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분석 업무를 통해 얻은 깨달음
자기소개서나 면접에서 가끔 나오는 '문제해결력'. 이 애매모호한 단어는 도대체 무슨 뜻일까.
기획 일을 하다가 문득 이 단어의 의미를 체감한 경험이 있어서 공유해보고자 한다.
카탈로그 팀에서 카테고리별로 키워드 검색수를 뽑아달라는 요청이 왔다. 카테고리에 따라서 속성 정보를 노출하는데, 이게 전체 키워드 중 몇이나 차지할지 예측하기 위해서였다.
쿼리 작성하는거 자체는 어렵지 않을거 같아서 굳이 내가 바로 하진 않았고, 내 데이터 업무를 어시스트해주는 분께 추출해달라고 요청드렸다. 그분이 작성한거를 크로스체크 해보니 몇가지 수정할 내용이 있었다.
그래서 어떤 점이 잘못되었는지 설명해드리려고 내가 쿼리를 다시 수정했는데 고민되는 사항이 생겼다. 고기를 잡아드릴까, 아니면 고기 잡는 법을 알려드릴까.... 고기를 잡아드리는 것은 '어떤 테이블의 어떤 컬럼을 참고해보라'고 직접 알려주는 것이었다. 그리고 쿼리의 문법적으로 틀린 부분을 고쳐주는 것이었다. 이 방법은 시간도 별로 안걸리고 아주 간단했다.
하지만 고기 잡는 법을 알려주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많은 것을 알아야 했다. 이 상황에서 왜 이 테이블을 봐야하는지, 그리고 그 테이블을 찾기 위해선 어떤 것을 알아야 하는지를 알아야 한다. 예를 들어, 보통은 데이터분석팀에서 대시보드를 위해 만들어놓은 테이블을 쓰는데, 이번 케이스에선 부적합했다. 왜냐면 데이터분석팀은 빠르게 데이터를 시각화하기 위해서 키워드를 5만개만 잘라서 테이블에 저장해놨다. 하지만 이번 케이스에서는 모든 키워드의 정보를 카테고리별로 필요했다. 따라서 모든 키워드가 있는 테이블과 카테고리 테이블을 조인해서 쿼리를 작성해야 했다.
또 한편으로는 카테고리 테이블을 조인하기 위해서 정합성을 확인해야 하기도 했다. 날짜에 따라서 1개의 키워드는 N개의 카테고리 정보를 가질 수 있게 되어있는데, 이번 케이스에서는 단 한개의 카테고리정보만을 가지고 와야 했다. 그래서 샘플로 키워드 단위로 먼저 추출한 다음, 카테고리 정보를 1개만 가져오게 쿼리를 테스트하면서 정합성을 맞춰야 했다. 이 모든 것을 판단할 수 있어야만 누구의 도움없이 혼자서 맞는 쿼리를 작성할 수 있다.
어시스트분께 단순히 위 정보를 알려주면서 떠먹여줄 수 있다. 근데 그렇게 하면 이번 케이스만 대응 가능할 뿐이다. 다음 번에 비슷한데 다른 케이스가 발생했을 때, 그에 맞춰서 대응할려면 혼자서 그 방법을 찾을 수 있어야 했다. 이게 바로 "문제 해결력"이라고 느꼈다. 단순히 매뉴얼대로 따라서 일회성으로 일을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일이 일어나더라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바로 "문제해결력"이 우수한 거구나를 느꼈다.
한편으로 나는 그 위에 내용에 적어둔 그 고기 잡는 법을 누구에게 배운 것이 아니라 혼자 익힌 내용이었다. 물론 궁금한 점이 있으면 데이터분석팀이나 유관부서 담당자에게 물어가면서, 다양한 케이스를 접하고 해결해나가는 경험을 쌓았다. 그랬더니 어느새 이게 나만의 실력이 되어있었다. 내 문제해결력이 많이 늘었다는 것을 체감하는 순간이었다.
거의 2년 동안 Today I Learn을 작성해오면서, 대부분 아쉬운 점이나 배운점을 작성해왔는데 이번엔 굉장히 드물게 나 스스로에게 칭찬하는 글을 작성해본다. 가끔 이렇게 하는게 맞는지, 이렇게 성장해도 되는지 갈팡질팡할 때가 있는데 오늘은 비로소 내가 바른 방향으로 잘 성장하고 있다는 확신이 든다.
늘어가는 내 모습을 보는게 너무 즐겁다. 역시 내 일은 넘나 흥미로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