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다가오며 지난 한 해를 뒤돌아 본다.
누구는 결혼을 했고, 누구는 이민을 갔다
누구와는 마음을 털어놓으며 가까워졌고, 누구와는 갈림길을 걸었다
발 동동 구르던 날들이 추억 한켠에 쌓여 간다
그땐 왜그리 일희일비 했을까. 지나고 보니 참 먼지같이 느껴지는 것들도 있다
지난 사진첩을 뒤적거리며 참 많은 것들을 먹었구나 싶기도 하고
지난 카카오톡 채팅방 목록을 훑어보며, 참 많은 사람들 사이에 있었구나 생각이 든다.
나이를 먹으며 자아 성찰의 빈도수도 줄어든다.
무슨 일이 생기면 탓부터 하는 자신도 발견한다.
그래서 마음을 먹고 뜨듯한 장판을 켠 이불속에 누워 발가락을 꼼지락거리며 생각해본다.
내가 가장 나다운 모습으로 살았는가 돌아보고
내가 진심으로 사람들을 대했는가
최선을 다했고 후회하지 않는가, 생각한다.
지난 한해 나는
유형의 것보다 무형적인 것에 대해 생각하는 사람으로 존재했고
이 회색 도시에서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빨간색 실에 대해 생각해 보았고
'언어의 온도', '82년생 김지영'이란 책을 흥미롭게 읽었다
멀리 가려면 혼자 가야하지만
오래 가려면 같이 두런두런 마음을 나누며 함께 가야하는 그 길이
더 가치 있어서 그 길을 선택했다
선의를 갖고 한 일이 쓰레기통에 구겨져 버리거나 당연시 여겨져 상처도 받았지만
그런 일을 멈출 수는 없는 사람임을 알게 되었고
주변 사람들의 기분에 쉽게 동화되는 보호색 같은 거울뉴런세포를 지녔다는 것
남을 돕고 싶다는 마음의 소리에 민감한 사람임을 알게 되었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낀 1년이었구나
나 참 수고했구나, 고생했구나
괜찮게 살았구나
감사하구나
다시금 새로운 하루를 너그러운 마음으로 시작할 기운이 조금은 우러나오는 기분이다.
그리고
사랑은 절대 실패하지 않는다고 다시 한번 믿어본다
지금 큰 차이를 일으킬 순 없을지 몰라도
당장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데이터 수치를 올라가게 할 수 없어도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고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그 의미가, 그 목적이
돈, 수단, 커리어, 자기발전, 행복을 지나
궁극적으로 내가 사랑하는 것들을 맘껏 사랑하고, 내가 사랑받을 존재임을 확인받고 싶어서임을
삶을 더 많은 사랑으로 채우도록 하기 위함임을
그래서 역으로 모든 일을 사랑 안에서 했다면
실패해도 그건 실패한 게 아니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