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하이라이트 Feb 20. 2024

아빠는 라푼젤




둘째를 눕혀 놓고 불을 껐더니

물통이 없어졌다

인형이 없어졌다

계속 쫑알대길래

다 찾아주고

다시 불 끄고 누우니까

또 뭐라고 쫑알쫑알.


“아빠 이제 대답 안 한다.”


그랬더니

“윤이 자기 싫어.

윤이 화났어.

아빠 나쁜젤이야.”

라고 수십 번은 반복하다 잠든다.


아빠가 ‘나쁜젤’이라니.


이 말의 기원은 첫째가

한창 <라푼젤>에 빠져 있을 때로 거슬러올라간다.

책도, 노래도, 영상도 <라푼젤>만 고집하던 아이가

어느 날 물었다.


“근데 나쁜젤(라푼젤)은 왜 착한데 나쁜젤이야?”


그후로 나는 가끔 장난 삼아서

‘나쁜 사람’이라는 뜻으로 ‘나쁜젤’이란 말을 쓴다.


그걸 어느새 둘째가 습득했다.

역시 애들 앞에서는 말 함부로 하는 거 아니다.


라푼젤은 탑에 갇혀 살지.

아빠는 이 집에 갇혀 살아.

니들 본다고.

매거진의 이전글 한 지붕 네 감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