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도복숭아
어려서부터 어머니와 천도복숭아를 자주 사 먹었다.
시큼하면서 달달한 그 맛이 좋았고,
자두보다 딱딱히 씹히는 그 식감에 제철이 되면 가장 좋아하는 과일이었다.
그런데 두 아들의 아빠가 된 요즘은
천도복숭아는 가족 중에 나만 좋아하는 관계로 그리 자주 먹진 않게 되었다.
어제 마트에서 12개의 10,900원이라는 눈이 휘둥그레지는 가격에
와이프 몰래 카트에 천도복숭아를 집어넣었다.
그리고 집으로 와선 차가운 물에 뽀득한 소리를 내며 씻은 후,
식칼을 들고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접시에 올렸다.
잘하지 못하는 칼질을 혼자 해보려고 이래저래 과육을 자르다가
가운데 씨앗에 걸려 칼이 잘 들지 않았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잘라놓은 부분들을 접시에 먼저 담아두고
씨앗 주변에 붙어있는 부분을 먼저 닭다리처럼 들고 뜯었다.
"여보, 거기를 굳이 왜 먹어?"
내 모습이 신기해서 물어보는 와이프에게
오히려 그 질문 자체가 신기했던 나는 말했다.
"응? 왜? 여기가 제일 맛있는 부분인데?"
그런데, 그렇게 말하고 나니 문득 생각이 났다.
제일 맛있다고 말하고 있지만,
정작 어렸을 적 난 그 부분을 먹은 기억이 없다는 것이.
홀몸으로 자식 둘을 키우신 어머니께서만 항상
씨앗 부분이 제일 맛있으시다고 이야기하셨고,
오른손으로는 식칼을 든 채 우리에게 과육을 나눠 주시고
왼손으로는 남은 씨앗 부분을 드셨던 기억이 났다.
그 모습이 갑자기 정말 생생하게 머릿속을 스쳐갔다.
바보 같다.
이제야 알았단 사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