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내가 냈는데, 쓰는 건 왜 내 맘같지 않을까
사회 곳곳에서 도움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있다.
비영리단체는 공익을 추구하며 이런 사람들을 전문적으로 돕는 일을 한다.
많은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선행을 실천하는 일에는 관심이 많다.
하지만 돈도, 의지도 아닌, 다른 걸림돌이 있다.
바로 내 기부금을 받는 단체를 믿지 못하겠을 때다.
그럴만한 스캔들이 여러 번 있었고
스스로 어디까지 알고, 믿어야 하는지 생각하기 어렵다.
업계에서 일하면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들을 중심으로 정리한 내용을 적었다.
나 또한 그랬듯, 반전을 기대하시라.
그리고나서 직접 찾아보고, 질문하고, 문의해보면
상당부분 궁금증이 해소될 것 같다.
아동후원에 대해 이런 질문을 많이 받았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관련법이 규정한 내에서 소위 말하는 '수수료, 행정비'등을 떼고
(간접적으로) 아이에게 전달된다.
다양한 단체가 다양한 방식으로 아이들을 돕는다.
아이들 명의로 통장을 개설해 아이가 사회에 나갔을 때 기초자금으로 쓸 수 있도록 주는 데도 있는가 하면
도시락을 만들어 전달하고, 방과 후 여러 프로그램에 참여하도록 하며, 아동이 소속된 복지관이나 센터를 지원하는 방식도 있다. 해외든 국내든 마찬가지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직접' 현금으로 아동이나 가정에 전달되는 곳보다는
필요 학용품, 생필품 등 제공, 생활환경 개선, 교육기회 제공 등의 형태로 되어있는 곳이 더 많다.
그리고 그게 맞다.
사회적 약자를 돕는다는 전문기관들이니까.
노하우와 지역 네트워크, 시스템을 통해 (느리지만) 체계적으로 전달이 가고, 모니터링을 한다.
3만원을 기부하면 그만큼의 혜택이 간다.
다만 그 '혜택'의 규모나 내용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다를 수 있다.
특히 1년에 얼마나 큰 자금을 운영하는지, 운영비/관리비/인건비의 비중이 얼마인지 눈길이 간다.
위에서 얘기한 것처럼 직접 '현금'을 지원한다면, 현금지원 비용이 높을 것이다.
반대로 물품이나 프로그램 (교육, 의료혜택, 기술 등)으로 지원 받았다면 기타비용, 행정비용이 높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아프리카 한 아동을 후원한다고 가정했을 때
그 후원금을 모아 농업기술교육을 하거나, 종자사업 등을 실시해 그 아동이 속한 가족이 더 많은 소득을 창출할 수 있도록 한다.
또는 말라리아에 걸리면 죽을 수 있으니 모기장을 꼭 치고 자라고 마을 주민들에게 교육을 실시하고
아동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부모님들에게 영양교육을 하고, 손 씻기를 가르치고,
교실에 책걸상과 책들을 놓아주고, 더 좋은 선생님을 모셔와서 양질의 교육을 받게 한다.
이런 일들은 모두 '사람이 하는 일'로, 인건비, 행정비가 많이 들어갈 수 밖에 없다.
지난번 회의 때 모 팀장님 말을 인용하자면,
예를 들어 어떤 기업에서 우리한테 바람막이 자켓 3,000장 주면서 '이건 수수료 안 떼죠? 물품 100%로 그냥 주는거니까' 라고 하시는데, 그걸 우리가 아프리카 한가운데 헬기로 뿌리는 게 아니잖아요. (심지어 헬기로 뿌린다 쳐도 헬기 비용이 들어간다) 그걸 누가 받아야 적합한지 심사해서 선택하고, 안전하게 받을 수 있도록 보안요원들을 배치하고, 중복이 되지 않도록 체크하고... 이런 건 다 사람이 하는 일이니까요.
다시 말해 후원금이 우리의 손을 떠난 순간, 전문가들에게 맡겨진 것이다. 그 돈이 어떻게 지원되는지는, 기관마다 다르다.
아래 비영리기관 두 곳의 말을 인용한다.
