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임우주 Jan 10. 2024

데이터 분석하는 기획자의 고충

SQL을 잘 다루면, 맡게 되는 데이터 운영 업무들

나는 기획자지만 SQL을 잘 다룬다. 그러한 까닭에 팀에서 데이터 관련된 업무를 전담하고 있다.


 맡고 있는 업무로는 로그 정의, 로그 QA, 태블로 대시보드 생성 & 관리, 지표 모니터링 & 매주 리포팅, 팀 내/외부에서 오는 데이터 추출 요청 대응, 팀에 이상지표가 나오면 원인 데이터 분석가 있다.


문과생이면서 비개발자 직무인데 데이터 업무를 겸하면 겪게 되는 고충과 이점을 써본다.



우선 고충 3가지는 다음과 같다.


1. 데이터 추출 자판기로 전락한다

내 업무를 위해서 데이터를 뽑는 것이라면 기쁜 마음으로 기꺼이 할 수 있다. 하지만 내가 담당하는 프로덕트도 아닌데, 담당자가 데이터를 뽑을 줄 몰라서 내가 대신 뽑아야 하는 경우도 많다. 아니, 내 프로덕트에 관한 데이터 추출보다 훨씬 많다.


단순히 팀에 데이터를 잘 다루는 사람이 나뿐이라서 데이터를 뽑을 때면 왠지 데이터 추출 자판기가 된 거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다. 다른 분이 맡고 있는 프로덕트의 데이터 추출이 나에게 '부탁'으로 요청 오는 것이 아니라, '당연한 내 몫'이 돼버릴 때 더 그런 기분이 든다.

   

예를 들어 전 회사인 이커머스에 있었을 당시 내 담당도 아닌 필터 데이터만 거의 2주 동안 뽑은 적도 있었다. 이커머스의 필터 보면 정말 정말 복잡한 기능이 많아서 여기 데이터 보려면 진짜 왕 고생해야 한다. 상위 리더에 보고해야 해서 3차, 4차 추가 요청이 계속 들어왔다. 계속 수정이 이어지니까 쿼리가 너무 길어져서 정말 토가 나올 정도였다.

고생해서 뽑아봤자, 분석한 결과로 칭찬받는 것은 내 몫도 아니다. 리더들은 데이터를 누가 뽑는지 절대 전혀 관심 없기 때문이다. 애초에 데이터를 '잘' 뽑는 것이란 없다. 그냥 로그를 심어놨으면 뽑을 수 있는 거고, 없으면 못 뽑는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내 역할은 데이터 '추출'까지고, 그 데이터를 보고 인사이트를 얻어 결과를 보고하는 것은 남의 몫이다. 이럴 때는 '남 좋으라고 SQL을 배운 거 아닌데'란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2. 팀의 지표를 혼자서 모니터링해야 한다

혼자서 맨땅에 헤딩하듯 대시보드를 만들어본 비개발자 기획자 팀마다 한 명씩 있을 것이다. 문제는 뭐냐면 만들고 나면 거기서 끝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대시보드를 한번 만들고 나면, 그 대시보드로 계속 지표 트래킹 하는 것도 본인 몫이 돼버린다. 나만 이걸 주기적으로 체크하고 리포팅해야 한다. 나에게만 해당되는 지표도 아니고 팀 전체의 지표인데도 말이다. 이런 일은 보통 해봤자 티는 잘 안 나는데, 정리하는데 시간 소요는 굉장히 많이 든다.


그리고 이상한 지표가 찍힐 때 사람들은 대시보드를 만든 나에게 질문한다. 그러면 나는 이상 지표가 왜 찍혔는지 분석을 해내야 한다. 대부분 자연스러운 증가 혹은 하락일 때가 많아서 딱히 원인도 없을 때가 많다. 그러면 아무런 결과도 얻지 못한 채 그저 시간만 써버린 게 된다.



3. 모든 데이터 관련 운영이 내 업무가 된다

데이터 운영 업무는 굉장히 다양하다. 로그를 정의하고, 로그를 심었으면 테스트도 해봐야 하고,  로그 오류가 있으면 결과를 비교해서 원인도 찾아야 한다. 타 팀에서 데이터 관리 관련 문의도 온다. 생각보다 자잘한 운영 업무가 많다.


그런데 데이터 업무가 대부분 그렇듯, 해봤자 티가 잘 나지 않는다. 아마 내가 이런 대응을 하고 있다는 것을 팀의 그 누구도 모를 수도 있다. 혼자서 묵묵히 운영 업무를 하고 있으면, 왜 아무도 몰라주는 이런 고생을 혼자 해야 되는지 억울하고 현타가 온다.




물론 단점만 있진 않다. 분명히 장점도 많다. 데이터를 잘 다루는 기획자의 장점은 다음과 같다.


1. 데이터 분석 능력이 향상된다

데이터 관련된 업무를 도맡으면 아무래도 데이터를 더 자주 접하게 된다. 숫자에 익숙해지고 예민해지면 데이터에 대한 감각도 좋아진다. 그러면서 조금씩 분석 능력이 향상되는 거 같다.


하지만 '데이터를 잘 다루는 것'과 '분석력'은 분명히 다르다. 분석력이 좋은 리더를 종종 봤지만, 그분들 중에서 실제 데이터를 직접 다룰 수 있는 사람은 아직까지 보지 못했다. 적어도 내가 경험해 본 리더들 중에서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좋은 의사결정은 가능하지만, 나처럼 데이터를 잘 다루진 못했다.


이런 걸 봤을 때 데이터를 꼭 잘 다뤄야만 분석을 잘하는 건 아닌 거 같다. 그래서 요즘엔 데이터를 잘 다루는 능력이 과연 분석력을 향상시켜주는지 의심된다.



2. 기획에 필요할 때 언제든지 데이터를 뽑아볼 수 있다

다른 사람들은 데이터가 필요할 때 나처럼 데이터를 잘 다루는 사람한테 부탁해야 한다. 물론 부탁하면 그만이지만, 시간도 오래 걸리고 원하는 값도 안 나올 수 있다.


하지만 나는 그럴 필요 없이 직접 뽑아서 결과를 확인하면 된다. 제때 내가 원하는 값을 볼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 된다. 기획을 하다 보면 A와 B 중에 어떤 게 더 나은가 결정해야 할 때가 자주 온다. 그럴 때 가장 좋은 근거는 데이터이기 때문에 기획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사진 출처 :  unsplash


물론 모든 업무가 그 나름대로 고충이 있다고 생각한다. 어찌 보면 그렇게 대단한 고충도 아니긴 하다. 성장하려면 성장통응 견뎌야 한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해봐야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