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하는 일을 머리로 이해하는 것은 그저 자기만족에 불과하다.
이 일의 진정한 숙달은 오직 몸으로 익혀야만 가능했다.
그리고 몸으로 하는 일에는 필연적으로 위험이 따른다는 것을 깨닫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어느 정도 동선에 익숙해지고 나니 '다닐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깜깜한 새벽의 운전, 잘 보이지 않는 환경, 쓰레기봉투 속에서 돌출된 날카로운 이물질, 그리고 끊임없이 뛰어다니고, 나르고, 던지는 모든 과정 속에서 안전사고는 어쩌면 자연스럽게 발생할 수 있는 일이었다.
미숙함은 곧장 사고로 이어졌다.
작업을 하던 중, 차량 뒷문에 손가락이 끼고 말았다.
앗! 외마디 비명과 함께 손가락을 살펴보니, 검지 손가락의 손톱이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통증이 쉬지 않고 간격을 두고 왔고, 곧 손톱이 빠질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손가락이 계속 아프면 내일부터 일은 어떻게 하지'라는 걱정이 밀려왔다.
그나마 긴장감 속에서 일을 하다 보니 잠시 아픔을 잊었지만, 문제는 그다음 날부터였다.
찬 새벽 서리를 맞은 종량제 봉투를 잡고 던지기를 반복하는 동안, 손가락은 부어올랐고 고통은 더욱 심해졌다. 면장갑과 보호용 장갑을 꼈지만, 찬 기운 때문에 손가락이 시려 떨어져 나가는 듯한 고통이 느껴졌다.
현장이 나를 받아주지 않는다는 원망마저 들었다. 몇몇 동료들이 내 손가락을 보더니, 현장에서는 비일비재한 일이라고 했다.
두 달 정도 후유증이 갈 것이라며, 기간을 줄이려면 병원을 가라고 권했다.
손가락 사고는 시작에 불과했다. 정말 위험했던 상황은 따로 있었다.
부사수는 차량이 후진을 하거나 복잡한 골목길을 지날 때 반드시 내려서 주변을 살피고 수신호를 해주어야 한다.
새벽 골목길은 암흑이나 마찬가지였다.
나는 수신호를 하고 있었고, 트럭은 후진하고 있었다. 조금씩 나도 뒤로 물러서고 있었는데, 내 옆 갓길에 세워진 트럭을 보지 못했다.
사수 또한 자신의 시야에서 내가 사각지대였는지, 멈추지 않고 그대로 후진을 했다.
나는 한 뼘 정도의 차이로 내 가슴 옆을 지나가는 압축 차량을 멍하니 지켜보았다. 그 순간 모골이 송연해지면서 인생의 모든 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찰나에 차와 차 사이에 끼여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다는 생각이 등줄기를 타고 흘렀다.
동선이 눈에 들어와 일이 조금 수월해지는 듯했지만, 내가 이 일을 몸으로 익히는 데 넘어야 할 큰 산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위험을 대하는 나의 자세였다.
이 일이 항상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하는데, 그것이 잘 되지 않았다. 왜냐하면 이 일이 나의 '숙명'이라고 온전히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몇 년만 하다 더 좋고 편안한 곳으로 떠나고 싶다'는 마음속 희망이, 오히려 지금의 위험에 대한 주의력을 흐리게 만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