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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하이라이트 Mar 31. 2024

양떼목장과 죽을 고비와 짜장면





봄은 뭐가 그리 급한지 왔나 싶으면 가버린다.

집돌이 집순이도 집에만 있기 아까운 주말이다.


남해 양떼목장에 다녀왔다. 둘째는 울타리 너머로 양들이 보이는 순간부터 울상이고 첫째도 잔뜩 긴장했다. 하긴 네 발로 선 키가 일곱 살 첫째 만하니까 무서울 만도 하지.


하지만 1시간을 운전해서 왔는데 울타리 밖에서만 보면 아깝지.울타리 안으로 들어가자 둘 다 기겁해서 둘째는 엄마한테 안겨서 안 떨어지고 첫째도 얼른 풀밭 위의 평상 위로 올라갔다.


첫째가 먹이 바구니를 들고 있으니까 양들이 마구 몰려들고 성질 급한 애는 받침을 딛고 평상 위로 고개를 들이밀었다.


둘 다 무서워서 소리지르고 난리 난리. 둘째는 숫제 울면서 “제발 좀 가자!” 오열.


좀비 영화 찍는 줄.


목장을 나와서 점심을 먹는데 평소 성질대로라면 안 먹는다, 피곤하다, 짜증내고 악을 썼을 둘째가 싱글벙글 까르르다. 죽음의 공포를 경험한 후 먹는 짜장면 한 그릇이 주는 살아 있음의 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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