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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ka GG Oct 05. 2021

운세가 말해 주는 나의 1년

올해도 글렀나봐

| 오긴 오는 걸까 그 '때'

'올해는 일, 사랑, 재물운 등에서 전반적으로 결실을 맺기엔 때가 아니거나 그리 좋은 흐름이 아니라'라고 한다. 과연 올해뿐일까 싶은 이 운세는 주거래 은행 에서 제공하는 콘텐츠에서 확인한 내용이다. 내 사주에는 남편도 있고, 자식도 있고, 자식 덕을 봐서 중년 운이 좋다고 한다. 근 10년 내로 중년의 삶을 맞이할 나인데 그런 날이 오긴 오는지, 그 남편과 자식은 어디에 있는지 의문이다.


사실 사주나 운세 같은 것에 의지하지 않는 편이다. 사주는 '정식'으로 본 적이 없고, 아주 가끔 이렇게 은행 에서 제공하는 무료 운세를 확인하는 것 말고는 돈을 지불하고 변화무쌍한 하루와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 적극적으로 알고자 했던 적이 없다.


신년이면 연례행사처럼 또는 마음이 심란할 때 점을 보러 간다는 사람들이 주변에 꽤 많다. 그렇게 하지 않는 내가 특이한 건지, 이것도 일종의 트렌드라 생각하면 주류에 편승하고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그래도 한 번은 해봐야 하는 행위인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그저 심심풀이로 가끔 확인하는 하루, 한 달, 일 년 운세를 보는 게 전부이고 앞으로도 여기에 돈을 지불할 생각은 (아직)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운세라는 걸 읽다 보면 꼭 어느 하루, 어떤 특정한 때가 아니어도 항시 살펴야 하는 태도나 상황을 말해줄 때가 많다.


가령 일에서는,

- 완전하게 이루어지지 않을 일을 주변에 먼저 알리는 일이 없어야 할 것, 자칫하면 큰 실수가 됨

- 타인의 일에 지나친 간섭은 피하고, 일을 해결하려다 오히려 오해를 사거나 난감해질 수 있으니 조심

- 만족할 줄 알면 그리 나쁜 시기는 아니니 적정한 선에서 마무리하는 지혜가 필요


연인관계는 대체로 이렇고,

- 기존의 연인들은 상대의 마음을 보다 많이 살펴야 하는 시기

- 이성과의 만남에 있어 우회적으로라도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 좋음

- 노력이나 감정을 표현만큼은 얻을 수 있는 날이니 인색하지도 넘치지도 말아야 함


재물운은 이렇다.

- 작은 것을 바라고 시작했지만 욕심이 앞서 오히려 큰 손실로 이어질 수 있음

- 수입보다는 지출의 관리에 주력해야 하는 시기

- 계획이 틀어지면 손해를 보게 되는 일이 생기니 반드시 미리 점검해야 함


그리고 마지막은 '전체적인 운의 흐름이 부족하니 억지로 일을 구하려 하지 말고 현재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에 더 집중하는 것이 지혜가 될 것'이라고 한다. 어쩜 이렇게 맞는 말만 하다니! 그래서 운세를 믿지 않는다.


운세의 내용을 믿지 않는다는 게 아니다. 이런 상황을 맞이할 수 있으니 미리 대비하라는 것과 그 세세한 내용도 너무 맞는 말이다. 그 하나하나가 삶의 지혜와 현명한 태도의 본질을 이야기하고 있다 보니 과연 어느 하루, 한 달 아니면 어느 한해에 국한된 것일까 싶어서 그렇다.



| 운을 운운할 때 

운세를 믿지 않는다고 하지만 결국 하는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인간관계가 힘들 때, 무언가 탓할 대상을 찾고 싶을 때 결국 운을 운운하게 된다. 그래서 도대체 그 '때'가 언제인지, 찾아오기는 하는 건지, 이번 생은 정말 일도 사랑도 글렀는지 등등  


아차 싶은 날에 오늘의 운세를 확인하고는 '아 역시 오늘은 날이 아니었네..'라고 읊조리는 나를 발견할 때면, '아 이거 생각보다 용한 거 같은데 진짜 점 한번 보러 가야 하나?'라고 생각하다 결국 만다. 운세를 믿지 않는다는면서 곧잘 챙겨 본다. ('나..운세 좋아하네?')


사실 내가 진짜 운세나 사주에 연연하고 싶지 않은 이유는, 좋은 소식이나 징조는 언제 들어도 좋은 것들이지만 부정적이고 좋지 않은 이야기를 들었을 때 거기에 휩쓸려 괜히 (어쩌면 멀쩡한 일을 두고) 힘들어하는 건 아닐까 해서 그렇다. 누군가는 어떤 의미에서 상담을 받는 느낌이라고도 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단순하게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의 정화 같은 걸 느낀다고도 하는데 그럼에도 아직 내가 깊게 공감할 수 없는 부분인 것 같다. 상담이 필요하다면 상담사를 찾아갈 것 같고, 감정 정화는 다른 것들로도 충분히 가능하지 않나.


하루, 한 달, 일 년은 예상했던 장애물과 예상치 못하게 불쑥 튀어나오는 어려움을 만나 중간에 틀어지고, 틀어진 걸 다시 바로잡기에 바쁘다. 운이라는 것도 노력에 의해 바뀌기도 한다는데 운을 논하기 전에 받은 만큼 일하고 있는지, 먹은 만큼 움직이고 있는지, 움직인 만큼 결과가 따라오고 있는지를 봐야겠다. 특히 요즘같이 뭐 하나 내 마음 같지 않은 상황들의 연속일 때 말이다.  


3일 간의 꿀 같은 연휴가 끝났고 그사이 10월이 시작되었다. 코로나 시국만 아니었으면 길게 휴가를 내어 여행도 다녀올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기도 했다. 새로운 자극도 받고, 머리도 좀 식힐 수 있는 좋은 타이밍이었는데 쉼 없이 달려와 어느새 올해는 캘린더 두장 넘기면 끝나는 시간이 남아 있다.


과연, 올해의 나의 운세는 운세가 말한 그 운세대로 흘러갔을지 남은 두 달을 잘 지켜봐야겠다.

믿거나 말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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