 없이 칠하는 작업을 했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남자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
남: 글쎄 난 이해가 잘 안되네. 도대체 누가 같은 문을 그렇게 똑같이 수십번이나 칠하겠어?
여: 같지 않았던거지.
남: 아냐, 똑같은거지.
여: 같은 대상이었지만, 매번 달랐던거지. 조명도 다르고, 아티스트의 기분도 다르고. 매번 그 문을 칠할 때마다 아티스트는 다른 걸 보았을 테니까.
남: 그게 자기가 보기엔 미친 게 아니라고?
여: 글쎄, 그럴거면 모든 일을 한 번 이상씩 할 필요가 있을까? 나는 이 담배를 한 개비만 피워야 하는걸까? 우리는 사랑을 한 번만 나눠도 되는거고? 그게 같은 거라면 말이야.
남: 에이, 그건 아니지--
여: 해 지는 건 평생 한번 보는 걸로 족하겠네? 인생은 단 하루만 살아도 되고? 그건 아니지. 매번 다르니까. 한번 한번이 다 다른 경험인거야.
한번의 약속, 한번의 출근과 퇴근이 매번 다른 경험임을 조금씩 되새기기만 해도 쳇바퀴같은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데 힘이 될 것 같다.
덧붙임: 디어 이세상 모든 어린이들, 해피 어린이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