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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빈 Nov 18. 2018

회사생활의 고달픔이 나를 좀먹을 때

회사생활을 하다보면 종종 당황스러운 상황을 마주하게 된다.


팀웍을 기대했던 직장 동료는 아무렇지 않게 내 아이디어를 가로챈다. 일로서 인정받고 싶은 순수한 내 마음을 누군가는 몰라주고 나를 시험하는 말들을 내뱉는다. 이런 순간을 한 번만 겪어도 몇 일은 울적한데 회사원은 운이 좋지 않으면 하루에 몇 번씩 이런 일을 견뎌내야 한다. 이러니 '고달픈’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이만큼 회사원을 묘사하기에 최적합한 형용사가 있을까 싶을 정도다.


머릿속으로는 막장 동료가 활개치는 사무실 책상을 뒤엎는 상상을 하지만 별 수 없는 우리는 그럭저럭 그날을 마무리하고 친구를 찾는다. 술잔을 기울이며 내가 오늘 얼마나 억울하고 분통했는지 구구절절 털어놓는다. 가만히 이야기를 듣던 친구는 야 그러는 나는 어쨌는줄 아느냐며 자신의 억울한 에피소드를 털어놓는다. 술잔을 주거니 받거니 서로의 고달픔을 논하다 보니 어느 순간 몽롱해진다. 술에 취한건지 직장인의 애환에 취한건지 모르겠다. 둘은 빌어먹을 세상을 욕하다, 조금 울적해진 마음으로 다음을 기약하며 헤어진다. 술취한 몸과 상처받은 마음을 끌어안고 집으로 돌아온 당신은 침대에 푹 쓰러지고만다. 씻지도 않고 그대로 엎드려 핸드폰을 조금 보다 이내 잠이 들어 버린다.  


이런 상황에서 나는 두 가지의 대응 방법을 추천하고 싶다.


첫 번째는 나 자신의 성장과 미래에 집중하는 것 이다.

이런 나날 속에서도 그저 묵묵히 맡은 일을 해내는게 최선이라고 말한다면 퇴사가 두렵지 않고 행복을 추구하는 요즘 분위기로서는 고리타분한 잔소리라는 핀잔을 들을 수 있겠다. 하지만 내가 일을 통해 성취하고자 하는 목표와 꿈이 보다 명확한 상태라면 힘들더라도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의 결과를 보여주는 것이 개인적 성장을 위한 하나의 방법이라는 생각이다. (다만, 회사를 다니면서 정신적으로 병들어가고 행복을 잃어가고 있는 정도라면 퇴사를 선택한 당신을 적극 지지한다.)


이것은 높은 산의 정상에 다다랐을 때 걸어 온 길과 풍경을 돌아보고 짧은 탄성을 지르는 것 과 비슷하다. 단순히 일을 잘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다. 어떤 형태로든지 고비를 피하지 않고 정면승부로 해결한 경험을 한다는 것 은 한 사람의 인생에서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성취감을 선사한다. 이 기억은 앞으로 살아가면서 다가올 다양한 어려움에 대처할 자신감과 용기를 선물할 것이다.



두 번째는 회사라는 조직의 특수성을 이해하고 행동하는 것 이다.

말 그대로 회사는 특수하다. 여러모로 애매한 사람이 그런대로 살아남아 다달이 월급을 받아가기도 하고 능력 좋고 성격도 좋은 누군가는 정치 싸움에 밀려나 결국 회사를 떠나기도 한다. 유난히 마음이 힘든 어떤 날은 옆자리 A를 붙잡고 구구절절히 내가 얼마나 억울하고 힘든지를 설명하고 싶기도 하다. 돌아가지 않아도 되고, 커피 한 잔을 마시는 짧은 시간동안 어쩌면 나를 이해하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생길지 모르니 꽤나 쉬워보이는 방법이다.

하지만 말 했듯이 회사는 특수하다. A에게 그는 썩 괜찮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썩 나쁘지도 않은 사무실 동료일 뿐이다. 내일도 A는 그와 웃으면서 인사 할 것이고, 어쩌면 다음 프로젝트를 함께 해야 할 지도 모른다. 생각보다 사람들이 당신이 당한 억울한 일에 크게 관심이 없는 이유다. 그런 이야기를 듣는다고 해도 자신에게 직접적인 해를 끼치진 않는한 당신에게 몹쓸 그 사람은 A에게는 그저 그런 동료일 뿐이며 그래야만 한다.


그렇다. 이러한 회사의 특수성 때문에 결국엔 말을 아끼고 행동으로 보여주라는 그 흔한 말을 하게 되었다.

가끔은 구구절절한 말 보다 짧은 한 마디나 침묵이 상대방에게 더 큰 울림을 주는 경험을 하곤 한다. 특히 매일 같은 사람들을 같은 공간에서 만나는 회사라는 조직만큼 이 울림이 큰 힘을 발휘하는 공간은 없다. 시간이 걸리고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조금 힘들 수 있다. 하지만 장담컨데, 오랜 시간에 걸쳐 보여지는 일관된 태도는 각인된다. 그리고 시간이 걸려 쌓아올린 신뢰는 그 무엇 보다 견고하고 단단하다. 힘들더라도 나는 이 방법들을 추천하고 싶다.


당연히 가장 쉽게 가는 방법은 퇴사일 것이다. 퇴사를 하고 여행을 가서 이국의 풍경 속에서 힐링하고 돌아와 다시 취업을 준비해도 된다. 하지만 무작정 그만두라는 조언을 하고 싶지는 않은 이유가 있다. '거부'나 '포기'에도 관성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인생을 살아감에 있어서 우리는 다양한 어려움을 마주친다. 그 어려움이 거부나 포기를 선택하여 쉽게 지나칠 수 있는 경우라면 다행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이 둘의 관성이 너무 강한 사람은 상황이 좀 더 괴로워질 수 있다. 일상의 모든 상황에서 주인공은 자기 자신이다. 조직 안에서 타인에게 신경쓰기 보다 자신만의 올바른 가치관과 목표를 모든 선택의 기초로 삼는다면 우리는 보다 가벼운 마음으로 일에 집중할 수 있을 것 이며, 삶을 대하는 자신만의 노하우를 얻게 될 것이다.




보빈

Designer · Illustrator


Email : mia.bak032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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