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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ymilk Aug 28. 2022

남에게 대하듯 그렇게, 상냥하고 따스하게 나에게

문득 나 자신과 친해지고 싶어졌다

회사를 그만두고 쉬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소파에 누워 한적하게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나날들이 많아졌다. 말 그대로 잉여인간이 된 기분, 썩 유쾌하지만은 않지만 이대로 좀 나를 두어본다. 그동안 너무나도 열심히, 생산적으로, 효율적으로, 목표지향적으로 살아왔으므로. 이는 마치 평생 두 발로 걷다 갑자기 네 발로 걷는 것처럼 어색하고 찝찝하다. 새로운 세계로 건너오려니 얼마나 몸과 마음이 적응하느라 힘들까. 잘하고 있어, 스스로 다독여본다.


회사를 그만두니 내가 소속되어 있던 커뮤니티가 사라지면서 외려 회사를 다닐 때보다 더 작은 창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느낌이다. 무료하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하여 몇몇 가까웠던 지인들에 안부 연락을 넣어본다. 갑자기 연락하면 어색해하려나? 고민이 된다. 연락을 하면 그다음은 뭐지? 만날 약속을 잡게 될까? 그게 아니라면, 연락이 큰 의미가 있을까? 머릿속으로 상황별 시나리오를 써가면서. 참 소심한 면이 있달까.


그러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내가 나에게 그렇게 살피고 고민하며 다가간 적이 있었던가? 나는 나니까 굳이 나에게 말 걸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런데 그런 경험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열심히 살았고, 시간이 많이 흘렀는데 어느 날 내가 더 이상 무엇을 하고 싶은 사람인지 잘 모르겠을 때. 내가 나를 몰라주고 살았구나. 해야 하는 일, 되어야 하는 역할을 충실히 해내면서 정작 내 마음은 돌보지 못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소중한 누군가에게 오랜만에 연락할 때 말을 고르고 타이밍을 살피듯이, 또 근황을 궁금해하고 돌아오는 대답에 귀 기울이듯이, 나에게 말을 가끔 걸어보아야겠다. 내가 보낸 톡에 바로 답이 없는 그들처럼, 대화가 쭉쭉 이어지지 않을지도 모르겠지만. 평생 내가 나를 잘 데리고 살아야 한다는데, 나랑 좀 친해질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요즘 어때? 무엇 때문에 고민이 돼? 이제 앞으로 하고 싶은 건 뭐야? 너는 이런 걸 좋아하는 사람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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