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게스트하우스에 가면 여행자들끼리 서로 인사를 나누며 간단한 대화도 나누고 그랬던 것 같다. 그래서 숙소에서 친구가 되어 동선이 맞으면 함께 여행도 하고는 한다. 하지만 요즘에는 모든 호스텔에 각 침대마다 커튼이 있어 서로 얼굴 보기도 힘들고, 마주치더라도 별로 얘기를 나누는 경우가 없는 것 같다. 우리나라나 외국인이나 모두 마찬가지다.
물론 이것도 사람마다 다르다. 어떤 이들은 늘 볼 때마다 미소를 지어주고 간혹 간단한 인사를 하기도 한다. 그러다가 자주 마주치면 더 많은 얘길 하게 되고 친해지기도 한다. 그런데 그런 경우가 점점 줄어드는 것 같다. 어떻게 보면 편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아쉽기도 하다.
이곳 호스텔에서도 별로 서로 말을 걸지 않는 분위기였다. 이 역시 그때그때 게스트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질 것이다. 아무튼 그래서 난 학원에서 다양한 나라의 친구를 만들고자 살짝 설렌 마음으로 첫 수업을 받으러 갔다.
음... 내가 생각했던 분위기가 아니었다. 뭐라고 말해야 할까. 아무튼 아니었다. 나는 예전과 같은 분위기를 생각하며 왔는데 전혀 달랐다. 여기서는 식사를 함께 하거나, 커피를 함께 나눌 친구를 만날 수가 없다는 판단을 했다. 그래서 나는 첫 수업 후에 남은 수업에 대한 환불을 문의했다. 대답은 안된다는 거였다. 그냥 무조건 안 된다고 한다. 대신 나중에 네가 다시 오면 그때 수업을 다시 받을 수 있다고 했다. 기간은 올해 내라고 한다.
물론 나는 치앙마이에 자주 올 생각을 하고 있지만, 이렇게 수업을 남겨놓는다는 건 좀... 그랬으나 방법이 없었다. 환불이라는 규정이 아예 없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난 올해 안에 치앙마이에 다시 가야 한다.
기분이 미묘했지만 뭐 이 핑계로 치앙마이에 다시 오리라 생각하며 마야몰에 있는 캠프 카페로 향했다. 캠프 카페에서 주로 일을 하고 같은 층에 있는 헬스를 다닐 계획을 실행하기 시작했다.
헬스장은 한국과 비슷했다. 무엇보다 작은 사우나가 있어서 좋았다. 아무리 마사지를 자주 받아도 피로가 풀리지 않았는데, 나는 한국에서도 사우나를 하면 피로가 잘 풀리기에 사우나를 잘 활용하기로 했다. 결과적으로 잘한 선택이었다. 일단 운동을 할 수 있어서 좋았고, 작은 사우나지만 매일 하니 피로가 확실히 더욱 풀리는 느낌이었다. 한국 찜질방을 그리워하며 매번 운동을 마치고 사우나를 했다.
나는 치앙마이에 여러 번 와서 굳이 뭔가 새롭거나 어딜 꼭 찾아가야 하고 그런 것이 없었다. 그저 나에겐 일상의 공간이었다. 그래서 조금씩 외로움이 찾아왔다. 다행히 요즘엔 오픈톡방 등을 통해서 종종 동행을 구할 수 있다. 가령 치앙마이 근교 당일여행을 같이 간다든지, 맛집을 같이 간다든지 하는 모임이 종종 있다.
나도 한국인을 만나고 싶었고 맛집에 가서 다양한 음식을 먹고 싶었다. 마침 원님만에 있는 맛집에 같이 가자는 글을 보았다. 그곳에 합류해서 한국인들도 만나고 맛집의 여러 음식을 나누어 먹을 수 있기에 말이다.
한국인 다섯 명이 모였다. 치앙마이에 몇 번 온 사람도 있고 처음 온 사람도 있었다. 급만남을 한 우리는 미슐랭 맛집이라는 이곳의 다양한 메뉴를 시켜 먹었다. 정체불명의 음료수도 주문했다.
맛은 평범했다. 여러 메뉴 중에 한 메뉴가 좀 맛있었다. 그냥 맛있다고 할 정도였다. 어디보다 특별히 뛰어나거나 이색적인 맛도 아니었다. 한국의 태국식당의 음식들이 훨씬 퀄리티가 좋다. 이곳이 미슐랭을 받았다면 한국의 많은 음식점들도 받아야 한다. 미슐랭의 기준을 모르겠다는 생각이 다시 한번 들었다. 음료 또한 다들 실패했다. 맛있는 음료가 왜 여기에 없단 말인가. 아무튼 맛없는 음식은 아니었으나, 그다지 값을 하는 음식도 아니었다.
식사 후에 우리는 마야몰의 아이스크림 가게로 향했다. 디저트를 먹기 위해서 말이다. 그곳에서 자신들의 여행 경험담을 말하며 담소를 나누었다. 낯선 곳에서 낯선 이들과의 친숙한 주제의 대화는 언제나 즐거운 법이다.
그렇게 치앙마이에서의 알찬 하루가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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