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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피디 Jul 31. 2018

데모데이 백번 본 썰(1/2)

프로어깨너머러의 피치덱 만들기, 피칭 팁

나는 광대다. 

사회적 인간으로서 가진 직업의 이름은 MC이고 보통은 스타트업 관련된 행사에서 일을 한다. 이 일을 시작하기 전에는 창업지원기관의 매니저였다.


스타트업 행사라는게 뭐, 유형이 많지는 않다


- 데모데이에 참석하도록 유도함

- 데모데이를 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을 즐겁게 해줌 

- 데모데이에 참석한 사람들이 보고 싶어하는 사람을 데려다가 토크를 함

- 그리고 데모데이를 함

- 데모데이에서 상을 탄 사람을 어깨으쓱하게 해 줌 

- 데모데이가 끝나고 모인사람들을 그냥 보내기 뭐해서 뭘 좀 하게 함


그렇다. 대부분의 행사가 데모데이를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다. '가만히 있는 상태' 에서 '창업자'로 전환시키는 것이 이 시대의 사명인듯 하다. 


정말 많은 분야에서 행사가 열린다.


- IT 기반 테크 스타트업들의 데모데이

- 사회적가치 창출을 중심으로 하는 소셜벤처, 사회적기업 데모데이

- 농식품 스타트업의 육성을 지원하는 데모데이

- 임업을 중심으로 하는 창업 지원행사도 있다. (임업진흥원에서 주관한다)

- 콘텐츠 제작자를 위한 데모데이

- 뷰티 스타트업

- 혹은 산업별 구분이 아닌 행사도 있다. '여성 창업 대회' 같은.


엑셀러레이터가 직접 주관하는 행사들, 예를들면 프라이머, 스파크랩, sopoong 데모데이 같은건 내가 직접 진행해본 적이 없어서 분위기를 잘 모르겠다.



접수 100개 팀,예선에서 30여 팀,  본선에 10여 개의 팀이 올라오고, 최종적으로 대상 1팀, 최우수상 2팀, 기타 등위 2~3개 팀을 선발하는 것이 가장 일반적이다. 심사위원은 보통 VC들이 담당하거나, 육성기관의 책임있는 위치에 있는 분들, 가끔은 선배 스타트업 창업자가 오기도 한다.


데모데이 본선에서 팀에게 주어지는 발표시간은 보통 5분, 정말 후한 기관에서는 7분을 주는 경우가 있고, 심하면 3분 안에 피칭을 마쳐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여기에 5분 정도의 심사위원 질의응답이 추가로 부여된다.


매번 진행을 하면서 느끼는건데,

대부분의 팀이, 시간 안에 피칭을 마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시간이 짧다는 건 이미 다들 알고 있고, 연습도 했을것이고, 무엇보다도 이건 '본인의 사업'이다. 세상 누구보다도 이 발표내용에 대해 가장 자세히, 가장 심도있게 이해하고 있는 사람인데도,

시간이 모자라다.


대체 왜...?

아래, 시간이 모자란 발표자의 모습을 사례로 들어본다. (보통은 작은 규모의 데모데이에서 볼 수 있는 모습들임을 고해둔다.)


1. 깜지형

이분들의 슬라이드는 거의 보물지도 수준으로 빽빽하다. A4 용지로 뽑아서 봐야 겨우 보일 것 같은 작은 폰트, 수십개의 화살표가 나와있는 복잡한 흐름도, 뭔가 세상 만물의 이치가 모두 담긴 플로우. 이런 페이지가 15매 정도 있다. 

여기서 셋째 줄에 있는 내용이 정말 중요한데요


2. GOD형

발표에서 스토리텔링은 무척 중요한 요소다. 그렇다고 그게 전부가 되면 안되겠지만.

발표의 시작에서 '어렸을때부터 우리집은 가난했었고, 남들 다하는 외식 몇 번 한 적이 없었고'로 시작하다가 랩 파트가 끝날 때 쯤에 종이 울린다. 보통은 '비즈니스 모델'을 설명하기 전에 끝나는 경우가 많다.

간혹, 심사위원이 발표자를 배려해서 자신의 질문시간을 할애해 설명을 마저 할 수 있도록 하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후렴 파트가 이어진다.

제발 비즈니스 모델좀 알려주세요..


3. 팔만대장경형

1번 깜지형과는 좀 다른데, 슬라이드 하나하나는 심플하고 직관적이다. 문제는 이게 60장 쯤 있다는 거고.


4.에러형

개인적으로 데모데이 사회를 보면서 가장 대처하기 힘든 경우다. 어째서인지 모르겠지만 이 분들에게만 온갖 (평소에는 없던) 에러가 자주 일어난다. 

- 마이크가 안나와요 (사실 잘 나오고 있다. 본인이 무대에 오르면서 끄고 올라옴)

- 동영상이 안나와요 (유튜브 링크를 삽입했는데 행사장에 와이파이 지원이 안됨. 아니면 오퍼레이터 컴퓨터에서 퀵타임이 안깔려있어서 .MP4 영상이 재생되지 않음)

- 프레젠터 버튼이 안눌려요 (본인이 다른거 누름. 보통 올라가기 전에 스탭이 버튼 안내를 함)

- 어, 이거 아닌데요.(발표하기 10분 전에 PPT 파일 새걸로 바꾼다며 스태프에게 전달했는데 그게 안나옴.)

이상의 사유로 보통 1분을 가볍게 잡아먹고 시작한다. 2번 GOD형과 결합하면 발표시간 내내 팀명 말고 아무것도 이야기 못하고 내려오는 경우가 있다.


