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하고 실행했다.
9월부터 새로운 곳에서 일을 시작하게 되면서 좋은 점도 있고 아쉬웠던 점도 있었다. 그래도 해외 여행 비즈니스에서 새로운 임무를 맡으면서 좋은 환경과 기회를 잡았다는 점은 분명 고무적이었다.
내가 맡은 역할은 정확히 말하면 BD. Business Development라고 흔히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사업제휴'라고도 칭한다. 자사의 비지니스와 타사의 비지니스를 연계해서 새로운 사업기회를 만드는 역할을 한다. 나의 경우엔 해외의 여행 비지니스와 자사의 비지니스를 연결하면서 새로운 상품을 소싱하되, 더 싼 가격에 그리고 소비자에게 더 편리한 방식으로 제공하는 일을 추진했다. 입사하자마자 프로젝트에 착수해서 드디어 이번주 월요일에 서비스를 런칭했다.
물론 개발팀의 노고가 있었지만, 나도 참 수고했다. :D 매력적인 상품을 가지고 있는 해외 업체를 서칭하고, 링크드인, 페이스북 등을 통해서 담당자를 수소문하고 cold email을 보내고 video conferece call을 하고, 영문 계약서를 조율하고 내부 법무팀 자문을 받고, 파트너 업체와 협상하고, 소싱할 상품을 평가하고 선정하고 번역을 의뢰하고, 내부 CS팀과 서비스 프로세스를 기획하고 재무팀과 정산 설계하고 소싱한 상품을 플랫폼에 올리기 위해 지역 담당 MD의 도움을 받아 상품을 올리고, 해외 연동 상품을 꾸준히 관리하고 업데이트할 직원을 새로 뽑는 일까지 꽤 다양한 일들을 처리했다. 그리고 서비스를 런칭했다. 지난 3개월간 야근도 많이 해보고 고민도 많이 해보고 하면서 많이 성장하고 배웠다.
막상 내 새끼같은 서비스를 런칭하고 나니, 이 아이가 잘크는지 매출이 잘나오는지, 서비스는 이상 없는지 반응을 보느라 하루가 금세 가버렸다. '여행'이 업인 건, 다른 업에 비해 좀 더 재밌다. 사람들이 행복한 시간을 보내게 해주는 '경험'을 판매하는 일이니까. 의미 있다.
개인적으로 올해 유난히 지난 몇년에 비해 여행을 많이 갔는데, 여행 참 좋다. 새로운 장소에서 전에 못보던 풍경을 보고, 바람도 쐬고, 햇살도 받고, 맛있는 음식도 먹고, 외국인이 되어 길을 묻기도 하고. 사람 사는 맛 난다.
*가장 최근에 갔던 여행에서, 참 재미있는 카페를 발견했다.카페에서 편지를 쓰고, 편지를 받을 이의 주소를 쓰고, 보내고 싶은 계절을 쓰면 내년의 그 계절 중 아무때에 편지를 보내준다는 것이다. 나미아잡화점처럼 생긴 아담하고 정갈한 그 곳에서 나는 두 시간 동안 편지를 써서 부쳤다. 정말로, 내년에 그 계절이 오면 그 편지가 바다를 건너 편지의 주인을 찾아갈까? 편지지는 카페 주인장이 알아서 고르고, 단풍이 예쁘게 물든 낙엽을 동봉해서 함께 보낸다고 했다. 짧은 영어였지만 카페 주인이 하는 말을 대부분 알아 들을 수 있었다. 사실 편지가 전해지지 못한다해도 어쩔 수 없겠지만, 뭐 컨셉이 재밌고 신기하니까 반신반의 하며 써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