"비영리법인은 목적과 형태, 특성이 매우 다양합니다. 사업비의 규모도 다르기 때문에
운영비 비율이 낮다고 해서 효율적으로 운영된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https://www.compassion.or.kr/about-us/transparency/
"비영리단체의 운영 효율성은 마케팅비, 인건비, 기타 운영비를 포함하는 행정비의 비율이 하나의 지표가 될 수 있으나, 사업의 특성에 따라 행정비 비율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이것에 절대적인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또한, 비영리단체는 거의 대부분의 사업이 전문가들의 휴먼 서비스로 이뤄지며 다양한 사회복지적 개입이 대상자의 변화에 크게 기여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행정비를 줄여 비용 효율성을 높이는 방식이 수혜자의 삶의 질 지표를 상승시키는 효과성과 상치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https://m.worldvision.or.kr/campaign/2020/transparency-2020.asp
꼬박꼬박 들어오는 월급 가계부 작성해서 결산 맞추기도 어려운데 (카드 할부금, 예/적금, 경조사, 고정 외 지출, 월세, 관리비, ...) 연간 각기 다른 출처에서 들어오는 수백~수천억 원을 굴리는 일이 쉬울까? 비교하자면 '동네 마트에 주차하기'와 '달에 우주선 착륙시키기' 쯤일까. 그마저도 기준이 각기 다른 것이 현실이다. 어쨌든 그 다른 기준들마저도 맞춰 보고하고 있는 곳들이 많다.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201027/103663700/1
이런 광고는 모르고 살던 현실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때로는 일말의 죄책감이 들게 하기도 한다.
이미 실시하는 여러 지원사업을 지속하기 위해서라도 지속적으로 후원금을 유치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장사를 한다고 가정했을 때, 내가 만 원 벌고자 10만원짜리 광고를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즉 광고의 효과를 통해 그만큼 수입이 좋고 효율이 있기 때문에 돈을 써서라도 광고를 한다.
기업과의 차이는... 광고를 통해 더 많은 수익이 창출되는만큼 더 많은 사람들을 도울 수 있을 것이다.
광고는 또한, 후원금 유치 이외에 인식개선에도 큰 힘을 발휘한다.
아래 역시 모 단체(위와는 또 다른) 홈페이지에서 발췌한 내용이다.
"2017년에 어린이집과 유치원 주변 통학로가 금연구역으로 지정, 관리되도록 국민건강증진법이 개정되는 등 적지 않은 변화도 이뤄낼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아동 환경과 사회인식 개선을 위한 재단의 TV 공익광고는 복지사업비로 분류되고 있으며, 그 외의 온라인 캠페인광고는 모금비용으로 분류하여 공시하고 있습니다."
https://childfund.or.kr/org/greenqna.do#self
https://www.hankyung.com/society/article/2020051146147
글쎄, 규모가 큰 NGO들일수록 홈페이지와 국세청에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
https://childfund.or.kr/contents/reportList.do
https://www.sc.or.kr/news/annual_reportView.do?NO=70592
https://www.worldvision.or.kr/business/worldvision/open_management/financeReport.asp
https://www.goodneighbors.kr/annual_report/2019/finance.gn?tab=1
https://www.compassion.or.kr/about-us/business-report/
#단체기합은 싫어요.
결론이 가까워져오고 있다. 한 가지 덧붙이고 싶은 말은, 이런 NGO들이 수십 년간 활동해올 수 있으려면 사회복지사업법, 관련 회계/재무수칙, 관할 지역자치단체 (구청, 시청 등)의 준법감시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합리적 의심은 필요하나, 근거없는 주장은 루머만 만들 뿐이다. 몇몇 단체가 실수를 저지르고, 고의적으로 돈을 빼돌리는 경우도 있지만 일부에 불과하다. 어렸을 적, 반 친구 한두 명이 떠들면 다같이 단체기합을 받았었다. 공동체 의식을 함양하는 학교에서는 필요한 일이었을지 모르지만, 그마저도 오늘날에는 뒤떨어진 시대의식에서 비롯된 우매함, 형평성에 어긋나는 불합리라는 생각이 든다.
**긴 글 읽어주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자료출처
*2019년 4분기 비영리단체 등록현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