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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인우 Oct 26. 2015

나의 중국 생활기

나에게 약속이란...

약속을 지키지 않는 사람들 덕분에 아침부터 개고생이다. 지난번에 잘 처리해줬으면 돈 낭비  시간낭비해가며 다시 올 필요도 없었는데 오늘도 역시 날 실망시키지 않는 사람들.. 누군가는 분명 잘못을 했고, 무고한 누군가는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7년 넘게 직장 생활을 하며 원치 않는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 일들이 제법 많다 보니 이제 요령이 하나 생겼다. '누군 옳고 누군 그른 게 아니라 단지 서로 다를 뿐이다' 이 사실을 받아들이는 순간 모든 게 간단해진다. 우여곡절 끝에 일을 마치고 시계를 보니 오후 일정을 차질 없이 진행하려면 밥 먹기도 애매한 시간이다. 고민할 겨를도 없이 무작정 근처 라면집으로 들어갔다. 열댓 살 정도 되보이는 회족 꼬마애가 주문을 받았는데 내가 香菜를 못 먹으니 꼭 빼 달라고 부탁을 했다. 주방에 회족말로 뭐라 뭐라 하며 주문을 넣는데 香菜는 넣지 말라는 말은  알아들을 수 있었다. 그래도 혹시 몰라 계속 지켜보고 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아까 그 꼬마 녀석이 香菜가 수북이 담긴 라면을 들고 다가오는 것이다. 원망이 가득한 내 눈빛과 마주친 것일까? 뭔가 생각난 듯 갑자기 경로를 바꿔 라면 사발을 제일 늦게 주문한 아저씨 테이블에 올려놓고 재빨리 주방으로 향한다. 이 녀석 임기응변이 상당하다ㅋㅋ 잠시 후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다시 나타난 꼬마 녀석은 라면 한 사발과 서비스로 계란 후라이를 하나 올려 놓고 사라졌다. 나름 심각해 있었는데 이 녀석 덕분에 갑자기 웃음이 터져나왔다. 돈 많고, 많이 배우고, 높은 지위에 오르고, 많은 인기와 명성을 가진 사람들 속에서 넌 그저  보잘것없는 라면집 알바생에 불과할지라도 그래도 넌 부끄러움을 알고 그걸 극복해내고 결국 약속을 지키는구나. 네가 올려 놓고 간 단돈 10원도 안 되는 라면과 계란후라이가 내 하루를 참으로 유쾌하게 바꿔주었구나. 고맙다 꼬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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