5.뉴스앵커형

발표자 1명에, 섹션을 설명할 보조 발표자가 2명 정도 합류한다. 개설에서 CEO가, 기술에서 CTO가, 재무계획에서 CFO가 발표하는 식이다. 완벽하게 준비해서 나누어 진행한다면 꽤 좋은 전략이 되겠지만, 보통은 CEO가 '다음은 저희 CTO가 기술내용에 대해 설명하겠습니다' 라고 말하는 순간 CTO의 표정이 굳거나 손사래를 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등장에 30초가 걸린다.

(단, 질의응답 시간에는 이 방식이 잘 준비된다면 아주 좋은 성과를 낸다)

아유 넣어둬 넣어둬


6.개쌍마이웨이형

가장 곤란한 유형이다. 보통 권위있는 대회일수록 형평을 기하기 위해 시간관리를 엄격하게 하는 편이며, 이를 위해 발표자가 볼 수 있는 방향에 커다란 모니터를 설치해서 남은 시간을 보여준다. 혹은 여기에 덧붙여 사회자가 아주 작은 소리로 '시간 종료되었습니다' 라던가, 종을 친다던가 하는 경우도 있다. 

이 유형에 계신분들은 이와 같은 주최측의 모든 노력을 수포로 돌리게 한다. 경비원이 와서 데리고 가지 않는 한 발표를 멈출 생각이 없다. 발표시간은 5분인데, 7분을 가볍게 넘긴다. '마지막으로 이것만 말씀드릴게요' 스킬을 시전하면 +1분이 추가. 사실 악의로 그랬다기 보다는 말이 느리거나, 발표가 처음이라 타이머를 체크하지 못해서 일어나는 경우가 많긴 하다.

(사실 '시간을 넘겼다' 라는 사실이 아주 정량적인 평가로 이어지지는 않는 경우가 많다. 사업이 엄청 좋은데 발표시간 넘겼다고 떨어뜨리는 것도 좀 웃기잖아)


7. 박찬호형

발표자 본인의 출신(이전직장)이력을 너무 사랑하거나, 팀원 중에 매우 뛰어난 기술역량을 가진 이가 있는 경우 이에 대한 강조를 길게하는 분들이 있다. 혹은 출원된 특허의 히스토리를 지나치게 오래 설명하는 경우도 있다.

허허 이제 시작인걸요



그렇다.

시간이 길어지는 이유는,


해야할 말의 우선순위를 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배경설명이 중요하겠지, 우리 팀 역량을 보여주는게 중요하겠지, 완전 작살나는 비즈니스 모델을 가져온걸 보여줘야지, 내가 어디어디 출신인데 말야, 등등. 다 중요한 말이다. 다 해야하는 말일거고. 그런데 그 강약을 어떻게 둘 것이며, 시간의 안배는 어떻게, 그리고 어떤 순서로 이야기 하는게 가장 설득력이 있는 걸까.


3분이라는 발표시간을 경험해 본 이는 그리 많지 않다. 그것도 꽤 묵직한 상금과, 나보다 훨씬 전문적일 것 같은 심사위원과, 내가 뭔가 이야기 하기를 기다리는 수백의 눈동자 앞에서의 발표라면 더더욱 그렇다.


이 압박감 속에서, 내가 해야 할 말의 무게감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어떤 순서로 배열해야 할지, 도통 알 수가 없는 것이다. 시원하게 기침 한 번 하려다가 쑥 들어가버리는 것처럼, 제대로 소리 한 번 못지르고 무대에서 내려올 수 밖에 없다.


결국은, '배열'의 문제다.


사실 말 잘하는 법은 2천년 전에 이분이 다 정리해버렸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수사학의 5가지 규범은 이렇다. 편의상 매우 저렴한 언어로 표현한다.


1. 발견 - 뭐 말할지

2. 배열 - 어떤 순서로 말할지

3. 표현 - 어떤식으로 말할지 고민하고,

4. 기억 - 머리에 잘 담아뒀다가

5. 전달 - 잘 말해


'발견'은 말의 소재를 의미한다. 바로 당신이 만든 비즈니스를 이야기 한다. 이건 이미 정해져 있고, 발표에서 사용할 논증의 구조는 (2)에서 함께 설명하기로 한다. '배열'은 말 그대로 말의 순서를 어떻게 둘지에 대한 내용이다. 서론-본론-결론 혹은 기-승-전-결 혹은 그 이외의 배열기술. '표현' 영어로는 Style, 문체에 대한 내용이다. 발표자 개인의 개성이 투여되는 부분이다. '기억'부분은 좀 적용이 다른데, 이건 나중에 설명. '전달' 원어로 Actio 라고 표현되는 부분이다. 발표시의 제스처, 성량, 동선 등등 물리적인 표현방식 모두를 포함한다.


수사학(Rhetoric)이라는 학문은 그리스어로 '설득의 방법'을 의미한다. 피칭 무대에서 심사위원과 관객을 설득해 '이거 되는 사업이에요'를 설득해야 하는, 바로 당신을 위한 학문이다. 충분히 설명하고 싶지만 이를 적기에는 여백이 부족하다.....(Hanc marginis exiguitas non caperet)

몰라서 그러는거 아니다. 여백이 없어서 그런거다.



괜히 여기서 고전수사학 이야기하면 창을 닫을 것 같으니, 더 나은 '배열'을 이해하기 위해 몇 개의 피치덱(Pitch Deck)템플릿을 소개한다.이 템플릿들은 데모데이 피칭을 위해 구성된 최적의 배열구조를 갖고 있다. 보통 10매를 기준으로 구성되어 있고, 발표시간 나누기 10을 하면 페이지당 평균 발표시간을 계산할 수 있다.


뭐...사실 양식(Form)을 내세우는 건 좋은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은 한다만, 이 템플릿을 통해서 자신만의 멋진 배열구조를 만든다면 그것도 좋지 않겠는가.


그럼 (2)번 글에서 설명드림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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