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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ka GG Jun 03. 2021

계속 '어린이'로 산다는 건

동심과는 먼 이야기

| 어른으로 산다는 건

나이를 먹어간다. ‘언제 이렇게 나이를 먹었지’ 싶을 때가 있다. 가끔 누가 나에게 나이를 물어오면 잠시 손가락을 하나씩 접어가며 나이를 세어본다. 앞자리가 3으로 바뀌고 나서부터 그때가 벌써 언제인지를 손가락으로 헤아려보는 거다. 물론 아직은 누군가에게는 '한창'일 때고, 그들보다 하루라도 덜 산 뽀시래기 일지 모르지만.


다만, 그저 나이가 늘어나서라기 보다 이 나이쯤 되면 어떤 모습일지 막연하게 그려보던 때가 있었는데 그때 상상했던 삶과는 사뭇 다른 모습으로 지금을 맞이하게 된 것이 종종 당황스러울 때가 있다. 그리고 가끔 어떻게든 지금을 잘 살고 있는 스스로를 적나라하게 마주할 때면 여러 가지 복잡 미묘한 감정들이 사방으로 나를 휘두를 때가 있다.


그중에서도 감정의 동요가 크게 오는 순간은 가까운 친구의 결혼 소식을 들을 때, 이미 결혼한 친구가 첫째도 아닌 둘째를 임신했다는 소식을 들을 때이다. 나와는 조금 다른 삶을 사는 친구들을 보면서, 그리고 이제는 만나고 싶을 때 맘 편하게 만날 수 있는 친구가 하나씩 더 줄어간다는 것이 외로움에 강한 나조차도 흔들고 갈 때가 있다. (외로움에 대해서는 나중에 더 이야기하기로 한다.)

어쨌든 지금은 반복되는 일상의 주기에서 튕겨나가지 않으려 관성에 의해 하는 일이 많아졌고, 꽤나 잘 버텨내고 있다. 그럼에도 일상탈출이 필요한 순간순간이 있는데, 끝날 것 같지 않은 이 전염병 창궐의 시대는 자유로이 갈 곳 없는 심신을 점점 지치게 만든다.


그래서 결심했다. 다시 ‘어린이’가 되어 보자고. 새로운 것에 호기심을 가져보자고. 일이 아닌 것에 집중할 무언가를 찾아보자고!



| 의욕충만 ‘테린이’

몸을 쓰며 땀 흘리는 것을 좋아한다. 운동신경이 꽤 좋은 편이기도 하고 운동하는 걸 좋아해서 가능한 즐기려고 노력 중이다. 그래서 몇 달 전부터 그렇게 벼르고 벼르던 테니스를 배우기 시작했다. 그렇다. 내가 바로 ‘테린이’가 되겠다.

테니스. 생각보다 진입장벽이 높고 또 실력이 아주 더디게 느는 스포츠이다. 포핸드 1개월, 그리고 나면 백핸드를 배우고, 포핸드와 백핸드를 같이 치는 게 또 1개월, 그리고 나면 드디어 상대방과 공을 끊기지 않게 주고받는 랠리를 할 수 있게 된다. 랠리는 선생님이 잘 던져주는 공을 받아치는 것과는 천지차이다. 한마디로 지금까지 배운 게 도루묵이 되는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요즘 실내테니스장이 많아져서 레슨 받는 건 어렵지 않냐고 하겠지만, 그 레슨마저도 시간을 잡기가 쉽지 않고, 실내 테니스장에서 치는 것과 실제 야외 코트에서 치는 건 완전히 다른 세계이다. 게다가 구력이 웬만큼 되지 않으면 동호회나 테니스 클럽에 들어가는 건 꿈도 못 꾼다. 결국 야외 코트에서 실전을 맞이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다 보니 실력이 늘어가는 걸 체감하기 쉽지 않고, 게임을 하기까지는 못해도 최소한 7~8개월은 걸리는 것 같다.  


이제 막 테니스 입문 5개월 차 된 나. 어렵사리 랠리 파트너를 구했고, 야외 테니스 코트 예약이 하늘에 별따기라 한 달에 1~2회 정도 정식 야외 코트에서 랠리를 한다. 운동신경만 믿고 빠르게 늘 줄 알았던 실력은 아직도 걸음마 수준이다. 의욕만으로 가능한 건 역시 어디에도 없다.


