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현역 하면 누가 떠오르는가. 누구라도 김형석 교수를 떠올릴 거다. 실제 나이 103세로 왕성하게 현역으로 활동을 하고 계시기 때문이다.
요즘 김형석 교수님 관련 글을 자주 쓴다. 책과 강의를 통해 내가 받은 영향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인생 멘토로 모시고 그분의 삶을 좇아 살려고 노력하고 있다.
얼마 전 김형석 교수님 추천으로 내가 양구 인문대학에서 강의를 하게 되었기에 감사의 표시로 점심 대접해드리고 싶다고 연락을 드렸더니 그달에만 예정된 강의가 27회라며 다음 기회에 봤으면 좋겠다고 답을 주셨다.
한 달에 27회면 거의 하루에 한 개꼴이다. 게다가 지방 강의도 많다고 하신다. 103세이신데 그런 스케줄을 소화해 내신다는 게 놀랍다. 실제 강의를 들어보면 1시간 내내 서서 하신다. 질의응답 시간에도 질문을 잘 알아들으시고, 발음도 새지 않는다.
교수님의 강의 스케줄 얘기를 들으며 많은 생각을 했다. 단순히 강의가 많으셔서가 아니라 100살 넘어 그런 왕성한 활동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에 생각이 미쳤기 때문이다.
정리해보니 다섯 가지를 갖춰야 한다.
첫째 콘텐츠 (知)
둘째 건강 (體)
셋째 삶의 모범 (德)
넷째 사명감 (人)
다섯째 신앙심 (天)
1. 콘텐츠 (知)
그분이 가진 콘텐츠가 어떤 것이기에 지위고하,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그분을 초청하고 싶어 하고 그분의 강의에 열광하는 것일까. 단순히 나이가 많다고 예우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분의 책과 강의를 들어 보면 요즘 핫 하다는 강사들과는 확연히 다르다. 사용하는 글과 말에 화려한 수식어나 미사여구가 없다. 지극히 평이한 단어를 쓰신다. 그분은 억지 유머를 쓰지 않는다. 목소리 톤이 높거나 낮지도 않으며 늘 차분한 목소리로 강의를 하신다. 그럼에도 청중의 눈과 귀를 잡아 끄는 매력이 있다. 그분은 4차 산업 혁명을 들먹이지도 않고, 인공 지능도, 블록체인도, 빅데이터도 언급하지 않는다. 그럼 뭘까. 한마디로 가슴을 흔드는 메시지다. 사람들은 그분의 메시지에 감동한다. 그분의 메시지는 동서고금을 넘어 널리 통용되는 지혜의 말씀이기 때문이다. 반짝하는 콘텐츠가 아니라 어느 시대, 어떤 상황에 처하던지 꼭 필요한 진리이기 때문이다. 그분의 말씀을 들으면 ‘아, 나도 저렇게 살아야 되겠다’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 콘텐츠는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자신은 독서의 힘이라고 말한다. 지금도 책에서 손을 떼지 않고 읽는다고 하신다. 예나 지금이나 책을 읽지 않으면 새로운 지식을 얻을 수 없다. 요즘 같이 급변하는 환경에서 새로운 지식을 얻지 않고 각계각층의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전할 수 있겠는가. 평생학습 시대라는 말이 실감 난다. 그랬기에 그분은 지금까지 98권의 책을 저술하셨다. 지금도 매일 글을 쓰고 계시고 지금 같은 출간 속도라면 생애 100권도 가능할 것이다.
2. 건강 (體)
백세시대 건강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건강하지 않고 어떻게 100세 현역으로 활동할 수 있겠는가. 그분은 지금도 일주일에 서너 차례 수영을 하신다고 한다. 여기서 말하는 건강은 몸짱이 아니다. 먹고 소화시키고 말하고 듣고 읽고 쓰고 걸어 다닐 수 있는 정도, 일상생활에서 불편이 없을 정도의 건강한 몸을 말한다. 그거면 된다. 그렇게 건강을 유지하려면 술, 담배, 수면 부족, 폭식, 영혼을 타락시킬 정도의 놀이는 금해야 한다. 필수 영양소가 든 음식으로 소식하고, 생활 가운데 운동하는 습관(대중교통 이용, 걷기, 산책 등)을 갖고 건전한 삶을 살면 된다. 한 마디로 욕심 없고 절제하는 삶이다.
3. 삶의 모범 (德)
그분이 책이나 강의에서 말하는 것과 실제의 삶이 다르다면 누구도 그분을 존경하지 않을 것이다. 요즘 그런 사람들이 적지 않다. 리더십 강사 중에 리더십 없는 사람 많고, 행복 강사 중에 행복과 거리가 먼 삶을 사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들은 책을 많이 읽었는지는 몰라도 그들의 삶은 그들의 말이나 글과 다르다. 그런 사람들은 오래가지 못한다. 반짝 빛을 보다가 슬그머니 사라져 버린다. 그러나 그분은 한결같다. 삶에 흐트러짐이 없다. 그래야 오래간다.
4. 사명감 (人)
아무리 건강한 사람이라 해도 100세가 되면 청년이나 중장년 때와는 건강의 정도가 다를 수밖에 없다. 젊은 사람도 하기 힘든 1일 1회 강의를, 그것도 빈번히 지방 강의를 소화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그럼에도 그분이 그렇게 왕성한 활동을 할 수 있는 것은 사명감 아니고서는 설명할 방법이 없다. 그 연세에 유명세도, 돈 때문도 아닐 것이다. 사명감이란 무엇인가.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남을 위하는 것이다. 사람을 살리는 일이다. 사람을 살리는 일보다 더 귀한 일이 어디 있는가. 사명감은 하늘의 명령이다. 조물주가 왜 그분에게 103세임에도 그렇게 건강한 몸을 주셨겠는가. 사람들에게 지혜의 메시지를 전하라는 명령 아니겠는가. 그분은 그 명을 따르는 것이다.
5. 신앙심 (天)
인간은 무지하고 부족하며 유한한 존재다. 무지와 부족은 교육으로 채우고, 한계는 신앙으로 채운다는 생각이다. 우리는 땅에 발을 디디고 살지만 하늘의 뜻을 알아야 한다. 그게 신앙이다. 그분은 독실한 크리스천이다. 신앙서적만 여러 권을 저술하셨다. 특정 종교를 말하는 게 아니다. 어떤 종교가 됐던 신의 존재를 인정할 때 인간은 교만하지 않고 겸손해진다. 부족하다고 남의 것을 탐하지 않고 가진 것에 감사하며 산다. 인간이 타락할 때는 교만할 때다. 나와 내 가족만 소중한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형편을 돌아볼 줄도 안다. 젊어서는 자기 밖에(자기애) 모르다, 중년이 되어서는 가족애로 살고, 노년에는 인류애로 살아가는 것이 성숙한 삶이다. 그것을 가능케 하는 것이 바로 신앙이다. 그분의 말과 글은 항상 국가와 민족을 생각하며 나아가 세계인으로 살아가기에 부족함이 없는 도덕성을 갖추기를 강조한다. 그분은 그걸 선진사회라고 말한다.
김형석 교수님은 말만 백세가 아니라 실제 백세를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삶으로 보여 주시는 분이다. 이 분이 계시기에 그 뒤를 쫓는 후배들이 많이 생길 거라고 생각한다. 나도 그중에 하나다. 나도 백 살 언저리에 하늘의 뜻을 알고 지덕체를 겸비하여 사람을 사랑할 줄 아는 인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지금부터라도 준비하면 가능하지 않을까. 기대되는 인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