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연우 Dec 10. 2023

남자 고르는 기준 3가지

Entj 연애

나를 아는 사람의 절반은 내가 남자 보는 눈이 정말 낮다고 말하고, 나머지 절반은 남자 보는 눈이 까다롭다고 말한다.


이렇게 극과 극의 평가를 받기도 어려울 텐데, 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보면...


나는 나 자신을 잘 아는 편에 속했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잘난 남자를 찾기보다는 나와 잘 맞는 남자를 찾았다. 사회적 지위/직업/돈을 전혀 안 보니 일부는 눈이 정말 낮다고 말하고(특히, 울 엄마), 근본/매너/유머 등을 보는데 좀 오래 지켜보는 편이라 일부는 까다롭다고 보는 거 같다. 지금 남편을 만나기 전 모든 연애가 3개월을 넘기지 못했으니 까다롭다면 까다로울 수도...?


어쨌거나 난 내겐 너무 완벽한 남자를 만났고, 그런 남자를 만난 나만의 기준을 공유해 보고자 한다.


1. 근본

어떤 사람들은 1초만 봐도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척척 아는 사람도 있다지만, 난 편견이 없다 못해 아무 기준이 없는 사람이었다. 특히나 지금 남편을 26살에 만났으니 얼마나 순진했겠으며, 이런 사람 저런 사람 만나본 적이 없으니 사람의 근본을 파악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이었겠는가.


그래서 생각해 낸 건, 학창 시절 통지표를 보는 일이었다. 나도 초등학교 통지표를 받아볼 때면, 선생님이 나에 대해 꽤 잘 파악하시는구나 놀랄 때가 종종 있었다. 아무래도 1년을 같이 생활하다 보니, 나의 성격들이 의도치 않게 드러났겠거니~


지금 남편을, 소개팅하고 한 3~4번 만났을 즈음 데이트를 하기로 한 어느 날 비가 추적추적 내렸다. 데이트를 취소하긴 뭐 하고, "어린 시절이 궁금한데 저희 통지표나 상장 같은 거 가지고 추억이나 공유할 겸 북카페나 갈까요?"


실제로 관심이 가는 사람이다 보니 그 사람의 어린 시절이 궁금하기도 했다. 우리는 함께 커피를 마시며 오랜만에 본인 것도 보고 서로의 것을 보며 추억 얘기도 하면서 재미난 시간을 보냈다. 


남편의 통지표에는 특히나 '예의가 바르다. 품위 단정하다'라는 문구가 많았던 것이 인상 깊었다. 그렇게 학창 시절 선생님의 눈을 빌려 남편의 근본(?)을 파악해 볼 수 있었다.


2. 매너

난 희한하게 공부 잘하는 사람보다도 매너 좋은 사람이 멋져 보였다. 뭐랄까.. 가정교육을 잘 받은 느낌, 신분 사회는 아니지만 귀족 같은 느낌이 드는 그런 매너를 보면 설렘을 갖는 사람이었다.


내가 생각하는 매너는 정말 사소한 거다. 대화할 때 눈 맞춤, 상대방이 말할 때 집중해 주는 거 같은?? 뒷사람을 생각해 문을 잡아주고, 걸을 때 보폭을 맞춰주는.. 쓰다 보니 매너인지 배려인지 모르겠지만, 뭐 그게 그거 아닌가?


처음 남편을 만났을 때, 강남 한복판의 한 레스토랑에서 만났다. 남편은 당시 유학생이라 잠깐 한국에 들어와 있었는데, 첫 만남이라고 아주 작은 고디바 초콜릿을 사서 선물로 주었다. 고디바 초콜릿은 매너와 아무 상관도 없지만, 거절하게 되어도 부담스럽지 않을 정도의 선물이 그 사람의 센스를 짐작하게 했다.


밥을 먹으며 얘기를 나누는데, 내가 말하기 시작하면 먹던 물도 내려놓고, 밥도 안 먹고 오직 내 얘기만 들어주던 것이 기억난다. 오, 이 사람 예사사람이 아니구나!


우린 2차로 커피숍에 갔다가 영화를 보러 가기로 했다. 당시 아이언맨 2인가 나왔을 때라 보자고 했는데, 남편이 좋다고 해서 당연히 안 본 영화라고 생각했는데, 이미 2번이나 본 영화를 내가 보고 싶어 하는 거 같아 처음 보는 사람처럼 또 봐준 거였다. 이것도 한 6개월 뒤에나 우연히 사실을 알게 된 거다. 뭐, 첫 만남이니까 이 정도는 기본인가(?) 싶지만, 난 그렇게 못하는 사람이니까 자연스럽게 상대를 배려하는 모습이 너무 좋아 보였다.


그 후로도,

- 내 지인을 만났을 때 악수를 청하는 모습

- 비 오는 날 우리 부모님을 만났을 때 우산과 코트를 받아주는 모습

- 항상 깨끗한 운동화와 셔츠

- 때와 장소에 맞는 적당한 목소리 크기와 톤

- 깔끔한 운전 솜씨

- 겸손한 자세 등

남편의 완벽한 매너에 난 점차 매료되었다.


3. 유머

내가 남자를 볼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위에 말한 근본과 매너 다음 유머다. 유머가 세 번째이긴 하지만 근본과 매너를 갖춘 사람은 많아도 유머까지 갖춘 남자는 별로 없다.    

여자들이 나쁜 남자를 좋아한다고 하는데, 착하면서 센스 있고, 착하면서 유머 있기가 쉽지가 않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으로 근본 있고 매너 있는 남자 중에 유머가 있기가 참 어렵다. 근본 있고 매너가 있다는 말은 기본적으로 사회 규범에 잘 따르고, 사회가 정한 상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말인데, 이 말인즉슨 인생이 따분하고 재미가 없을 확률이 높다는 말이다.


그러나 흔하지는 않지만 그걸 다 갖춘 사람이 있다. 요즘에는 다들 매너가 좋으니 더 그런 사람이 많을 거다.


남편은 유머가 있다. 물론, 내 기준에서.

뭐든 지루함을 잘 느끼는 편인데 십여 년이 지난 지금도 깔깔거리며 웃을 일이 많다.


그래서 내겐 너무 완벽한 남자!

BUT 내가 저 3가지를 중요하게 생각하긴 하지만, 만나면서 재거나 따지거도 참 어려운 법. 결국 이 세상에 완벽한 남자 만나는 법은 없다. 운명일 뿐~ㅎㅎ





작가의 이전글 현대판 노예의 요령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