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권지하 Feb 17. 2022

애쓰지 않고도 행복하기


커피를 마셔도 잠을 잘 자는 사람. 그게 나라고 생각했었다. 원래 생각이 많은 편이라, 침대에 머리를 누여도 쉽게 잠이 들 수 없다고 생각했다. 하루에 커피 네 잔을 마시면서도 그게 커피 탓일 거라곤 생각도 못했었다. 그 시절의 나는, 반강제적 일중독자였는데 새벽을 넘겨 퇴근하는 일이 잦았다. 온전히 일을 좋아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이제 막 성장하고 있는 스타트업. 성과가 나기 위한 온갖 일을 다 맡아하던 때였다. 머릿속이 늘 복잡했고, 매일매일 새로운 아이디어를 쥐어짜야 했다. 하루에 고작 잠을 자는 시간은 서너 시간 정도. 한 번쯤은 미친 듯이 몰입하는 삶을 살아보고 싶다 생각하며 위안을 하기도 했지만 일의 물리적인 양은 물론 책임마저도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고 있었다.


그렇게 삼 년. 어느 순간부터 자의로 달리고 있지도 않았다. 결국 가장 먼저 고장 나는 건 몸이었다. 독감을 심하게 앓고 난 후 면역력이 회복되지 않더니 결국 대상포진이 심하게 왔다. 얼굴로 대상포진이 왔는데 신경이 가까워 위험하다고 했다. 결국 일주일 간 입원. 갑자기 찾아온 휴식에 밀린 드라마나 실컷 보자고 했는데, 항생제, 진통제를 맞으니 하루 종일 졸음이 밀려왔다. 마치 그동안 못 잔 잠을 몰아 자듯 5일간 잠을 자며 깨달았다. 걱정 없이 잘 자며 사는 삶만큼 고마운 게 없다고. 그렇게 앓고 나니, 지나치게 애쓰고 있었다는 걸 그제야 깨달았다. 삶의 저울은 공평한 비율로 기울었다. 지나치게 애써서 얻는 결과는 그만큼 잃는 것이 있다는 것이었다.



여러 사건들이 내 삶에 새로운 궤적을 만들며 지나갔다. 그 이후 커피도 하루 한 잔으로 줄였고 운동도 시작했다. 침대에 머리만 대면 자는 일도 생겼다. 그렇게 요즘의 나는 '애쓰지 않고도 행복하기'에 집중해보려고 한다. 최선이 아니어도, 그저 멈추지 않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삶. 아니 때때로는 잠시 멈출 줄도 아는 삶. 너무 절박해지지 않기. 적당히 행복한 삶의 온도를 지키며 살기. 너무 많은 의미와 말들로 스스로를 해치지 말기를. 바람의 온도가 딱 적당한 오늘 밤도 충분히 좋으니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