이 많은 아쉬움 중에서도 가장 아쉬운 점은 바로 혼자서 할 수 없는 운동이라는 거다.


이제 테니스를 시작하는 사람이 있다면, 반드시! 야외 테니스장 혹은 실내이더라도 전체 코트가 마련된 곳에서 배우시길, 그리고 랠리 파트너를 가능한 한 빨리 구해 실력을 늘려가시길!



| n년째 영상 꿈나무

사진을 취미로 한지는 10년이 훌쩍 넘었다. 사진과 함께 영상에도 관심이 많아서 몇 년 전까지는 영상을 업으로 하고 있거나 이미 취미의 단계를 넘어선 몇몇 지인들과 함께 이것저것 주제를 잡아 짧은 촬영을 해보기도 했다. 그러다 내가 제주로 내려가 2년을 보냈고, 그 사이에 바이러스가 퍼지며 이런저런 이유로 모임 활동은 잠시 중단되었다.

이 멤버 중에 웨딩 촬영을 부업으로 하는 친구가 있는데, 나를 영상의 세계로 인도한 장본인이기도 하고, 내가 다시 서울로 돌아오자마자 이제는 부업의 시대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자기처럼 웨딩영상 촬영으로 용돈벌이를 해보지 않겠냐고 한다.  

이 친구야 본업이 마케터이기도 하고 영상 촬영도 수준급에 편집까지 가능해서 상업용 영상을 바로 찍는다 해도 무리가 없지만, 나는 정말 몇 년 동안 옆에서 촬영하는 걸 주로 지켜만 보며 메이킹 스냅을 찍던 뽀시래기라 선뜻 이 일을 부업으로 삼기는 어려웠다. 거기다 편집은 또 다른 영역이다. 한마디로 난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


여러 가지 변명을 늘어놓으며 웨딩촬영 부업은 영 아닐 것 같다고 말해왔는데, 그럼 자기가 촬영하는데 와서 직접 현장을 경험하고 배우지 않겠냐고 한다. 그래서 이제 당장 다음주부터 한 달에 한두 번은 웨딩촬영 보조로 주말을 보내게 되었다. 말 그대로 보조이고 당장은 돈을 생각하고 하는 일은 아니지만, 지속가능한 수입원을 만들기 위해 지금은 돈이 되는 일도, 안 되는 일도 나에게는 모두 일이다. 그리고 잠시 내려놓았던 관심사에 뛰어들 수 있어 한편으로는 설렌다.



| 왜 이렇게 열심히 살아?

이렇게 놓고 보니 나의 한 달은 일과 일이 아닌 것들로 가득 채워졌다. 일주일의 5일을 일하고, 그중 이틀은 테니스 레슨을 받고, 황금 같은 주말에도 가끔은 테니스 또 가끔은 웨딩촬영 보조로 뛰며 지내게 되었다.

의욕 충만한 테린이와 영린이(?)로 당분간은 바쁘게 지낼 예정이다. 물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는 날, 그리고 종종 만나야 할 사람 또는 만나고 싶은 사람들과의 약속도 잡아두었다. (그리고 또 몇번은 병원에 간다)  


가끔 주변에서 말한다. 자기가 아는 사람들 중에 제일 열심히 사는 사람 중 하나가 바로 나라고. 그 말이 좋게도 또는 안 좋게도 들릴 때가 있다. 열심히 산다는 건(물론 놀고, 먹고, 쉬는 것도 포함이다) 이상할 게 없는데 때로는 '열심히'의 가치가 퇴색되는 것 같아 아쉽다.

 

노력해도 가질 수 없거나 이루어질 수 없는 것들이 많아지다 보니 '그냥 대충 살자' 혹은 '뭘 얼마나 더하려고, 이거면 됐어'라는 식의 태도가 팽배해지는 듯하다. 아, 물론 좋다 나쁘다를 이야기하겠다는 게 아니다. 그저 어지러운 시류에 휩쓸리지 않는 뚝심 있는 어른으로 그리고 배움에 진심인 '어린이'로 살아가겠다는 스스로의 다짐이라고나 할까..!


슬로우 슬로우~ 퀵퀵 슬로우~

내 속도에 맞춰 살면 되는 거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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