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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ymilk Feb 23. 2023

우리 부부는 아이를 갖기로 했다

저출산시대에 비록 설득적이지 않은 선택일지라도

#현실.


얼마 전 발표된 2022년도 대한민국 출산율을 보면 0.78명으로 (OECD가 아닌) 전 세계에서 가장 낮다고 한다. 작년에 태어난 아기는 약 25만 명으로, 10년 전인 2012년 48만 명에서 절반 가량으로 줄었다. 올해 예상되는 수능인구 41만 명 (재수생 포함이지만 역대 최저)에 비교한다면 앞으로 20년 뒤 수능을 치게 될 인구는 현재의 절반 수준이다.


정부에서는 인구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이런저런 정책들을 내놓고 있지만, 결혼 자체가 선택이 되어버린 시대에 아이까지 갖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아 보인다. 아이 한 명을 키우는 데 평균 6억이 든다는 기사도 봤다. (링크) 한쪽에서는 국민연금, 노동인구, 재정안정화 등을 운운하며 '경제적' 접근으로 이 문제를 바라보고 있는 반면, 보육하는 쪽에서는 끝없는 어린이집 입소대기, 소아과 병원 오픈런 등 아이를 키우기에 쉽지 않은 상황이 펼쳐진다. (물론 이런 상황들에 대해서는 나도 아이를 갖기로 결심하기 전에는 관심도 없었고 몰랐다)  


#경험.


나는 원래 아이를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사춘기 때 부모님과의 갈등이 정점에 달했을때는, 나중에 절대 아이를 낳지 말아야지 했었고, 공공장소에서 아이 울음소리가 들리면 인상을 찌푸리며 '왜 애 엄마는 아무것도 안 하지?'라고 생각하곤 했다. 생각이 바뀌게 된 것은 미국에서 유학할 때 홈스테이를 했던 경험 때문이다. 내가 홈스테이하던 가정에는 4살 남아와 18개월 여아가 있었고, 이들과 생활하며 '아이가 있는 삶'을 목격하게 된 것이다. 생각보다 많은 일들이 아이들을 중심으로 돌아가야 했고, 여기에는 차량 이동, 식사 메뉴, 주말 스케줄, 가족 구성원들의 역할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엄마의 노력에 상관없이 아이는 자지러지게 울 때가 있었고, 기저귀를 한번 갈아주면 나를 올려다보는 그 한없이 순수한 눈망울에 '이 맛에 애를 키우는 건가?'란 생각도 들었다. 어쨌든 그때 이후로 아이들에 대한 거부감이 사라졌고, 언젠가 가족을 꾸리게 되면 아이를 갖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일 것이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추세.


30대 후반이 된 내 주변에는 기혼자들이 많긴 하지만 아이 없이 사는 부부들도 꽤 있다. 3살 어린 남동생은 미혼이지만 결혼을 해도 아이를 갖고 싶어 하지는 않는다. 막상 결혼을 해보니 어떤 면에서든 구속과 제약, 타협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삶이 가장 중요한 사람에게는 싱글라이프가 더 적합한 것 같고, 커리어나 부부 개인의 행복이 중요한 가족에게는 아이가 없는 편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 아이는 한번 태어나면 최소 20년에서 평생까지 책임질 각오를 해야 하는데 이게 쉽지는 않다. 집값은 오르고, 삶은 팍팍하고 내 미래는 불확실한데 누굴 책임진단 말인가. 아마도 경험자들의 조언이나 간접경험에서 보이는 '아이 중심의 삶'이 녹록지 않아 딩크족을 선택한 이들도 있을 것 같다. 회사에서도 아이가 있는 사람들과 없는 사람들은 대화 주제(와 카톡 프사)부터 다르고 큰 삶의 차이를 보인다. 여기에 평균 취업 및 결혼 연령이 늦어지며 35세 이상 고령산모 (저도 포함입니다)가 많아지고, 출산에 부담을 느끼는 여성들이 많아지는 것도 있겠다. (그러나 유럽국가들과 비교하면 여성의 사회진출과 저출산은 크게 상관관계가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온갖 정신적, 경제적, 육체적인 부담을 떠안고도 임신과 출산을 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맞는지를 따져본다면, 오히려 행복한 가정의 모습을 꿈꾸는 관습적인 이상주의자들이 난관이 산적한 현실을 외면한 채 아이를 선택하는 것에 가까워 보인다.


#신념.


현실적으로 힘들고도 고생스러운 그 길을 왜 가려 하냐 물으면, 결혼이 내게 그런 의미였던 것처럼 개인의 발전과 인격적 성장을 위해서라고 말할 것이다. 나의 지인들은 출산 (자연분만)의 고통을 6톤 트럭에 치이는 것에 비교하기도, 상반신과 하반신이 분리되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돈과 시간이 엄청나게 많이 들기도, 엄마의 건강을 위협하기도, 때로는 이혼을 쉽게 못하는 사유가 되기도 하는 '아이가 있는 삶'은 나에게는 적어도 시도해 볼만한 가치가 있는 삶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 사람이라는 개인의 자아에서 아내로서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의지가 되어주며 사는 삶이 더 가치 있고 행복할 것이라 선택했고 후회하지 않는 것처럼, 어머니로서의 정체성을 탐구해 보고자 하는 것이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런 의미이고, 남편은 아이를 좋아하는 쪽이다. 사실혼 서류나 혼인신고 없이는 시험관 시술도 받지 못하는 우리나라에서, 고작 출산 지원금 몇백만 원이나 부모수당 몇십만 원 때문에 계획에 없단 아이를 갑자기 가지려는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적어도 아이를 왜 갖고 싶은지에 대한 개인의 신념이 어느 정도는 뚜렷하게 서 있어야 가져볼 용기가 나는 현실이다. 


#응원.


아이는 누군가에게는 갑작스레 찾아온 '짐'일 수도, 축복 같은 '선물'일 수도 있겠지만 나에게는 간절한 소망이 되었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의 삶에 아이가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겠지만 있다고 해서 당연하게 생각하지도, 없다고 해서 너무 고민하거나 그렇다고 안주하지도 않았으면 좋겠다. 이미 일어난 일을 되돌릴 수는 없지만 내가 어떤 마음으로 그 선택을 견지하고 있는지는 되새겨볼 일이다. 현실을 바라보면 '왜 요즘 사람들은 애를 안 낳아?'라고만 말할 수도 없고, 아이가 있는 집이 무조건 행복하기만 한 것도 아니다. 아이가 있든 없든 포기하고 놓치며 살아가야 할 것들이 있고, 그만큼의 희생과 대가를 치르면서도 가치가 있을만한 일인지 충분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케바케, 사바사지만 나에게는 어떤 의미인지 말이다. 결국에 이 문제는 국가의 존폐도 이상적인 가족상(像)도 효도의 문제도 아닌, 개인의 삶 즉 '어떤 삶을 그리며 어떻게 행복하게 살고 싶은가'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곧 찾아올 선물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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