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적 자유부인의 점심 산책 넷째 날
일주일을 쉬었다. 업무가 많아 점심시간에 일을 하기도 했고, 지난 수요일에는 총선으로 출근을 하지 않기도 했다. 꾸준하지 않으면 또 흐지부지 될 것 같아 다시 산책을 나섰다. 주말 내내 흐리던 날씨도 때마침 개어 걷지 않을 수 없는 날씨이기도 했다.
지난번에 이어 또다시 남산을 찾았다. 이미 벚꽃은 다 진 상태였다. 같은 공간인데, 며칠 차이에 따라 풍경이 달라진다는 건 일견 당연하면서도 신기하고 재미있는 일이다. 시간이 흐르고, 계절이 바뀐다는 게 이런 걸까.
오늘은 지난번에 가지 않았던 루트로, 남산 둘레길을 조금 걸어보기로 한다. 출발 전에 대충 지도를 보기는 했는데, 한 바퀴를 돌기엔 시간이 턱 없이 부족해서 그냥 마음 내키는 대로 가다가 시간에 맞춰 돌아가기로 했다.
분명 아침에 집을 나설 때만 해도 바람이 불고 쌀쌀했는데, 일교차가 왜 이렇게 큰지 외투를 벗고 걷는데도 땀이 생각보다 더 많이 나기 시작한다. 아직 초입이라 그늘 하나 없는 언덕을, 햇빛을 온 얼굴로 다 받아가며 오르고 있자니 왠지 오늘 산책은 우아하긴 틀렸다는 예감이 든다.
어차피 힘든 거, 내친김에 서울타워까지 올라볼까 하다가 무리하지 말자며 본래 생각한 대로 남산도서관 쪽으로 향한다. 도서관을 지나면 그 옆으로 차도, 자전거도, 사람도 다니는 길이 하나 나 있는데 그게 무슨 길인지는 모르겠다. 소월길을 아래로 두고, 그 길 인도로 점점 산을 오르고 있자니 점점 멀어지는 차 소음과 동시에 산새 소리가 귀에 들어온다. 나무가 울창해질수록 인적은 줄지만, 이따금씩 관광버스가 무심히 지나간다. 이대로 계속 걷고 싶다는 마음은 한결같았지만, 시간은 어느새... 몸을 돌려 다시 회사로 향한다. 이쪽 루트는 조금 더 여유 있는 날 찾아오는 게 좋겠다.
2016년 4월 19일 오후 12:12, 4.5Km, 5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