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히은 Apr 24. 2017

여행이라는 일상

치앙마이 님만해민


나의 일상을 벗어나 다른이의 일상으로 걸어 들어가는 일.

누군가 매일 출근하는 길을 오늘 내가 걷는, 어쩌면 유령과 같은 날들이 바로 혼자하는 여행이 아닐까.


비행기를 타기전의 설레임이 남아 있는 여행의 첫날, 낯선 잠자리와의 어색한 밤.

그리고 아침의 난감함. 

나는 왜 이 낯선 곳에 왔을까. 목적없는 여행의 시작은 난감함이다.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치앙마이는 두어시간 정도의 비행으로 올 수 있는 거리다.(나는 현재 프놈펜에 살고 있다)

멀지 않은 거리. 그것이 주는 안도감.


그래서 치앙마이에 와 있다.

모험을 떠나고 싶은 마음보다는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떠난 여행이다.


나는 걷는다. 아무도 나에게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저 나는 그들사이에서 걷는다.

아무도 말을 시키지 않고 아무도 나에게 관심이 없다.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술을 마신다.

여럿이 있다고 외롭지 않은 것이 아니므로 혼자라고 외로운 것만은 아니다.

나에 대해 아무도 어떤 판단을 하지 않는, 그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 나는 치앙마이에 와 있다.


골목들엔 언제나 코너가 있고 그 코너마다 나는 선택을 한다. 오른쪽 왼쪽.

나는 길을 헤메지 않는다. 처음부터 목적지가 없었으므로.

길을 잃는 것이 이 여행의 목적인것 처럼

이 골목, 저 골목을 헤메고 다닌다. 



님만해민은 올드시티에서 샹떼우로 10분거리에 있는 젊은 시가지이다. 치앙마이 최대 쇼핑몰MAYA가 있는 거리는 밤이 되면 더욱 반짝인다. 밤마다 크고 작은 야시장들이 들어서고 사람들은 아무거리낌없이 길거리에서 먹고 마신다. 작은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국수 한그릇 비우고 과일쥬스를 사서 거리를 걷는다. 밤의 사람들은 낮보다 조금 더 활기차 보인다. 그들 사이로, 그들의 그들이 되어 걷는다.


맥주를 좋아하는 나는 어느 나라를 가든 그 나라 맥주를 꼭 마신다. 여행의 첫날 밤, 비행의 여독을 풀기엔 맥주가 최고인데, 숙소근처의 세븐일레븐(편의점)에선 맥주가 아예 없다. 편의점에서 조차 술을 시간에 맞춰 판매를 한다는 건 미리 알았지만 술을 아예 판매하지 않을 꺼라는 생각은 못했다. 맥주가 없는 첫날밤은 건조하고 낯설었다.




잠자던 개들과 관찰하는 고양이들. 아침의 님만해민은 사람이 없다. 대부분 오후에 문을 여는 가게들이 많아 골목은 한산하다. 어제의 화려함을 모두 지워내고 다시 맨 얼굴로 나를 맞아 준다. 누군가는 요즘 매연이 많아 져서 걷기 힘들다고 하던데 프놈펜에 사는 나로써는 가게앞 화분 잎사귀에 먼지없이 잎이 반짝이는 것만으로도 이곳이 좋다.


누군가 산이 좋은지 바다가 좋은지를 물으면 나는 항상 산이 좋다고 대답했다. 바다가 주는 광활한 수평선을 오래두고 바라보면 어떤 두려움이나 허무함 같은 감정이 들곤 했다. 하지만 산은 바라 볼수록 나를 감싸주는 기분이 들었다.

캄보디아는 광활한 지평선이 보이는 나라이다. 산이 거의 없다. 지대가 조금만 높아져도 지평선이 나를 중심으로 둘러 쳐진다. 그것은 바다의 수평선과 꽤 닮아 있다. 


이곳은 골목마다 산이 보인다. 낯설지만 익숙한 풍경을 걷는다. 

 어묵 국수와 갈비탕



태국에서의 아침은 역시 국수.

카오산의 어묵국수랑은 또 다른 어묵국수의 맛이다.

유명한 시아 어묵국수와 갈비탕까지 혼자 다 먹는다.

이 국수때문에 태국에 살고 싶을 정도, 진심이다.

#Sia Fish Noodles

RISTR8TO Satan Latte



님만해민에는 크고 작은 카페가 많다. 카페가 많다는 건 여유 있는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많다는 뜻이다. 그 여유 속으로 나도 들어 선다. 따뜻한 라떼를 한잔 주문한다. 캄보디아에서는 무조건 찬 커피만 마시는데 이곳에선 따뜻한 라떼를 시키고 싶었다. 여기는 나의 일상이 아니므로.

#Ristr8to

님만해민 서점에서 만난 하루키




골목을 돌아 작은 서점에서 무라카미 하루키를 만났다. 크메르어(캄보디아 문자)와 닮은 태국의 문자들 사이에 만나 하루키가 아는 사람을 만나 것처럼 반갑다.










치앙마이 예술대학에 들려 전시를 보고 The barn cafe를 찾아가는 길에 하얀 탑들로 가득한 절에 들어갔다. 이 탑들이 무덤과 같은 역활을 한다는 걸 캄보디아에 살며서 알게 되었다. 화장한 재를 보관하는 납골당이다. 보통은 부자들의 탑은 크고 화려하고 가난한 이들의 탑은 작고 소박하다. 근데 이곳의 탑들은 모두 비슷한 크기에 모두 하얀색이다. 죽은 이들 앞에 마련된 왕의 추모재단이 화려하다. #Wat Suan Dok


카페에 들어서서 아이스 카프치노를 시켰다. 

숨겨진 아지트 같은 곳. #The Barn Cafe 소품하나하나 예사롭지가 않다.


이곳, 님만해민에 있는 몇일 동안 매일 아침 국수를 먹고 매일 다른 카페에서 커피를 마셨다. 길거리에선 과일쥬스를 마셨고 밤에는 술파는 시간에 맞춰 술을 사다가 자기전에 한병씩 마셨다. 


#Baan Khang Wat (DesignCraft studios)



길을 잃어도 

나를 잃지 않을 용기가 나에게 있을까.







매거진의 이전글 봄나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